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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경상수지는 역대 1·2위 흑자인데…지갑 얇아진 국민들 "체감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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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체감-지표 괴리 지속…2분기 실질 국민총소득 8조원↓

3040 영끌족 고금리에 "어렵다"…고령층은 생활물가 짓눌려

뉴스1

추석 명절을 앞둔 6일 청과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자료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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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역대급 실적을 연이어 냈지만, 경제 심리는 이런 호조세가 무색하게 횡보하는 모습을 보인다.

고물가·고금리 환경이 길어지면서 지갑이 얇아진 국민들은 최근 수출이 주도한 경제 성장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상태로 풀이된다.

실제로 2분기 우리나라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2년 9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하면서 국민들의 얇아진 지갑 사정을 방증했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경상수지는 지난 7월 91억 3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면서 같은 달 기준 2015년 7월(93.7억 달러)에 이어 역대 2위 흑자 규모를 경신했다.

이에 앞서 6월 경상수지 흑자는 125억 6000만 달러로 역대 1위에 올랐다.

이는 한은과 정부의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이었다.

수출이 반도체 중심으로 호조를 이어가면서 경상수지가 당초 기대보다 좋은 모습을 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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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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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근 경제심리지수는 이런 호조세가 무색하게 횡보하고 있다.

기업, 소비자 등 민간 경제 심리를 보여주는 경제심리지수(ESI)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쭉 기준치를 밑도는 92~94 사이에 갇힌 모습이다. ESI의 기준치 100은 2003~2023년 중장기 평균을 뜻한다.

이에 한은 조사국 소속 이종웅 차장과 김윤재 조사역은 지난 5일 한은 블로그 글에서 "선진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객관적 경제 지표와 경제 주체들의 주관적 체감 경기 간 괴리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경기동행지수와 경기심리지수는 역사적으로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는데, 최근 경제심리지수가 추세 대비 낮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지표 경기를 밑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 성장률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면서 지표 자체는 장밋빛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으나, 국민들이 평가한 주관적인 경기는 지표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는 취지다.

이 차장과 김 조사역은 이 같은 현상의 이유로 △수출 중심의 경기 회복 △높은 체감물가 △자영업자와 30·40대의 무거운 고금리 부담 등을 지목했다.

특히 수출-내수 온도 차가 핵심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경기 회복이 수출 중심으로 이뤄지며 가계와 내수 기업은 회복 온기를 느끼기 어렵다"면서 "이런 수출-내수 불균형은 전반적인 지표 개선에도 경기 회복을 체감하기 어렵게 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쉽게 말해 내수에 종사하는 국민이 수출 종사자보다 많기에,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내수 업황 부진의 부정 영향이 수출 개선으로 인한 긍정 효과를 능가했다는 것이다.

조사국에 따르면 취업자 수를 가중치로 한 '고용 가중 성장률'은 지난해 말부터 3분기 연속으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밑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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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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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의 고금리 부담도 체감 경기를 지표 경기보다 냉각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이 차장과 김 조사역은 "가계부채가 2020년 이후 30~40대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했다"며 "이들 가구는 단기 금융부채가 단기 금융자산보다 많은, 이른바 '금리 상승 손해층'으로, 금리 상승에 따른 소비 감소 폭이 클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고령층 입장에서는 무거운 체감 물가가 경기 개선 체감을 가로막았다.

이 차장과 김 조사역은 "최근 물가 급등기 식료품 등 필수 소비재의 가격이 다른 상품보다 더 크게 올랐다"며 "높은 생활 물가는 의식주 소비 비중이 높은 저소득 가구, 고령층 등에게 더 큰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분기 우리나라 실질 GNI는 전 분기보다 8조 원(-1.4%), 2년 9개월 만에 가장 많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행인 점은 물가 상승률이 한풀 꺾인 덕에 내수 회복은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사실이다. 체감 경기를 짓누른 수출-내수 디커플링(차별화)은 점차 완화될 전망이다.

이 차장과 김 조사역은 "앞으로 체감 경기 부진이 완화될 것"이라면서 "다만 경기 외 구조적 요인의 영향도 있는 만큼 점진적 속도로 개선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단기적인 경기 대응책뿐 아니라 수출-내수 균형 발전, 유통 효율화를 통한 물가 안정, 가계부채 관리 등 구조 개혁을 병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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