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씨를 경제공동체로 규정하고 삼성의 승마지원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로 봤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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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했던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016년 12월 28일 돌연 금융감독원에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주변 인물 40여명의 재산내역 조회를 요청했다. 대상자 대부분은 최씨의 재산 형성 과정에 기여하거나 최씨와 금전 거래를 한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여기엔 박근혜 전 대통령도 포함됐다.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이 이른바 ‘경제공동체’임을 입증하기 위한 수사의 신호탄이었다.
특검팀은 금감원의 재산 조회 결과와 추가적인 압수수색, 계좌추적 등을 통해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재산을 공유하며 서로 같은 지갑을 사용하는 사이’라고 봤다. 이같은 결론은 최씨의 딸 정유라씨가 삼성으로부터 지원받은 말 3필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로 규정해 기소하는 핵심 근거가 됐다. 당시 특검팀 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이 고안해 낸 경제공동체 논리는 이후에도 제3자가 받은 뇌물을 직접 뇌물로 규정해 의율하는 하나의 기법으로 자리 잡았다.
경제공동체 논리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혐의 적용을 위해 고안한 개념이다. 김경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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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의 지렛대 역할을 했던 최순실 특검팀의 경제공동체 논리는 8년이 지나 부메랑처럼 문 전 대통령을 겨누고 있다. ‘타이이스타젯 특혜취업 의혹’을 수사중인 전주지검 형사3부(부장 한연규)가 경제공동체 논리를 활용해 문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혐의 피의자로 간주하면서다. 문 전 대통령이 딸인 다혜씨 혼인 이후에도 생활비 등의 금전적 지원을 이어갔고, 이에 따라 문 전 대통령 모녀는 경제공동체에 해당한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경제공동체 논리가 성립할 경우 항공업계 경험이 전무했던 서씨가 2018년 7월부터 약 2년간 타이이스타젯 전무이사로 채용돼 받은 월급과 체류비 2억2000여만원은 다혜씨의 수입이자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금품 제공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게다가 검찰은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가 타이이스타젯 실소유주인 이상직 전 의원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이사장에 임명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인 정황을 확보한 상태라고 한다.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뇌물 혐의 피의자로 간주하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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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씨는 지난달 30일 압수수색에 이어 검찰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있다. 소환조사 시점이나 방식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르면 추석 연휴 직후 소환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문씨는 지난 3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엑스(옛 트위터) 게시글을 통해 “경제공동체’란 말을 만들어서 성공했던 지라 다시금 추억의 용어를 소환해서 오더를 준 건가”라며 “그런데 우리는 ‘경제공동체’가 아니라 ‘운명공동체’인 가족”이라고 말했다. 다혜씨는 이어 “(문 전 대통령은) 엄연히 자연인 신분인데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지요?”라며 “이제 더 이상은 참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곽상도 전 의원과 아들 병채씨를 경제 공동체로 규정해 기소한 사건에서 1심 재판부는 병채씨가 독립 생계를 유지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경제공동체 논리를 배척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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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전 대통령과 다혜씨를 경제공동체로 규정할 수 있는지는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특히 문 전 대통령이 생활비 등을 일부 지원한 적이 있다 하더라도 당시 다혜씨는 결혼해 남편과 생계를 꾸렸단 점이 경제공동체 논리 적용의 가장 큰 어려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3월 곽상도 전 의원에 대한 뇌물수수 혐의 1심에서도 재판부는 아버지와 결혼한 아들 간의 경제공동체 논리를 배척했다.
검찰은 2021년 곽 전 의원의 아들 병채씨가 대장동 개발 시행사인 화천대유에서 퇴직하며 퇴직금과 성과급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은 것을 곽 전 의원에 대한 뇌물로 보고 기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병채씨가 독립해 생계를 유지하던 상태였고, 곽 전 의원 역시 병채씨에 대한 법률상 부양의무가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부자 사이를 경제공동체로 볼 수 없다고 결론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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