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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변동률 극심한 미 증시 대장주 엔비디아… 'AI 거품론' 실체 있나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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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는 2024년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단연 ‘대장주’라고 꼽을 만한 기업이다. 시가총액에서는 전통의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어 3위이지만 인공지능(AI) 열풍의 최대 수혜자로 시장 전체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주가 흐름에 따라 전체 시장 분위기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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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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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대장주의 기복이 너무 심하다. 2024년 하반기 이후 주가가 매주 급락과 급등을 반복하며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것. 7월 이후 뉴욕주식시장에서 엔비디아 주가가 3% 이상 변화를 보인 사례가 무려 21번에 달한다. 8월 비농업부문 일자리 데이터가 발표된 6일 4.09%를 하락한 것을 포함해 이 기간에만 11번이나 주가가 3% 이상 내렸고, 10번은 3% 이상 올랐다. 7월30일 7.04% 주가 급락 후 7월31일 12.81% 폭등하고, 다음날인 8월1일 6.67% 다시 내리는 등 단기간에 급등락을 반복한 사례도 흔하다. 최근의 엔비디아는 과거 시장의 ‘대장주’들이 안정된 우상향을 해왔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올해 하반기 이후 시장에 불거진 ‘AI 거품’ 우려가 대장주의 엄청난 기복을 만드는 모양새다. 엔비디아는 오픈AI와 MS가 챗GPT를 출시하며 전 세계적 AI 열풍이 분 이후 사실상 수익을 독점하고 있는 기업이다. AI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필수적인 GPU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덕분. 완제품 AI를 출시한 MS를 포함한 대부분 빅테크들이 확실한 수익모델을 만들지 못한 상황이라 AI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있는 투자자금이 이 시장에서 수익을 내는 거의 유일한 기업인 엔비디아로 대거 향했다. 결국, 이런 시장 상황 속 AI 시장 전체가 받는 기대와 우려가 엔비디아 주가로 바로 직결되기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그리고 마침 불어닥친 ‘AI 거품론’이 엔비디아에 직격타를 날렸다.

실리콘밸리의 대형 벤처캐피탈인 세콰이어캐피탈이 지난 6월20일 내놓은 ‘AI 버블이 한계점에 도달했다’라는 제목의 리포트가 시장에 막연하게 존재했던 AI에 대한 불안감에 불을 붙였다. 당시 리포트는 AI 기업들이 설비투자에 쏟아부은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시장 규모가 약 6000억달러(831조원)에 이르러야 한다면서 최종 수요 시장에 위치한 소비자가 그만큼 지갑을 열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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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의 뉴욕증권거래소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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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대형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일제히 AI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7월 “기업들의 막대한 AI 지출에 따른 성과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주식 시장을 둘러싼 거품이 터지기 시작할 것”이라며 “AI 지출이 기업들의 실적과 매출에 긍정적으로 반영되지 않고 오히려 깎아먹는 듯한 수치가 나올 경우 AI를 둘러싼 투자심리가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경고는 이후 미국 주식시장에 급격하게 변동성이 확대되며 현실화하는 중이다.

AI에 대한 우려는 3분기 들어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중이다. 마이클 쳄발리스트 JP모건 자산운용 시장 및 투자 전략 부문 책임자는 최근 “기술 분야 이외의 기업에서 AI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기 전에는 AI에 대한 지출이 정당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고, 장 보이빈 블랙록 인베스트먼트 대표는 “(AI가 도약하기 위해서는) 인내가 필요하다”며 “이는 몇 분기가 아니라 몇 년의 과정”이라고 짚었다. AI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단기간에 해소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AI 시장 성장의 과실을 사실상 독점하던 엔비디아의 추가 성장도 가로막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지난달 28일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시장 전망을 상회하며 최초로 30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음에도 주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상황까지 도래했다. 설상가상으로 신형 AI칩인 블랙웰의 생산 지연 문제가 불거졌고, 최근 미국 규제당국이 엔비디아에 대한 반독점 조사에 나섰다는 소식까지 나오며 주가 기복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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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CEO.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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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AI 시장의 장기적 전망은 여전히 밝은만큼 엔비디아가 더 성장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여전히 다수 존재한다. 미국 대형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지난 4일 엔비디아 주가가 최근 여러 요인에 의해 지난 5년 동안 상대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에게 좋은 매수 기회가 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특히 “엔비디아의 펀더멘털 회복 포인트는 공급망에서 나올 수 있다. 블랙웰 제품이 차질 없이 생산돼 출하된다는 소식이 나오면 된다”면서 “블랙웰 반도체는 AI 훈련에서 4배, 추론에서 25배 이상 향상된 고성능을 발휘한다. 업계에서는 이 반도체를 활용해 앞으로 1~2년 더 집중적으로 AI 산업 기반을 구축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예상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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