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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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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의 꿈 '한국판 스팀'…넘어야할 산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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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인마켓]
스팀보다 못미치는 등 해외 플랫폼들은 저마다 킬러콘텐츠 탑재해 경쟁 가능
리니지 원툴 엔씨소프트가 단기간에 이들 따라잡긴 힘들어
2조원 넘는 유동자산 바탕으로 적극적 M&A할 필요성 대두

[편집자주] 남녀노소 즐기는 게임, 이를 지탱하는 국내외 시장환경과 뒷이야기들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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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의 에뮬레이터 퍼플이 플랫폼으로 진화를 시도한다. /사진=엔씨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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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의 PC-모바일 크로스플레이 에뮬레이터 '퍼플'이 통합 게임 플랫폼으로 변신을 노린다. 퍼플은 2019년부터 리니지M, TL(쓰론 앤 리버티) 등 엔씨 게임들을 위한 플랫폼 역할을 맡아 왔는데, 이제는 게임 배급을 위한 유통 플랫폼으로 진화한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전 세계 최대 게임 플랫폼인 스팀과 같은 종합 PC게임 플랫폼이다. 엔씨의 게임 뿐만 아니라 타사 게임까지 퍼플을 통해 유통하고, 게임사가 필요로 하는 편의를 제공하고, 여기서 수익을 얻는 모델이다. 하지만 이 꿈을 이루려면 넘어야 할 장애물이 한가득이다.


주요 게임 플랫폼들 10~20년 업력에 '킬러콘텐츠'까지 탑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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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게 최대 게임플랫폼 스팀에서 판매되고 있는 넥슨의 퍼스트 디센던트. /사진=스팀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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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는 역사를 지닌 스팀을 넘어서기 전 엔씨소프트가 넘어야 할 중견 경쟁자들이 적지 않다. EA가 운영하는 오리진에 더해 유비소프트커넥트, 에픽게임즈스토어 등 글로벌 시장에는 쟁쟁한 ESD(Electronic Software Distribution, 전자기기 소프트웨어 유통망)들이 적지 않다.

스팀에 맞서 이들이 살아남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오리진의 경우 '피파'와 '배틀필드'라는 킬러 콘텐츠를 갖고 고정적인 유저들을 확보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타사 게임들을 끌어들일 수 있었다. 유비소프트 역시 어쌔신 크리드라는 대표 선수가 있었다.

에픽게임즈 스토어의 경우는 입점 게임들에게 확실한 '당근'을 제공한다. 유니티와 더불어 양대 3D 그래픽 솔루션인 '언리얼엔진'이 에픽게임즈의 제품인데, 에픽게임즈 스토어에 게임을 올리면 통상 매출의 5% 가량에 해당하는 언리얼엔진 로열티를 면제해 준다.


글로벌 히트작 없는 엔씨, 호객의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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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을 노린 엔씨소프트의 리니지W. /사진=엔씨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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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는 국내에서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명가로 자리를 잡았지만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 고르게 성공한 IP(지식재산권)가 없다. 대표 IP 리니지로 세계 시장 공략을 예고했던 리니지W는 대만과 일본 등 일부 아시아권 국가에서만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탈 리니지' 장르로 글로벌 시장을 두드려보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좋은 소식이 없다.

엔씨에서는 다음달 1일 출시가 예정된 TL 글로벌 버전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내 출시 이후엔 흥행에 실패한 바 있다. 하지만 글로벌 퍼블리셔인 아마존게임즈가 전 세계 시장 상황에 맞춰 수많은 피드백을 반영했고, 베타테스트 기간에 긍정적인 유저 평가들이 이어졌다. TL의 성공은 엔씨 퍼플이 게임 플랫폼으로 도약하는 데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다만 한두 작품의 성공만으로는 퍼플의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무엇보다 진정한 '플랫폼'이 되려면 현재 MMORPG 일변도로 구성된 엔씨소프트의 IP 라인업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스팀보다는 배틀넷 모델로, 탄탄한 다수 IP 확보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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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 게임 플랫폼 배틀넷. /사진=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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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는 글로벌 게임 플랫폼이 되기 위해 파트너 개발사에게 게임 빌드를 배포하고, 스토어 기능을 지원한다. 또 기존에 없던 클라우드 저장 기능, 업적 시스템 등을 추가해 이용자 편의성을 높이기로 했다. 하지만 이 정도의 회유책으로는 글로벌 유통을 원하는 개발사들의 입점을 유도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한국판 스팀'보다는 '한국판 배틀넷'으로의 진화가 더 바람직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배틀넷은 대부분 자사 IP만을 서비스 한다. 그 종류도 많지 않지만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오버워치' '디아블로' '콜오브듀티'(액티비전 제작 게임) 등 굵직한 라인업 위주로 구성 됐다. 장르도 RTS(실시간전략), FPS(1인칭슈팅), MMORPG, RPG 등으로 다양하다.

단기간에 '리니지 원툴' 엔씨소프트가 이 같은 라인업을 자력으로 갖추는 건 불가능하다. 이에 지난해부터 이어오던 M&A(인수합병)의 방향을 '퍼플 플랫폼' 전략에 맞춰 수정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 2550억원, 단기 금융상품 9355억원을 비롯해 총 2조원이 넘는 유동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아직 자금력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신속하게 외부 IP를 영입해 퍼플을 글로벌 플랫폼으로 자리잡게 할 수 있다면, 위기에 빠진 엔씨의 재무구조 개선과 실적 반등도 가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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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영 기자 yo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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