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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세대 형평성 제고" vs "사보험화"…정부 연금개혁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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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조정장치·세대별 차등인상안 쟁점 될 듯
특위냐 상임위냐…국회 논의 기구 두고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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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연금개혁 추진계획 발표를 하고 있다.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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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국회=조채원 기자] 정부가 4일 내놓은 연금개혁안을 놓고 여야 평가가 엇갈렸다. 정부가 보험료율(내는 돈), 소득대체율(받는 돈) 인상과 함께 지난 21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논의에서 빠진 자동조정장치와 보험료율 세대별 차등 인상안을 내놓으면서다. 국회로 공이 넘어온 만큼 세대 간 형평성, 국회에서의 논의 방식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금개혁 정부안은 △ 보험료율 13% 인상(현 9%) △ 소득대체율 42%(현 40%) △ 자동조정장치 및 보험료율 인상 세대별 차등 △ 의무가입연령 59→64세 연장 등의 방안으로 구성돼있다. 여야는 21대 국회 종료를 앞둔 지난 5월 연금특위에서 보험료율 13%로 인상에 합의했지만 소득대체율을 놓고 (국민의힘 43%, 더불어민주당 45%)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정부안이 기존 합의안과 다른 것은 △ 자동조정장치 도입 △ 보험료율 인상 세대별 차등이다. 지난 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에서는 세대별 차등 적용과 자동조정 장치를 논의하지 않기로 결론냈다는 점에서다. 자동조정장치란 기대수명 증가와 경제활동인구 감소 등 인구구조 변화와 연금 부채가 자산보다 커질 경우 등과 연동해 보험료율을 올리거나 소득대체율을 낮추는 방식으로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자동조정장치 도입 시점이 빠를수록, 기금 소진 시점은 연장된다.

정부는 국민연금에 대한 청년층 불신이 높은 만큼 세대 간 형평성 제고를 강조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6일 KBS 라디오에서 "보험료율 인상을 세대별로 차등화하지 않으면 청년 세대는 상대적으로 높은 보험료를 장기간 부담해야 하는 반면 연금급여 소득대체율은 상대적으로 낮다"며 "완전히 (소득대체율) 문제를 해소하는 것은 아니지만 청년 세대의 부담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조정장치에 대해서는 "자동적으로 모수 개편이 이뤄지도록 제도화하게 되면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고 연금의 지속 가능성도 제고할 수 있어 도입한 것"이라며 "기존 수급자 연금액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정부안은 여러 측면에서 논란이 불가피하다. 민주당의 소득대체율 양보안(44%)를 거부한 명분인 구조개혁이 빈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조개혁 방안으로 주로 논의되는 퇴직연금의 경우 '단계적 의무화를 추진한다'는 내용 외에는 특별한 내용이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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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4일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인상 등을 담은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했다.사진은 5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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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특위 공론화위원장을 맡았던 김상균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날 KBS라디오에서 "자동조정장치는 구조개혁이라고 보기보다는 모수개혁의 하나의 방법"이라며 "구조개혁과 관련해 당장 법제화시킬 수 있는 항목을 찾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세대별 차등 적용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의 재원 조달 방식인 사회보험, 사회보험 원리는 생명보험 상품과 같은 사보험 원리와 달리 피보험자의 소득만을 고려하지 나이나 건강이나 성별, 학력 등 여타 변수를 따지지 않는다"며 "소득 외 다른 요소를 자꾸 부가하면 국민연금이 사회보험이 아니고 사보험화 되고, 그렇게 되면 굳이 정부가 관리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정부안이 발표된 4일 논평에서 "전 세계 어디에서도 검증된 바 없는 세대별 차등 보험료율 인상 방안은 현실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약속된 연금에 대한 안정적 지급을 보장하기보다는 연금으로 인한 정부 재정 부담을 덜어내는데만 몰두한 연금개혁"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논의도 초반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여야가 논의 기구로 의석 분포 상 야당 다수인 일반 상임위와 통상 여야 동수로 구성되는 특위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서다. 국민의힘은 연금특위를 만들자, 민주당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등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민주당 소속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국민의힘 연금특위에서 밝힌 바로는 이번 정기국회는 모수개혁을 하고 내년에 구조개혁을 하자고 이야기한다"며 "그럼 모수 개혁을 하는데 특위가 필요한가, 복지위에서 그냥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구조개혁과 관련된 내용은 (정부안에) 방향성 제시밖에 없기 때문에 그 부분은 어떻게 처리하면 좋은가, 이 부분도 좀 고민을 해야 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연금개혁특위 위원장인 박수영 의원은 "구조개혁은 보건복지부 1개 부처로, 또 보건복지위 1개 위원회로 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적어도 5개 이상 부처가 관련돼 특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안, 논의기구 등을 두고 여야가 이견을 표하는 만큼 향후 국회에서의 논의는 자동조정장치, 세대별 차등화 도입 여부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공감대가 어디로 모이느냐가 관건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달 28일 발간한 보고서 '사회적 대화를 위한 연금개혁 공론화 기구의 필요성'은 "연금개혁을 추진한 해외의 경험을 보면, 연금개혁의 성패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개혁안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이 보고서는 공감대 형성 방안에 대해 "소수로 구성된 전문가위원회에게 충분한 활동기간을 부여해 실현가능한 개혁안을 도출하고, 객관적 정보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제공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며 "이후 이해 관계집단을 다각도로 구성해 국회의 공론화 기구에서 숙의와 토론을 반복하며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의 역할에 대해서는 "지난 국회 연금특위는 한시적인 비상설 특위의 형태로 구성‧운영돼 지속적‧장기적인 연금개혁안 마련에 한계가 있었다는 점도 아쉬움"이라며 "사회적 대화의 장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공적인 상설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chaelo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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