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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필동정담] 토지 공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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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갖고 있으면 살아갈 수 있다. 땅은 누구에게도 뺏기지 않는다." 펄 벅의 소설 '대지' 주인공인 왕룽이 아들들에게 "절대로 땅을 팔지 말라"며 남긴 유언이다. 찢어지게 가난하던 소작농으로 출발해 대기근을 겪으며 '난민' 신분까지 추락했던 왕룽은 땅에 대한 집착을 바탕으로 결국 대지주가 됐다.

땅, 특히 서울에 집이 있어야 부자가 된다. 한국은 '서울 부동산 공화국'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투표는 '1원=1표'가 아니라 '1인=1표'다. 부동산 가격 급등을 막지 못해 '전월세 난민'을 양산하고 상대적 박탈감을 심화시킨 정권은 선거에서 필패할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부동산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쓸 수밖에 없다. 부동산 자체에 대한 규제 강화는 물론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걸 줄이기 위해 대출 규제까지 총동원된다. 정부 대응이 필사적이다 보니 '코드 맞추기'에 나선 은행권에서는 집 가진 자에 대해 '대출 징벌'을 내리고 있다. 토지거래허가제와 대출 규제가 맞물린 서울 일부 지역 실수요자들은 "내 재산도 마음대로 못하게 하느냐"며 한숨짓고 있다.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것이다.

반전 포인트는 대한민국 헌법 122조다. 해당 조문은 '국가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고 했다. 박정희 정부 시절에 만들어진 조문이다.

노태우 정부 시절에는 보유 가능 택지 면적을 제한하는 등의 토지공개념 3법이 등장했다. 또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종합부동산세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도입됐다.

모두 다 토지공개념을 도입한 사례들이다. 하지만 노태우 정부와 노무현 정부 당시 집값이 폭등했다는 점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개념만으로는 시장경제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돌려놓기에 역부족이란 방증이다.

토지공개념과 사유재산권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는 없을까. 오래된 숙제를 풀 수 있는 묘수가 절실한 시점이다.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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