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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D현대중공업의 KDDX 모형
차기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이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법 위반 이슈로 길을 못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HD현중 수의계약으로 가든, HD현중·한화오션 경쟁입찰로 가든 과정과 결과에 대한 불복과 소송이 뻔해 사업 착수를 언제 할 수 있을지 오리무중입니다.
"전력화 시기가 무너진다"는 군의 습관성 우려가 현실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와 조선·방산업계에서 제3의 출구전략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여러 대안들이 나오다가 하나로 수렴되고 있습니다. '복수 방산업체 지정, 공동개발, 1·2번함 동시건조' 방안입니다.
KDDX 논란이 불 붙기 시작하던 지난 7월 상순, 전세가 불리하다고 판단한 한 업체에서 양사의 분담 건조 구상이 흘러나온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이후 방사청이 해법들을 검토했고, 지난달 공동개발 및 1, 2번함 동시건조 방안을 추려 HD현중과 한화오션에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복수지정, 공동개발, 1·2번함 동시건조
현재의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은 전부 아니면 전무의 승자독식입니다.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맡은 업체가 나머지 5척 건조도 모두 차지한다고 보면 됩니다. 기준가의 95%만 맞추면 가격평가 만점이라서 가격 차별성은 없고, 기술력 차이에서 승패가 갈리기 때문에 선도함 건조 업체가 2~6번함에서도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HD현중과 한화오션은 KDDX 상세설계 놓치면 군함 사업 접어야 한다며 앓는 소리를 내는데 사실이 그렇습니다.
출구전략으로 떠오르는 공동개발 및 1, 2번함 동시건조는 두 업체에 최소한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의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방사청이 한화오션, HD현중과 수의계약을 체결하고, 두 업체는 각자의 강점이 두드러진 분야를 중심으로 공동개발 즉, KDDX를 공동으로 상세설계를 하는 것입니다. 일종의 상세설계 컨소시엄입니다.
선도함은 1척이 아니라, 2척입니다. 방사청이 KDDX 선도함 2척을 동시에 발주하고, 업체들은 1, 2번함을 1척씩 맡아 건조합니다. 3~6번함 건조는 이후 경쟁입찰로 사업자를 선정하게 됩니다. 해군의 한 조함 전문가는 "3~6번함 건조는 두 업체의 조선소 도크 사정에 따라 합리적이고 현실적으로 분배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전제가 있습니다. 산업자원부가 HD현중과 한화오션을 복수의 KDDX 방산업체로 지정하는 것입니다. 산자부는 방사청과 협의 후 6개월 안에 방산업체를 지정해야 합니다. 산자부와 방사청의 KDDX 방산업체 지정 협의는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공동개발 및 동시건조의 장점들
한화오션의 KDDX 모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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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의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은 올해 안에 사업자 선정, 계약, 착수까지 마칠 참이었습니다. HD현중의 군사기밀법 위반으로 KDDX 사업이 공정성 논란에 휩싸인 상황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추진 방식이 어느 쪽으로 정해지든 수긍 못하는 업체는 반발할 테고, 경쟁입찰의 경우 패자의 불복과 소송이 명약관화입니다. 올해는커녕 내년 사업 착수도 장담 못합니다. 해군은 속수무책 기다려야 합니다.
공동개발 및 1, 2번함 동시건조로 추진하면 방사청과 업체 간 다툼의 여지가 없어서 연내 계약이 가능합니다. 전력화 시기도 준수할 수 있습니다. 조선업계의 한 소식통은 "공동 상세설계에 비효율성이 분명히 있지만 한화오션과 HD현중이 상대의 사정을 엿보며 일찍부터 상세설계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컨소시엄 형태로 추진해도 속도는 빠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K-방산 원팀의 여망에도 부응할 수 있습니다. 호주 호위함 8척, 폴란드 잠수함 4척, 캐나다 잠수함 12척 등 해외 대형 건조사업이 줄을 잇는데 HD현중과 한화오션은 적전분열입니다. 반면 일본 조선소들은 원팀을 꾸려 정부 지원을 받으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한화오션과 HD현중도 손을 잡아야 합니다. KDDX 분할 수의계약을 계기로 한화오션과 HD현중 원팀 결성의 희망이 열립니다.
공동개발 및 동시건조의 단점들
먼저 자유시장경제의 경쟁 원리에 부합하느냐는 문제입니다. 함께 수의계약해서 공동개발하는 방식은 냉정하게 실력을 겨루는 경쟁이 아니라, 방산 생태계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고육책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KDDX 기본설계 사업의 불공정 논란에 이어, 상세설계 사업도 경쟁이 결여된 불공정이라는 비판이 나올 우려가 있습니다. 외국 업체들이 불공정한 사업 추진 방식이라며 트집을 잡을지도 모릅니다.
다음은 경쟁을 피하기 위한 짬짜미, 즉 담합입니다. 형식적으로는 나눠 먹기가 맞습니다. 조선·방산업계는 "산자부가 두 업체의 설계 및 건조 능력을 평가해 복수로 방산업체를 지정하면 담합 시비는 피할 수 있다"고 관측합니다. 정부가 공인한 적격의 복수 KDDX 방산업체들이 일종의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셈이라 담합으로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HD현중과 한화오션은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공동개발 및 동시건조 방안이 떠오르자 두 업체는 조용히, 그러나 바쁘게 계산기를 두드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겉으로는 "공식 제안이 오면 진지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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