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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김문수 취임 첫 행보마다 '임금 체불' 강조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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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노동부 장관, 취임 후 첫 기관장회의·업무지시마다 '임금체불 해결' 강조

임금 체불을 '절도·강도'에 비유까지…노동부 "김 장관 경험 토대로 한 개인 소신" 주장

임금체불→노동약자 보호→노동개혁으로 이어지는 '김문수표 노동개혁' 첫 단추로 보여

'노조=기득권 노동강자' 프레임으로 불필요한 노정 갈등 부를까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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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5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임금체불 근절과 약자보호를 위한 전국기관장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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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취임 후 첫 행보마다 연이어 '임금 체불 척결'을 강조해 눈길을 끈다.

장관 교체와 함께 '노동약자 보호'를 새 기치로 내건 윤석열 정부 노동개혁의 첫 단추로 보이지만, 자칫 '노조=노동강자'라는 프레임 짜기로 이어질까 우려도 나온다.

김문수 장관은 지난 5일 전국 고용노동관서 기관장 회의에서 "임금체불 예방과 체불임금 청산,악질 체불 사업주 처벌에 더욱 전념할 때"라고 강조했다.

앞서 김 장관은 취임 직후인 지난달 31일에도 첫 업무지시로 '임금체불 피해근로자의 신속한 권리구제와 체불 사업주 엄단'을 내린 바 있다.

물론 노동부는 설, 추석 연휴를 앞둘 때마다 으레 임금 체불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친척·친지과 만나며 돈 쓸 일이 많은 명절이면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이 체감하는 피해가 더 크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김 장관의 회의 모두발언을 곱씹어보면 평소 전임 장관들의 발언 수위에 비해 강도가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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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5일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전국 고용노동관서 기관장 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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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정부가 임금 체불을 예방·청산을 강조할 때에는 체불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 뿐 아니라, 영세 사업주들이 임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함께 강조한다. 반면 김 장관은 피해 노동자에 대해서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라"면서도, 사업주들에 대한 지원은 언급 없이 "체불 사업주에 대한 제재 강화 등 제도개선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도 높은 처벌을 강조했다.

심지어 "임금체불이 경기 여건 때문이라는 생각은과감히 버리라. 절도·강도가 많아진다고 경기 탓을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임금 체불을 절도·강도 등 강력 범죄에 비유하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 측은 젊은 시절 노동 현장 경험으로 잔뼈가 굵은 김 장관의 개인적 성향이 반영됐다고 전했다. 한 노동부 관계자는 "장관 취임 전부터 임금 체불 문제에 대해서 자주 언급했다"며 "이날 회의 직전에도 본인이 공장에서 일했던 경험을 토대로 봉급이 제때 나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했다"고 말했다.

다만 단순히 김 장관의 개인 성향을 넘어 임금 체불 해소는 노동부의 주요 과제로 이어질 전망이다. 대개 각 부처 장관의 취임 후 첫 지시는 향후 정책방향을 예고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 임명돼 윤석열 정권 초기까지 장관직을 수행했던 안경덕 전 장관이나, 윤석열 정권이 임명한 1호 장관으로 2년 넘게 일했던 '장수 장관'이었던 이정식 전 장관 모두 취임 직후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강조했다. 이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후로 산업재해 예방에 정부가 총력을 동원했던 정책 변화로 직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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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5월 14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열린 스물다섯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박수치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임금 체불 문제의 해법으로 "우리 사회도 이제 노동법원의 설치가 필요한 단계가 됐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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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26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임금 체불을 막기 위한 금융 지원'을 당부한 바 있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5월에는 체불 사업주를 "반국가 사범"이라고 비난하며 임금 체불 문제 해법으로 '노동법원 설치'까지 거론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과 김 장관이 임금 체불 해소로 '정책 코드'를 맞추는 데에는 다른 노동 정책을 추진하기도 마땅치 않은 여건에서 내린 노림수로도 볼 수 있다. 여소야대 국면에 더해, 노동계와 긴장 관계에 놓인 현 정부와 김 장관이 노사 누구도 반대할 일 없는 무난한 정책 아이템을 우선 내놓은 셈이다.

실제로 김 장관의 업무지시, 기관장회의에 대해 양대노총은 공식 논평을 따로 내놓지 않았다. 민주노총이 대변인 명의로 "체불임금 청산 총력대응은 고용노동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장관은 지불능력 없는 영세사업주에 대해 정부 책임을 강화할 뿐 아니라, 하도급 사업주 체불에 대한 본사,원청이 책임지는 제도로 개선해야 한다"고 독려하는 발언을 내놓았을 뿐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지점은 윤 대통령과 김 장관 모두 임금 체불을 문제삼을 때마다 '노동약자'라는 단어를 함께 강조하며 향후 '노동개혁' 방향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노동약자 보호는 임금체불 근절부터 시작돼야 한다"며 "임금체불 근절에서 시작한 약자 보호는 노동개혁의 시작으로서, 따뜻한 일터를 만드는 초석"이라고 해석했다. 임금체불 근절이 곧 '노동약자 보호로, 더 나아가 노동개혁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전임 이정식 장관 재임 시절 추진됐던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은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로 요약된다. 노조 회계 공시, 건설현장 특별단속 등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노사법치'에 있어서는 나름의 성과를 거뒀지만, '주 69시간' 논란에 노동시간 유연화 등 노동 정책·제도적 변화는 사실상 좌초됐다.

김 장관은 이날 임금 체불과 함께 '노동약자 보호'를 새로운 노동개혁의 첫 과제로 강조했다. 아울러 '노동약자보호법' 추진,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등을 구체적 예로 제시했다. 임금 체불을 필두로 노동약자 보호를 표방하는 '김문수표 노동개혁'의 청사진을 선보인 셈이다.

다만 최근 윤석열 정부가 플랫폼 종사자 문제의 해법으로 강조하고 있는 노동약자보호법에 대해 노동계는 적절한 해법이 아니라고 평가한다. 플랫폼 종사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기존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노동관계법을 확대 적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더 나아가 정부가 '노동약자'를 강조하는 논리가 곧 '노조=기득권을 가진 노동강자'라는 도식을 전제로 한 개념으로 악용돼 자칫 반(反)노조 행보·노동자 갈라치기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노총 전호일 대변인은 "정부가 계속 '노동약자'라는 단어를 쓰면서 노동조합을 하는 사람은 '노동강자'처럼 비유하고, 노조가 사회악인양 포장하는 것이 지금의 프레임"이라며 "노조가 진정 노동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계속 요구해온 노조법 2, 3조 개정과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주장을 정부가 깨기 위해 노동약자보호법 등을 보여주기, 물타기로 몰고 가지 않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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