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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논현로] 정치 공방거리가 된 기후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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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ㆍ한국전략경영학회 회장

기후위기 과장여부 두고 의견 갈려
데이터 기반할 때 합리적 결정나와
정보공유 늘려 ‘공유지비극’ 막아야


이투데이

우리나라는 올해 기상관측 사상 가장 더운 여름을 겪었다. 8월은 역대 가장 높은 전국 월평균 기온을 기록했으며, 전국 평균 열대야 일수는 20.2일로 기상청이 집계를 시작한 1973년 이후 최고치였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었다. 세계경제포럼은 올 7월까지 14개월 연속 지구의 월별 최고 온도 기록이 경신되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 과학자들의 예측과 일치한다. 1985년 미국 의회에서 저명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이산화탄소 배출에 따른 온실효과로 지구 온도가 상승할 것이라고 증언했다. 그의 저서 ‘코스모스’에서 세이건은 기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과학기술을 갖게 된 인류가 단기적 이익 추구와 지구의 복잡한 생명시스템 보호라는 장기적 관점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인류의 다수는 단기적 이익을 포기하지 않았고, 우리는 지금 그 결과를 마주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후 정책은 중요한 정치적 이슈가 되었다. 현재 미국 대선 후보들의 정책 중 가장 극명하게 대조되는 분야가 바로 기후와 관련된 에너지 정책이다. 1980년대 학자들의 예측과 거의 일치하는 방향으로 지구의 기후가 변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후 위기가 조작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는 과학적 토론을 가장한 정치적 토론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기후 위기를 부정하는 주장들은 대부분 이미 과학적으로 기각된 가설이나 전 세계에서 수집되는 기후 데이터에 대한 불신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청소년 19명이 우리 정부의 소극적 기후 정책에 대해 헌법 소원을 제기해 일부 인용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기후 정책의 필요성을 헌법재판소 판단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기후 정책의 필요성은 과학적 토론을 통해 확립되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및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이러한 기후 문제를 포함한 많은 정책 결정에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공할 수 있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 수집과 처리가 가능해짐에 따라, 과거 정치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었던 많은 의사결정이 더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뤄지게 됐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의 원인 및 영향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 분석 및 모델링해 정보를 생성하고, 이를 통해 과학적인 기후 해결책을 찾는 것은 뜨거워지는 지구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수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은 쉽지 않다. 데이터를 무시하거나, 일부만 선택적으로 제시하여 자신의 의견을 강화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시도가 존재한다. 이는 우리가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만든다.

따라서 우리는 보다 많은 분야에서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데이터의 오류를 찾아내고 더 잘 활용하기 위해 보다 개방적인 데이터 정책이 필요하다. 실제로 많은 기관에서 양질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으나, 이를 공유하는 데는 인색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정보는 데이터에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정보의 공유 또한 보다 나은 의사결정을 위해 중요하다. 다만 정보의 해석은 의견의 영역으로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 정보의 해석에 기반한 토론을 통해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때, 우리는 기후 변화와 같은 글로벌 문제에 대해 보다 합리적인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적으로 도출한 해결책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에 따라 발생하는 이해관계를 설득하고 조정하는 정치적 과정은 여전히 중요하다. 200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엘리너 오스트롬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자율적 조정이 기후 위기와 같은 ‘공유지의 비극’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주장하였다. 데이터와 정보의 공유는 이러한 자율적 조정의 효과성을 더 높일 것이다. 따라서 과학적 접근과 정치적 과정의 조화,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의 개방적 공유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핵심 전략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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