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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학교서 심정지 대학생, 100m 앞 응급실서 거부…의식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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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공백 사태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적절한 치료를 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숨지거나, 응급실 이송이 늦어져 상태가 위중해지는 일이 연달아 벌어졌다. 5일 오전 7시32분쯤에는 광주광역시 동구 조선대 모 단과대학 앞 벤치에 이 학교 학생 A씨(20·여)가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광주 동부소방서 119대원들은 심정지 상태로 쓰러져 있는 A씨를 발견하고 이송할 병원을 찾았다. A씨가 쓰러진 곳은 조선대병원과 직선거리로 불과 100여m 떨어져 있었다. 조선대병원 측이 “여력이 없다”고 하자 A씨는 전남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조선대병원엔 원래 전문의 8명, 전공의 8명이 근무했다. 하지만 전문의 1명은 다른 기관에 파견을 갔고, 전공의들은 모두 사직했다. 반년 넘게 7명이 24시간 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응급실 닫는 것만은 막아보자고 나섰고, 4일부터 외과 등 다른 진료과에서 매주 수요일 24시간 응급실 당직을 대신 서주기로 했다. 첫날 그런 일이 생겨서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A씨는 전남대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호흡이 돌아왔지만 의식불명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일보

김주원 기자


또 이날 부산경찰청과 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오전 8시11분쯤 부산 기장군 한 공사 현장에서 70대 남성 B씨가 공사 자재를 들고 계단을 내려오다 2층 높이에서 추락했다. 사고 현장 부근엔 해운대백병원, 양산부산대병원 등이 있었지만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이 없어 B씨는 50㎞나 떨어진 고신대복음병원으로 이송됐다. 소방 관계자는 “여러 병원에 연락한 10분을 포함해 B씨 이송에 총 40분가량 걸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B씨는 끝내 수술을 받지 못하고 이날 오후 12시30분쯤 숨졌다. 고신대복음병원 관계자는 “B씨를 진단해 보니 등뼈가 부러지면서 폐 손상 위험이 있는 등 위중했다. 흉부외과 전문의는 수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전원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른 병원을 파악하던 중 B씨가 숨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응급실 찾아 달라” 119 요청 2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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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에서 전세버스에 치여 크게 다친 70대 오토바이 운전자도 병원 16곳으로부터 이송을 거부당한 끝에 강원도 원주의 상급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C씨는 지난 4일 오후 9시쯤 청주시 오창읍의 한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몰고 가던 중 차선 변경을 하던 46인승 전세버스에 치이는 사고가 나 하반신에 다발성 골절을 입고 주요 장기가 손상되는 등 크게 다쳤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는 중증외상센터가 있는 충북 유일 상급병원인 충북대병원 등 청주권 4개 병원에 이송 가능 여부를 문의했지만 “의료진이 없다”거나 “마취과 전문의가 다른 수술을 하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거부됐다.

C씨는 사고 약 40분 만에 인근 2차 종합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었지만, 전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는 과정에서 또다시 12곳의 병원으로부터 이송이 거부됐다. 결국 C씨는 사고 4시간30여 분 만인 이튿날 오전 1시34분쯤 약 120㎞ 떨어진 강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 도착했고, 현재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상급병원 이송이 더 지체됐다면 생명이 위태로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부산=김민주 기자, 이에스더·이지영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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