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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물가와 GDP

‘손님이 아니라 손놈’ 안티투어리즘, 물가 상승에 생활불편 맞물려 곳곳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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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여행객 수가 코로나 팬데믹 이전으로 회복되는 가운데 오히려 외국 여행객을 혐오하거나 기피하는 ‘안티투어리즘(Antitourism)’ 분위기가 전세계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 대유행 당시 관광객 기근으로 고통받던 기존 분위기가 완전히 역전된 상황이다.

매년 관광객으로 발디딜 틈이 없는 주요 관광지에서는 코로나 대유행 이전에도 안티 투어리즘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이탈리아의 대표적 관광지 베네치아가 대표적이다. 매년 수천 만 명의 관광객으로 발디딜 틈이 없는 베네치아는관광업으로 상당수의 주민들이 수입을 올리지만 아이러니하게 이러한 관광객들로 일상 생활이 침범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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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정부는 지난 7월부터 올림픽 개막식과 경기가 열리는 인근 지역 보행자 이동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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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이 버리는 쓰레기로 동네가 더러워지고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소음 등으로 평온한 밤을 보내기 힘들어진 주민들은 이러한 관광객 급증에 불편함을 호소하며 반감을 키웠다. 이는 지역의 사회이슈로 확산되며 찬반 양론이 활발하게 논의된 바 있다.

이러한 안티투어리즘은 너무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의 반작용으로 평가받는다. 수용 가능한 규모를 넘어설 정도로 많은 관광객이 도시를 점령하고, 주민들의 삶을 침범하면서 곳곳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불편함이 표면화되는 것이다.

실제 안티투어리즘은 오래전부터 수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주요 관광지의 주요한 문제로 인식돼 왔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아이디어가 나오거나 제안된 바 있다.

베네치아 역시 주민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베네치아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관광세를 걷고 이를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해 절충점을 찾은 바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안티투어리즘 분위기가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7월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도심에서 안티투어리즘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이들 주민은 관광객들에게 장난감 물총을 쏘며 관광지를 떠날 것을 소리 높여 외쳤다. 또 최근 올림픽이 열린 프랑스 파리 곳곳에서도 수많은 관광객들로 불편함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볼멘소리가 커지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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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령 마요르카섬의 팔마에서 주민들이 관광 반대 행진을 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여행 수요가 치솟으면서 오버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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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분기 관광객 전년 동기 대비 20% 늘어
특히 문제는 코로나로 움츠러들었던 전세계 여행객들의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올해 1분기 전세계 관광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9% 늘어난 2억 85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코로나 대유행 직전인 2019년의 97% 수준으로 사실상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했을 뿐 아니라 조만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국내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인의 해외여행객은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93% 정도 수준인 1402만 명으로 조사됐다. 국내서는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해외 여행 감소가 예상됐지만 상반기에 예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떠난 것이다.

특히 몇년간 억눌렸던 해외 여행 심리가 올해들어 본격적으로 잠금 해제됨에 따라 향후 관광객 증가가 훨씬 가파르게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 저비용항공사(LCC)의 보급화는 저렴한 가격에 해외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진입장벽 완화에 큰 도움이 됐다.

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 역시 특정 관광지에 대한 홍보 및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시키며 폭발적인 관광객 증가를 유발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해외 도시의 정보를 손쉽게 얻고 터치 몇번으로 에어비앤비와 호텔 등 다양한 형태와 가격대의 숙소 예약을 할 수 있다. 이러한 SNS의 발달은 해외여행의 장벽을 낮췄을 뿐 아니라 특정 관광지에 더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쏠림 심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국내서도 이러한 안티투어리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인구 2만 7000명에 불과한 양양은 서핑을 즐기기 위해 찾은 젊은이들로 지역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MZ 관광객들은 낮에 서핑을 즐기고 밤엔 파티 등을 즐기며 조용했던 양양에 큰 활력을 불어넣었다. 문제는 너무 많은 관광객들이 양양을 찾으면서 주민들은 빛 공해, 소음 공해 등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양양의 문제만 해도 국내 관광객으로 인한 불편함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이름난 주요 관광지에선 해당 문제 해결이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이다.

사람이 많이 몰리기 때문에 발생하는 위와 같은 문제 외에도 다양한 현안들이 산재해 있다. 사실 최근의 안티투어리즘을 유발한 요인은 기존의 안티투어리즘과는 다소 다른 경향성을 띄고 있다고 분석된다.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것이 바로 인플레이션 문제다.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에 빠지지 않기 위해 전세계 중앙은행이 실시한 금리 인하는 과도한 유동성 공급으로 인한 부작용을 일으켰다. 유동성 증가는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고 그 와중에 터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는 일등 공신이 됐다. 이후 전 세계는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수년간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올해부터 본격적인 인플레이션 해소 분위기가 연출되며 거시 경제에 고무적인 분위기가 형성돼 왔다.

실제 유럽연합(EU)은 2년여 만에 금리 인하를 단행하는 등 더이상 인플레이션 문제에 발목잡히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바 있다. 다만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미국 중앙은행은 아직까지 신중한 모습을 보이며 금리 인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변곡점을 지나고 있는 미국 금리인하 상황에서 여행객 급증이 관광지 물가 상승의 주요 요인이 된다는 점이다.

실제 지중해의 마요르카 섬의 경우 숙박업소 부족으로 인해 일반 가정집까지 숙박업소로 바뀌며 지역 주민이 거주할 집값이 상승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월세가 치솟고 식당과 식료품 가게마저 가격인상에 나서면서 지역 주민들의 지갑을 더욱 얇아지게 만들고 있다. 관광객들이 많아 발생하는 물리적 불편함이 아닌 경제적인 부담감은 관광지 곳곳의 불만이 표출화되는 결정적 사건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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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회식을 마친 파리올림픽과 함께 미국 인기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순회 공연으로 유럽의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사회적 이슈로도 부각됐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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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러한 관광지의 물가 상승 효과는 미국의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전 세계 투어공연 ‘디 에라스 투어’에서 예견된 바 있다. 스위프트가 미국과 유럽 등 전세계 도시를 방문하며 공연에 나설 때마다 수많은 팬들이 이 곳 공연장 주변으로 몰려들며 호텔에 머물고 식당에서 밥을 먹고 대중교통이나 택시를 타는 등 통큰 소비에 나선다. 문제는 투어 공연 특성상 1~2회 공연 후 이곳을 떠나는 ‘일회성 인플레이션’ 요인과 달리 관광지의 인플레이션 문제는 변수가 아닌 상수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향후 해외여행객들이 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관광지의 인플레이션 문제는 자칫 해당 지역뿐 아니라 이를 포함한 지역 또는 국가의 물가상승 부담으로 연결될 수 있다.

특히 수많은 유적과 관광지가 넘쳐나는 유럽에는 올해 2차례의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발생하며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됐다.

바로 지난 6월 독일에서 열린 유로2024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이 그 주인공. 유럽을 대표하는 독일과 프랑스에서 벌어진 전 유럽인의 축제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렸고 실제 호텔, 식당 가격 등은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사회적 이슈로도 부각됐다. 연이어 열린 대형 스포츠 축제는 조기 금리인하를 단행한 EU에 큰 부담으로 작용될 것이란 우려를 낳으며 금융당국에 큰 긴장감을 주고있다.

실제 3주간에 걸쳐 열린 파리 올림픽으로 인해 각종 교통체증이 발생함과 더불어 시내 곳곳의 경기장 주변 통제가 시작돼 시민들의 불만이 크게 늘어났다. 또 파리 주요 간선도로 185㎞에 걸쳐 올림픽 관계자들과 버스·택시를 위한 전용 도로가 생기며 도로가 좁아져 하루종일 정체가 발생하기도 했다. 한 올림픽 반대 단체는 “올림픽 관광객을 위해 왜 파리 시민들이 이런 희생을 해야 하느냐”는 항의 성명과 함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관광세 도입 고육책
이처럼 지역 주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지방자치정부와 정부 등은 각종 당근책을 내놓고 있다. 유럽 도시들이 도입했던 관광세를 인상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올해 세계 최초로 당일치기 관광객에게 하루 5유로의 도시 입료를 시범 도입한 베네치아는 내년부터 이를 2배인 10유로로 올리기로 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역시 크루즈 기항 관광객에게 부과하는 하루 7유로의 세금을 대폭 올리기로 결정했다.

유럽뿐 아니라 아시아 관광대국 일본 역시 외국인 관광객의 숙박 요금에 세금을 징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 7월 스즈키 나오미치 훗카이도 지사는 “2026년 4월부터 숙박세를 받겠다”고 밝혔다. 현재 일본에선 도쿄도·오사카부 등 지방 정부 12곳이 숙박세를 징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홋카이도를 비롯해 미야기현 등 40곳 이상이 관광세 도입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일본을 방문하는 관광객에게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본 지방정부가 발표하고 있는 숙박세는 1박당 50~1000엔(약 440~8800원) 정도 수준으로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숙박세는 ‘관광 공해를 일으킨 관광객에게 해결 비용을 징수한다’는 징벌적 성격이 짙다. 교토시는 숙박세로 연간 약 48억엔(약 425억원)을 걷어 주민들이 겪는 불편을 줄이는 데 써 왔다. 예컨대 올 6월 주요 관광지에만 정차하는 ‘관광 특급버스’를 시작한 게 대표적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일반 버스에 몰려 주민들이 만원 버스에 시달리자 관광객을 분리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인 셈이다. 이는 관광객들의 편의를 도모하는 동시에 일반 주민들과의 물리적 분리를 통해 주민들의 일상 생활을 방해하는 요소도 제거하며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교토시는 현재 최대 1000엔인 숙박세로는 외국인 관광객을 막지 못한다고 보고 추가 인상을 추진한다.

올 3월 숙박세 도입을 선언한 야마나시현의 후지요시다시(市)는 외국인의 쓰레기 투기나 무단 주차를 단속하는 데 숙박세를 쓸 방침이다. 이 도시는 후지산 사진이 가장 잘 찍히는 곳으로 알려져 올해 관광객 170만 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전세계 곳곳에서 늘어난 관광객들로 인한 논란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를 현명하게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단순히 징벌적 성격의 관광세뿐 아니라 양측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과 방안들로 절충안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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