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9 (목)

공룡이 화석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동물에 풍부한 단백질 중 하나인 콜라겐은 물에 닿으면 잘 분해됩니다.

그런데 공룡 콜라겐은 어떻게 수천만 년을 견뎌 화석으로 남았을까?

그 이유는 콜라겐 펩티드 결합 내 원자·전자 수준 상호작용이 아미노산을 물 분자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로널드 레인즈 교수팀은 5일 미국화학회 저널 ACS 센트럴 사이언스(ACS Central Science)에서 공룡 콜라겐 펩티드 결합에서 탄소와 이중결합을 한 산소의 여분 전자 두 개가 이웃 펩티드 결합에 공유되면서 물 분자가 콜라겐에 달라붙는 것을 방해, 안정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수천만 년 이상 된 공룡 화석에서 온전한 구조의 콜라겐이 검출되는 것은 아미노산 펩티드에 존재하는 이런 원자·전자 수준의 상호작용이 가수분해에 취약한 콜라겐을 보호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콜라겐은 피부와 연골, 뼈 같은 결합 조직을 이루는 단백질로 아미노산 사슬인 단백질 가닥이 삼중나선으로 엮여 강한 섬유질 물질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미노산을 연결하는 펩티드 결합은 물에 노출되면 가수분해로 쉽게 분해돼 수분이 있는 환경에서 반감기가 500년에 불과합니다.

물이 있는 환경에 3천500년 이상 노출되면 아미노산의 99% 이상 분해돼 없어진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공룡 콜라겐은 6천800만 년 전 티라노사우루스 뼈에서 추출된 데 이어 1억 5천900만 년 전 루펜고사우루스 골격에서도 검출돼 과학자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연구팀은 이전에 콜라겐에서 가수분해가 잘 일어나지 않는 것을 설명하기 위한 가설이 여러 가지 제시됐지만 공룡 뼈에 보존된 콜라겐을 설명하기에는 물리적, 화학적 근거는 부족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이 연구에서 실험과 컴퓨터 모델링을 통해 콜라겐 펩티드를 구성하는 저분자 모방체를 만들어 거동을 조사하고, 특히 탄소와 산소가 이중결합으로 연결된 카르보닐기(carbonyl group, C=O) 사이의 상호작용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한 펩티드 결합의 카르보닐기 산소에 있는 전자 두 개가 인접한 펩티드 결합의 카르보닐기에 공유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펩티드 결합 사이에 삽입된 한 쌍의 전자가 파울리 배타 원리(Pauli exclusion principle)라는 양자 역학적 원리에 따라 물 분자가 펩티드 결합에 달라붙는 것을 방해, 아미노산 가수분해가 일어나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레인즈 교수는 공룡 콜라겐 보존에 대해 뼈가 너무 탈수돼 물이 닿지 않았을 가능성 등 다른 이론이 제시됐었지만, 콜라게이 2억 년을 견딘 것을 설명하려면 그 외에도 분자·원자 수준의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 연구는 펩티드 결합 내 원자·전자 수준 상호작용이 콜라겐 삼중나선의 펩티드 결합을 가수분해로부터 보호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이런 상호작용을 활용하면 매우 안정적이고 수명이 긴 소재 설계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진=ACS Central Science / Ronald Raines et al. 제공,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 네이버에서 S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가장 확실한 SBS 제보 [클릭!]
* 제보하기: sbs8news@sbs.co.kr / 02-2113-6000 / 카카오톡 @SBS제보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