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 주둔지인 가자지구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이스라엘 인질 오리 다니노. 하마스가 3일 공개한 영상에서 그는 "이곳은 생활 여건이 어렵다. 음식도, 물도, 전기도 없다"고 했다. /텔레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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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교전 중인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가 자신들이 살해해 이스라엘군에 수습된 이스라엘 인질들의 생전 모습을 소셜미디어에 잇따라 공개하고 있다. 이스라엘인들의 공포심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반발심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유리한 조건으로 휴전 협상을 이끌어내려는 심리전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하마스가 운영하는 텔레그램엔 지난달 31일 시신으로 수습된 여섯 인질 중 한 명인 25세 남성 오리 다니노의 모습이 담긴 2분 36초짜리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 속 다니노는 가자지구로 추정되는 억류지에서 “(이곳은) 생활 여건이 어렵다. 음식도, 물도, 전기도 없다”며 “지금 같은 상황에선 우리(인질) 중 한 명도 살아 돌아갈 수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네타냐후가 이끄는 이스라엘 전시 내각은 (하마스가 기습한) 지난해 10월 7일 우리를 보호하는 데 실패했고, 오늘도 구출 시도에 실패해 우릴 죽이려 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인들이여, 우릴 외면하지 말아 달라. 난 그저 집에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영상을 촬영한 날짜는 공개되지 않았다.
하마스는 1일 밤에도 같은 방식으로 인질들이 애타게 구조를 호소하는 장면을 담은 생전 영상을 공개했다. 이 중 24세 여성 예루살미 에덴은 울먹이면서 부모와 자매들의 이름을 부르며 “보고 싶다. 사랑한다”고 말했다. 이들 모두가 지난달 31일 가자지구 라파의 지하 땅굴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에덴 예루살미·여 24세 |
하마스는 살해한 인질들의 생전 동영상을 올리면서 “네타냐후가 협상이 아닌 군사작전을 고수하면 모든 인질이 관에 담겨 가족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위협했다. 하마스는 “인질 여섯 명의 사망이 이스라엘군의 구출 시도에 따른 맞대응이었다”고도 주장했다.
인질 살해의 책임을 이스라엘 측에 전가하는 동시에 억류하고 있는 남은 인질들도 언제든 살해할 수 있다는 협박 메시지를 동시에 발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로이터는 “하마스가 이스라엘군이 구출을 시도하면 해당 인질을 즉각 사살하는 쪽으로 지침을 고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마스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면서 1200여 명을 살해하고 250여 명을 인질로 납치했다. 이 중 생존한 인질은 60여 명 정도로 추정된다.
네타냐후는 2일 기자회견에서 “이 전쟁의 끝을 하마스가 더 이상 가자지구를 통치하지 않는 것으로 정의하고 싶다”며 하마스를 완전 격멸할 때까지 강공을 이어가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휴전 협상을 종용하는 서방과 이스라엘의 관계도 갈수록 삐걱거리는 모습이다. 영국 정부는 이날 이스라엘에 대한 기존의 무기 수출 허가 350건 가운데 30건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은 사실상 네타냐후 정권을 겨냥해 “국제법을 위반하는 데 영국이 수출한 무기가 사용될 위험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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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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