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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이슈 고령사회로 접어든 대한민국

최빈곤층 노인, 기초연금 받아도 생계급여 깎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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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노인 62만명, 기초연금 받았다가 생계급여에서 전액 삭감당해

생계급여 산정 때 반영하는 '소득인정액'에서 기초연금 빼기로

연합뉴스

"기초연금 늘면 뭐 해"…빈곤노인 주머니 늘 그대로 (CG)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사회적 약자인 저소득 노인을 더욱 두텁게 지원하겠습니다."

보건복지부는 4일 '연금 개혁 추진 계획안'을 내놓으면서 이렇게 힘주어 말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노인 세대 중 최빈곤층인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 65세 이상 노인(기초생활수급 노인)이 기초연금을 신청해 받더라도 생계급여를 깎지 않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에서 "현재 기초연금을 받으면 생계급여가 깎이는 부분이 있는데, 감액하던 금액을 추가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기초생활수급 노인들도 소득 하위 70%의 다른 노인들처럼 기초연금을 신청하면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미처 손에 쥐어보기도 전에 사실상 빼앗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에서 규정한 이른바 '보충성의 원칙'과 '타급여 우선의 원칙' 탓에 기초연금액만큼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에서 깎이기 때문이다.

'보충성의 원칙'은 소득이 정부가 정한 기준액보다 적으면 부족한 만큼 생계급여로 보충해준다는 말이고, '타급여 우선의 원칙'은 생계급여 신청자가 다른 법령에 따라 보장받을 수 있는 경우 기초생활보장 급여보다 우선해서 다른 법령에 따른 보장을 먼저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원칙으로 말미암아 기초연금법에 따라 기초연금을 받으면 공적 이전소득으로 잡혀서 생계급여를 받는 기준이 되는 '소득인정액'이 올라간다.

그러면 기초연금을 받은 액수만큼 생계급여 지원액이 감액된다.

이렇게 기초연금과 기초생활보장 급여를 연계해서 생계급여액을 깎는 방식 때문에 극빈층 노인은 사실상 기초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일각에서 기초연금을 '줬다 뺏는다'고 비판하는 까닭이다.

연합뉴스

[그래픽] 기초연금 수급자 수 추이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실제로 2022년 12월 기준으로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수급 65세 이상 노인 71만명 가운데 62만1천명은 기초연금을 받아도 보충성 원리 등으로 생계급여에서 전액 삭감당했다.

특히 8만9천명은 기초생활보장 수급 혜택을 보지 못하고 소득 기준에 걸려 탈락할까 봐 아예 기초연금 신청 자체를 포기했다.

기초연금 액수만큼 생계급여가 깎이기에 기초연금을 신청해봐야 현금 급여 실익은 실익대로 없고, 기초연금이 소득으로 잡히면서 의료급여 등 기초생활보장의 다른 급여 수급 자격까지 박탈당할까 봐 걱정해서다.

정부는 기초생활보장 수급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추가 지급하고, 생계급여 산정 때 반영하는 '소득인정액'에서 빼는 방식으로 빈곤 노인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금도 장애인연금, 장애인수당, 아동보육료, 양육수당, 국가유공자수당 등은 소득인정액 계산에 포함하지 않고 생계급여와 별도로 지급하는데, 기초연금도 이런 급여들처럼 보충성 원리에 구속되지 않게 예외를 두겠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기초연금의 적정성을 평가하고 제도 개편을 논의해온 보건복지부 산하 '기초연금 적정성 평가위원회'도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에서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평가위는 "대부분 노인이 보편적으로 받는 기초연금 혜택을 정작 극빈층인 기초생활보장 수급 노인은 못 받는 일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소득'으로 규정한 기초연금의 성격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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