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제만으론 슈퍼IP 확보 한계"…독자도 선호하지 않아
넷플릭스·티빙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는 물론이고 음원·독서 플랫폼에서도 매달 일정액을 내고 콘텐츠를 무제한 즐기는 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유독 이 같은 '구독 경제'가 힘을 쓰지 못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웹툰 업계다.
K-웹툰 (PG) |
4일 웹툰 업계에 따르면 구독형 웹툰 플랫폼의 대표주자로 꼽히던 만타(Manta)가 구독자만 이용할 수 있다는 방침을 꺾고, 회차별 유료 구매 방식을 병행하기로 했다.
이는 만타가 2020년 해외 웹툰 독자를 겨냥한 영어 서비스 플랫폼으로 첫선을 보인 이래 가장 큰 변화다.
운영사인 리디는 만타 출시 당시 월정액 구독 서비스가 이미 사업 경쟁력을 입증한 방식이라며, 이를 글로벌 웹툰 시장에 적용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구독형 서비스는 국내 양대 웹툰 플랫폼인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에서도 시도하지 않은 모델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 같은 기조를 꺾고 플랫폼 전용 전자화폐인 '젬'을 만들어 원하는 작품만 열람·소장할 수 있도록 길을 연 것이다.
여전히 구독형 서비스를 운영한다고 밝혔지만, 이를 이용할 유인은 흐려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구독자여도 '젬'을 사용하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작품 수는 총 138편이다. 이 가운데는 인기작인 '이번 생은 가주가 되겠습니다', '악역의 엔딩은 죽음뿐' 등이 포함됐다.
만타 애플리케이션 |
이처럼 웹툰 플랫폼에서 구독제를 정착시키기 어려운 이유로는 인기 웹툰을 보유한 제작사의 입김이 세다는 점이 꼽힌다.
구독형 서비스는 매달 정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플랫폼에 좀 더 유리한 방식이다.
하지만, 이른바 슈퍼 지식재산(IP)인 인기작을 보유한 웹툰 제작사들은 인기에 비례해 즉각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회차당 결제를 선호한다.
리디는 만타의 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나 혼자만 레벨업' 등을 비롯한 인기 작품을 새롭게 확보하는 데 공을 들여왔는데, 이 과정에서 슈퍼 IP를 보유한 제작사가 원하는 유료 모델을 도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웹툰 업계 관계자는 "구독제로는 작품 수급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플랫폼에서 서비스 작품) 규모를 키우려면 회차별 구매방식을 고려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독자들 역시 구독형 서비스를 선호하지 않는다. 웹툰은 드라마나 영화, 도서에 비해 시간 날 때 가볍게 즐기는 스낵컬처(언제 어디서나 가볍게 먹는 과자 같은 콘텐츠)인데, 이를 매월 일정한 금액을 지불하고 이용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직장인 성모(39) 씨는 "(독서 플랫폼) 밀리의서재는 매달 책을 제대로 보지 않아도 구독하고 있는데, 웹툰은 왠지 돈이 일정하게 나가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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