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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연금과 보험

“충전하다 불났는데 다 물어주라고?”…보험도 안되는 전기차충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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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승강기 등 사고 빈발속
재난배상책임보험 대인 보상
행안부 권고금액 절반에 불과

전기차충전소 가입의무 없어
충전중 화재나도 보상 ‘막막’
보험 가입대상·보상액 확대를


매일경제

서울 성동구 왕십리광장에서 성동소방서 소방대원들이 아파트 주차장 전기차 화재 발생 상황을 가정해 열린 대응 훈련에서 포켓식 수조 설치를 통해 진화하고 있다. 2024.8.28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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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화재·폭발, 침수 등 대형 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가스시설 등 일상과 밀접한 재난취약시설에서 인명피해를 대비해 가입하는 재난배상책임보험의 보상한도가 턱없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무 부처가 관련 법령을 개정하지 않아 가스사고와 승강기 안전사고 등의 보상 한도가 행정안전부 권고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최근에는 전기차 안전 대책의 일환으로 전기차 충전시설도 배상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가스사고, 승강기 사고, 어린이 놀이시설 사고 등에 대한 배상책임보험의 대인(對人) 보상한도가 다른 시설 사고의 5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재난배상 책임보험은 화재, 폭발, 붕괴 등 대형 사고로 인해 다른 사람이 입은 신체나 재산 피해를 보상하는 상품이다. 정부가 규정한 재난취약시설을 운영하는 사업자는 의무 가입해야 한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021년 총 58개 재난배상 책임보험의 권장 가입 금액을 일원화해 사망·후유장애는 1억5000만원 이상, 부상 3000만원 이상으로 정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가스사고, 승강기 안전사고, 어린이 놀이시설 사고 등 12개의 재난배상책임보험은 보상 한도는 사망·후유장애 8000만원 이상, 부상 1500만원 이상으로 3년째 정부 권고의 절반 수준에 멈춰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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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재난안전의무보험의 근거법령과 주무부처가 각각 상이하기 때문이다. 가령 가스사고배상책임보험은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 의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승강기안전사고배상책임보험은 승강기법에 따라 행정안전부가 담당한다. 각 주무부처별로 해당 법령을 개정해 의무보험 가입금액을 상향할 필요가 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보장 공백에 대한 염려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부 권고 수준 이상으로 높여서 재난배상책임보험을 가입할 수 있다고 안내해도 비용 등의 문제로 권고수준 만큼만 가입하는 사업자들이 대부분”이라며 “가스사고처럼 보장한도가 정부 권고보다 낮은 경우는 상황에 따라 피해자에게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을가능성이 있”고 지적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자동차보험의 책임보험처럼 대인 보상한도를 꾸준히 늘려갈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97년 6000만원이었던 자동차 책임보험 보상한도는 2004년에는 1억원으로 늘었고, 2016년에는 1억 5000만원까지 확대됐다.

대형사고도 늘어나는 추세다. 가스안전공사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매년 100여건의 가스사고로 1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승강기 사고는 작년 43건으로 전년(56건)보다 줄었지만 사망자는 4명에서 6명으로 늘었다. 어린이 놀이시설 사고도 작년 166건이 발생했고, 가장 위험한 추락사고가 70%에 달했다.

인천 전기차 화재사고를 계기로 전기차 충전소도 배상책임보험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방청에 따르면 2021년부터 작년까지 3년간 전기차 화재 139건 중 19.4%가 충전중에 일어났다. 운행 중(48.9%)에 가장 많이 불이났고, 주차중이 2위(27.3%)였다.

전기차 충전소는 이달 기준 35만9000여개로 내년까지 50만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주유소, LPG충전소, 수소충전소 등과 달리 전기차 충전소는 배상책임보험 대상에서 빠져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전기차 화재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사고의 책임소재를 가리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배상책임보험이 의무화되면 피해자에 대한 보상에 좀 더 속도가 붙을 수 있”고 말했다.

재난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는 사업자에게 안전관리 노력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참여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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