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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압록강 수해 현장마다 트럭·포클레인…“중장비 없어 삽질” 보도 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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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24년 8월 하순 압록강 상류 양강도에서 홍수로 무너진 강변도로를 보수하고, 쓰러진 전신주를 다시 세우려 중장비를 동원해 작업하는 북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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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하순 단둥 호산장성에서 바라본 압록강 하류 하중도인 어적도(평안북도 의주군)의 홍수에 전쟁 폐허처럼 변해버린 북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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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은 무심하다. “7월27일 북부국경지대와 중국 쪽 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압록강의 수위가 위험계선을 훨씬 넘어섬으로써, 지형지물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깊숙이 잠겨든 침수지역”이 발생했다는 노동신문 보도가 있었지만, 강은 여전히 아무 말이 없다. 뒷수습은 사람의 일이다. 침수 피해가 발생한 지 한달이 더 지났지만, 운봉·왕장러우(망강루)·문악·위원·수풍·타이핑완(태평만)댐(상류부터 순서대로) 등 조·중이 공동 운영하는 압록강의 6개 수력발전소는 여전히 엄청난 양의 물을 수문 밖으로 쏟아내고 있다. 주인 잃은 신발짝과 같은 온갖 ‘삶’의 흔적이 거센 물살에 밀려 서해로 떠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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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하순 압록강 최대 댐이자 소양호의 4배가 넘는 담수 능력을 지닌 수풍댐이 방류를 하고 있다. 7월 하순 압록강변의 기록적 폭우와 홍수 뒤로도 한달 넘게 압록강의 조·중 공동 운영 6개 수력발전소인 운봉·왕장러우(망강루)·문악·위원·수풍·타이핑완(태평만)댐(상류부터 순서대로)은 수문을 열어 엄청난 양의 물을 쏟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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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은 담수 능력이 소양호의 4배가 넘는 수풍호를 품고 있는 한반도에서 가장 긴 강(803.3㎞)이다. 남과 북을 분리한 군사분계선(휴전선, 248㎞·155마일)의 3.2배 남짓 길이다. 그만큼 범람 피해도 긴 영역에 걸쳐 깊을 수밖에 없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7월28일 평안북도 신의주시·의주군 ‘큰물피해현장’을 찾아 “평북도와 자강도, 량강도(양강도)의 압록강 연안의 일부 군내 지역들을 특급재해비상지역으로 선포”한 까닭이다. 압록강 상류 양강도 삼수군에서 자강도를 거쳐 하류 평안북도 신의주시 하단리까지 강변 사람들은 수해를 딛고 일어서려 몸부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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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하순 단둥 호산장성에서 바라본 압록강 하류 하중도인 어적도(평안북도 의주군)의 천막촌. “인민대중제일주의 결사관철”이라는 구호판이 내걸린 천막촌은 ‘돌격대’의 임시거처인 듯한데, 평양으로 떠나지 않은 수해민도 함께 지내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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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변은 수해 복구 중





하단리는 의주군 서호리·강운리와 함께 “큰물 피해가 큰 지역”으로 노동신문이 지목한 곳이다. 압록강 중간의 섬인 위화도에 있다. 이성계가 조선 창업의 결정적 계기로 삼은 ‘회군’의 무대다. “당에서 특별 파견한 별동대”로 불리는 “백두산영웅청년돌격대”의 침수 살림집·건물 철거 작업이 한창이다. 강 건너 단둥강변공원에서 얼핏 보기에도 수백명의 작업 인력과 여러대의 포클레인·트럭 등 중장비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더위 탓에 웃통을 벗고 안전모도 쓰지 않은 청년 여럿이 홍수에 지붕이 쓸려 나간 2층 건물에 올라타 대형 망치로 벽을 부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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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하순 단둥강변공원에서 바라본 압록강 하류 하중도인 평안북도 신의주시 하단리의 수해 복구 현장. 홍수로 지붕이 없어진 2층 건물에 돌격대원들이 올라가 철거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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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 하류의 어적도(평북 의주군)는 홍수에 마을이 쑥대밭이 됐다. 전쟁 폐허처럼 살림집들이 파손됐다. 이곳에도 ‘돌격대’의 철거·복구 작업이 한창이다. 너비 10m도 안 되는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어적도와 마주한 단둥 호산장성에 오르면 폐허가 된 북녘 마을과 함께 거대한 파란색 천막촌이 눈에 들어온다. “인민대중제일주의 결사관철”이라는 구호판이 걸린 천막촌은 ‘돌격대’의 임시거처인 듯한데, 평양으로 떠나지 않은 수해민도 함께 지내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호산장성은 고구려 옛성 ‘박작성’ 터에 세워진 산성으로, 중국이 ‘만리장성 동단 기점’이라 주장하는 복잡한 역사를 품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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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하순 양강도 김형직군엔 평양에서 파견된 ‘중앙기관당원대대’가 투입됐다. 얼핏 보기에도 대형 트럭 6대, 포클레인 2대, 트랙터 1대를 포함한 다수의 중장비가 강변도로에 즐비하고 숱한 작업 인력이 오간다. ‘김형직’은 김정은 위원장의 증조할아버지다. 정치적 상징성이 큰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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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강도 김형직군엔 평양에서 파견된 ‘중앙기관당원대대’가 투입됐다. 얼핏 보기에도 대형 트럭 6대, 포클레인 2대, 트랙터 1대를 포함한 다수의 중장비가 강변도로에 즐비하고 숱한 작업 인력이 오간다. ‘김형직’은 김정은 위원장의 증조할아버지다. 정치적 상징성이 큰 지역이다. 김형직군 라죽리(나죽리) 강변에선 수십명의 돌격대원이 살림집 재건 공사에 쓸 벽돌 만들기에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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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하순 압록강 상류 양강도 김형직군 라죽리(나죽리) 강변에선 수십명의 돌격대원이 살림집 재건 공사에 쓸 벽돌 만들기에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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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김정은 위원장이 “오늘의 재난을 지방 개화의 분수령으로 바꾸려 한다”며 “전국가적인 집중력과 전인민적인 동원력”을 발휘해 “농촌의 도시화·현대화·문명화 실현의 본보기, 교과서적인 실체로 만들자”라고 독려한 데 따른 ‘실행’ 움직임이다. 김 위원장은 수해 복구 참여를 자원한 청년이 “30만명”에 이르고, 평북에만 “인민군과 청년들 13만여명”이 투입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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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하순 압록강 상류 양강도에서 홍수로 무너진 강변도로를 보수하고, 쓰러진 전신주를 다시 세우려 중장비를 동원해 작업하는 북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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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기관의 북한 전문가는 “압록강변 오지의 수해 복구 현장마다 트럭과 포클레인이 들어와 작업을 하는 모습은 놀랍다”며 “북한 당국의 위기관리 능력과 행정력이 많이 회복된 듯하다”고 말했다. “중장비가 없어서 삽과 곡괭이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대북 소식통의 주장에 기댄 남쪽 유력 방송사의 ‘단독보도’가 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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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하순의 어느 날 중국 랴오닝성 단둥의 강변공원에선 단둥의 시민들이 일상처럼 아침 건강체조를 하는데, 강 건너 위화도 하단리의 부서진 살림집은 쨍한 여름 태양 아래서도 무채색이다. 고통은 함께 나누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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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은 나누기 어렵고 삶은 모질다





압록강은 조·중 접경에 때론 풍요를, 때론 고통을 안긴다. ‘스스로 그러한’ 자연(自然)의 표변을 행 또는 불행으로 만드는 건 사람, 더 정확히는 사회의 일이다. 고통은 함께 나누기 어렵다. 강변공원에선 단둥의 시민들이 일상처럼 아침 건강체조를 하는데, 강 건너 하단리의 부서진 살림집은 쨍한 여름 태양 아래서도 무채색이다. 압록강단교 아래서 출발하는 유람선은 ‘지침’에 따라 평소와 달리 위화도 쪽으론 가지 않는다. 한국전쟁 때 미군 폭격으로 동강난 단교는 시진핑 시대 ‘홍색관광’(사회주의 애국 관광)의 주요 무대다. 선착장의 상인은 “북쪽의 요청이 있었다고 들었다”고 전한다. 피해를 내보이고 싶지 않은 북쪽의 요청이 먼저인지 이웃의 고통을 구경거리 삼지 않으려는 중국 당국의 배려인지는 알 수 없다.



고통 나누기의 어려움은 같은 공동체 안에서도 다르지 않다. 수풍호 방류로 쓰러진 국경 철조망을 일으켜 세우려 애쓰는 인민군 곁에 강물에 뛰어들어 투망을 하는 이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자강도 만포시 북쪽 문악동 강변 들판에선 북녘 농민 수십명이 쏟아지는 빗속에 가을 파종에 분주하다. 삶은 모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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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하순 어느 날, 압록강변 자강도 만포시 북쪽 문악동 강변 들판에선 북녘 농민 수십명이 쏟아지는 빗속에 가을 파종에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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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농촌마을 개발은 계속된다





그럼에도 압록강변 북녘 풍경의 변화는 크고 빠르다. 신의주시의 원통형 세쌍둥이 주상복합 아파트 사이에 두 동이 새로 올라오는 등 신축 고층 건물이 여럿 눈에 띈다. 양강도 도청 소재지인 혜산시엔 “올해 들어 20여동의 고층 건물이 새로 들어섰다”고 강 건너 창바이현의 상인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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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하순, 북한의 조·중 접경 최대 도시인 신의주시 압록강변에 새로 들어선 원통형 세쌍둥이 주상복합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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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하순 북한의 조·중 접경 최대 도시인 신의주시 압록강변의 원통형 주상복합 아파트. 2023년 9월엔 세동만 있었는데 그 사이로 새 건물이 올라오고 있다. 신의주는 공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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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삼수군 강변 농촌마을에선 ‘돌격대’의 퇴락한 일자형 단층 살림집 철거 작업이 한창이었는데 (한겨레 2023년 10월4일치 1·4·5면), 어느새 3·4층짜리 새 농촌문화주택이 빼곡하게 들어섰다. 11개월 사이의 변신이다. 삼수군은, 매우 곤란한 처지에 몰렸음을 뜻하는 “삼수갑산을 가더라도”라는 비유를 낳은 한반도의 오지 중 오지다. 평북 정주가 고향인 시인 백석이 ‘파견’이라는 이름으로 유배돼 협동농장에서 고된 노동을 한 지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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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하순, 압록강 상류 양강도 삼수군의 농촌마을. 돌격대가 낡은 농촌 살림집을 부수는 작업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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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하순 압록강 상류 양강도 삼수군의 농촌마을. 2023년 9월엔 낡은 농촌 살림집 허물기가 한창이었는데, 11개월 사이에 3·4층짜리 새 농촌문화주택이 빼곡하게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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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변의 모든 지역이 빠르게 변화하는 건 아니다. 신의주·혜산 같은 대도시와 강변 농촌마을엔 새 건물이 빠르게 들어서는데 만포시·김형직읍·김정숙읍 같은 중소도시엔 눈에 띄는 변화가 없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김정은식 새마을운동으로 도농 격차가 줄어드는 한편에선 대도시와 중소도시 사이 발전의 편차가 커질 수도 있겠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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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하순, 중국 지린성 린장시 왕장춘(망강촌)과 압록강을 사이에 둔 자강도 중강군 농촌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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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하순 중국 지린성 린장시 왕장춘(망강촌)과 압록강을 사이에 둔 자강도 중강군 농촌마을. 2023년 9월 하순의 사진과 비교해 보면, 지난 7월 하순 압록강 범람으로 강변의 큰 나무가 쓸려 사라지고 대형 시설물(푸른색 지붕)과 여러 살림집이 파괴됐다. 원색의 마을 풍경이 무채색으로 퇴락했다. 다만 마을 위쪽 주황색 기와를 얹은 새 살림집 10여채와 마을 외곽 4층짜리 새집의 존재는, 이 마을이 재개발 와중에 수해를 입었음을 증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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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와 농촌 개발 사이에서





압록강변 북녘 농촌마을은 ‘헌집 부수고 새집 짓기’라는 희망과, 참혹한 수해라는 절망 사이의 어딘가에 있다. 중국 지린성 린장시 왕장춘(망강촌)과 압록강을 사이에 둔 자강도 중강군 농촌마을이 특히 그렇다. 7월 하순 압록강 범람으로 강변의 큰 나무가 쓸려 사라지고 대형 시설물(푸른색 지붕)과 여러 살림집이 파괴됐다. 2023년 9월 하순과 비교해 원색의 마을 풍경이 무채색으로 퇴락했다. 다만 마을 위쪽 주황색 기와를 얹은 새 살림집 10여채와 마을 외곽 4층짜리 새집의 존재는, 이 마을이 재개발 와중에 수해를 입었음을 증언한다. 접경지 북녘 마을을 오래 관찰해온 한 북한 연구자는 “이 마을은 압록강변 북녘의 현실·변화·지향을 한데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이라고 했다. 중강군은 한반도에서 가장 추운 지역이다. 이 마을 사람들이 겨울이 오기 전에 새집을 지어 추위를 피할지는 알 수 없다. 마을 왼쪽 모래사장에선 주택용 벽돌을 만드는 사람과 장비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김정은 위원장은 “(수해 피해) 살림집 건설이 끝나 생활이 안정될 때까지 두석달”이 필요하다고 했다.





혜산시의 ‘활기’





수해의 고통에도 먹고 자고 일하고 사랑하는 일상은 계속된다. 백두산 자락 창바이현과 마주한 북녘 내륙 접경 최대 도시인 혜산시의 일상은 활기차다. 해 질 무렵 혜산 상설재래시장엔 수백명의 시민과 상인이 뒤엉켜 오간다. 맨눈으로 볼 순 없고, 창바이현의 탑산공원에 올라 돈을 내면 고성능 망원경으로 살필 수 있다. 15분 기본사용료 20위안(3800원)에 해설 비용 10위안(1900원)을 더 내면, 상인의 해설과 함께 보고 싶은 곳에 렌즈를 맞춰주는 ‘친절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다. 10위안짜리 ‘해설 서비스’는 2023년 9월엔 없던 신상품이다. 그새 망원경은 3대에서 5대로 늘었다. 중국 상인의 ‘소비자 맞춤형 신상품 개발’은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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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하순, 압록강 상류 양강도 혜산시 위연역 인근 강변도로엔 출근시간이 지났는데도 사람을 가득 실은 만원 대형버스와 봉고버스, 트럭, 오토바이, 자전거, 양산을 쓴 여성들의 이동이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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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산 위연역 인근 강변도로엔 출근시간이 지났는데도 사람을 가득 실은 만원 대형버스와 승합차, 트럭, 오토바이, 자전거, 양산을 쓴 여성들의 이동이 분주했다. 남북한 교통 문제를 연구해온 북한 전문가는 “교통량이 크게 늘고 오가는 차량의 종류가 다양해진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혜산의 경제가 돌아간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상승세의 조-중 무역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2023년 북한의 대외무역이 27억6912만달러로, 2022년 대비 74.6% 늘었다고 발표했다. 북한 대외무역의 98.3%가 중국 몫이다. 접경에서 관찰한 조-중 무역도 상승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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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하순 어느 날 해 질 무렵 ‘조중우의교’(압록강대교)를 신의주→단둥 방면으로 50여대의 화물트럭이 2시간 새에 지났다. ‘단선 철교+인도교’로 이뤄진 복합교량인 조중우의교는 조-중 최대 무역 창구인 신의주와 단둥을 잇는 유일한 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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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질 무렵 ‘조중우의교’(압록강대교)의 신의주→단둥 방향으로 50대가 넘는 화물트럭이 2시간 새에 지났다. ‘단선 철교+인도교’로 이뤄진 복합교량인 조중우의교는 조-중 최대 무역 창구인 신의주와 단둥을 잇는 유일한 다리다. 철교와 인도교가 모두 단선이라 오전엔 단둥→신의주, 오후엔 신의주→단둥 방향으로만 차량이 움직인다. 2023년 9월 하순에 2시간 동안 화물트럭 1대만 본 것에 견주면 큰 폭의 물동량 증가다. 단둥 상인들은 “조선의 수해 이후 많은 지원 물자가 들어갔다”고 말하는데, 사실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다. 조·중 정부 모두 지원 여부에 대해 공식 발표가 없다. 김정은 위원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물자 지원 제안을 거절한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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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하순, 조-중 접경 내륙 최대 무역 창구인 혜산시와 창바이현 사이에도 물동량 증가세가 뚜렷하다. 해 질 무렵 압록강을 건너 혜산세관으로 들어가려는 화물을 가득 실은 대형 트럭이 여러대 목격됐다. 화물트럭 뒤로 김일성의 일제강점기 항일무장투쟁 경력을 상징하는 보천보전투를 기념하는 조형물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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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 접경 내륙 최대 무역 창구인 혜산시와 창바이현 사이에도 물동량 증가세가 뚜렷하다. 해 질 무렵 압록강을 건너 혜산세관으로 들어가려는 화물을 가득 실은 대형 트럭이 여러대 목격됐다. 창바이현 세관에는 짐을 가득 실은 대형 트럭 20여대가 혜산으로 들어가려 대기 중이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1996년부터 접경 답사를 했는데, 이런 풍경은 처음”이라며 “압록강철교와 혜산인도교의 물동량을 보건대 조-중 교역이 지난해보다 활성화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북쪽 나진선봉과 이어지는 중국 훈춘 취안허에도 새 대형 세관 건물이 완공을 앞두고 있다.





‘조중압록강대교’ 개통 준비?





조-중 관계의 풍향계로 불리는, 신의주와 단둥을 잇는 ‘조중압록강대교’(‘신압록강대교’)는 여전히 미개통 상태다. 2009년 10월 원자바오 중국 국무원 총리 방북 때 건설 합의가 이뤄져, 중국 정부가 22억2천만위안을 들여 건설한 4차선 대형 현수교(길이 3016m)로 두 나라를 잇는 최장·최신 인도교다. 2010년 5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방중 때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합의한 ‘(압록강 하구) 황금평·위화도 경제지대’ 창설과 함께 “김정일이 아들 김정은한테 전하려 한 중국식 개방 결심의 상징”이라 불린다. 그런데 조중압록강대교는 2015년 가을 완공되고도 10년 가까이 개통되지 않고, ‘황금평·위화도 경제지대’ 공동관리위 청사도 황금평 들판에 을씨년스러운 모습으로 퇴락해가고 있다. 조중압록강대교 개통과 황금평 경제지대가 불러올 경제 효과를 기대하고 단둥 부동산에 투자한 이들을 절망에 빠뜨린 ‘답답한 교착’의 원인을 알 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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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 관계의 풍향계로 불리는, 신의주와 단둥을 잇는 ‘조중압록강대교’(‘신압록강대교’)는 2024년 8월 여전히 미개통 상태다. 2009년 10월 원자바오 중국 국무원 총리 방북 때 건설 합의가 이뤄져, 중국 정부가 22억2천만위안을 들여 건설한 4차선 대형 현수교(길이 3016m)로 두 나라를 잇는 최장·최신 인도교다. 2010년 5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방중 때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합의한 ‘(압록강 하구) 황금평·위화도 경제지대’ 창설과 함께 “김정일이 아들 김정은한테 전하려 한 중국식 개방 결심의 상징”이라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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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변화의 조짐이 없진 않다. 대교 남단 새 중국 세관 건물에 추가 공사가 이뤄지고 있고, 북녘 노동자 여럿이 다리에 올라 보수 공사를 하는 ‘희귀한 장면’도 포착됐다. 기대를 낳는 꿈틀거림이다. 역시 맨눈으로 볼 순 없고, 단둥강변공원에 설치된 고성능 망원경을 써야 한다. 3분에 10위안(1800원)이다. 관광객의 관심을 ‘돈’으로 만드는 데 민첩하다.



대교 연내 개통 여부는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 방문 현실화 여부와 함께 ‘이상징후’까지 거론되는 지금의 미묘한 조-중 관계가 어디로 나아갈지를 가늠할 ‘풍향계’다.





조용한 두만강 철교





중국 영토의 동쪽 끝 훈춘시 팡촨 용호각에서 바라본 ‘조-러 우호교’(철교), 철교 양안의 러시아 하산역과 북녘 두만강동은 조용했다. 평일에도 줄을 서서 용호각에 오르는 중국 관광객의 폭증을 빼고는, 2023년 9월 하순에 비해 크게 달라진 모습이 눈에 띄지 않는다. 조·중·러 3국이 마주한 이곳의 동향은 조중·조러·중러, 3개의 양자관계와 조·중·러 삼각관계의 향배를 가늠할 시금석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지난 5월16일 “중국 선박이 두만강 하류를 지나 바다로 항행하는 사안과 관련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건설적인 대화를 진행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공동성명을 발표했고, 조·러 양국은 지난 6월19일 푸틴 대통령의 평양 방문 때 “두만강 국경 자동차다리 건설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중국은 동해 항구가 없다. 팡촨에서 두만강을 따라 조-러 국경 16.93㎞를 더 가야 동해에 이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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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하순, 중국 영토의 동쪽 끝 훈춘시 팡촨 용호각에서 바라본 ‘조-러 우호교’(철교), 철교 양안의 러시아 하산역과 북녘 두만강동은 조용했다. 평일에도 줄을 서서 용호각에 오르는 중국 관광객의 폭증을 빼고는, 2023년 9월 하순에 비해 크게 달라진 모습이 눈에 띄지 않는다. 중국 쪽 강변에 관광객들의 산책과 조망을 위한 데크길이 새로 조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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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정상의 합의 실행과 관련해선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이 성사돼야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조·러의 ‘두만강 자동차다리 건설’ 합의는 “다리를 놓을 위치를 정하고 설계를 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터라 외견상 변화를 관측하려면 1~2년의 시간은 필요할 것”이라고 이종석 전 장관은 예상했다.



글·사진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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