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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 (일)

[경제직필]낙관적 전망과 긴축예산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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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나라살림에 대한 계획서라고 볼 수 있는 2025년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2025년 예산안은 우리 경제와 사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고 하는 것인지에 대해 진취적이지도 않고 현재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기에도 매우 아쉽다고 생각한다. 이번 예산안에 드러난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세입예산이다. 내년 예산안에 반영된 총수입은 651조8000억원이다. 이 중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국세수입이 382조4000억원으로 58.7%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는 공공서비스 수수료, 사회보험료 등의 국세외수입으로 매년 큰 변동 없이 안정적인 수입흐름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2021년부터 3년 연속 큰 폭의 세수오차를 기록할 정도로 변동성이 높고 정부의 전망 역시 큰 폭으로 틀린 국세수입이다. 내년 국세수입은 올해 예산상의 국세수입 367조3000억원이 다 걷힌다는 전제하에 이보다 4.4%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하지만 7월 현재 국세수입은 예산 대비 56.8%의 진도율을 보이고 있으며 법인세수의 극심한 저조로 말미암아 올해도 세수결손이 확실시되고 있다. 만약 올해 20조원 정도 세수결손이 될 경우 내년 국세수입은 올해보다 무려 10% 증가해야 가능한 규모이다. 정부가 바라보는 내년 경상성장률이 4.5%인데 국세수입이 10%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본 것이다. 더욱이 2022년, 2023년 감세정책에 따른 청구서가 날라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둘째, 지출예산이다. 내년 총지출은 677조4000억원으로 작년 예산보다 3.2% 증가한 것이며 2024년 증가율 2.8%보다는 커졌지만 실상을 보면 매우 작은 증가율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 지출 중 법령에 따라 지출 규모가 결정되는 법정지출 및 이자지출을 의무지출, 그 외의 지출을 재량지출이라고 한다. 2025년 지출 중 54%가 의무지출이고 46%가 재량지출이다. 그런데 의무지출 증가율은 5.2%로 2025년 총지출 증가율 3.2% 중 대부분(2.8%포인트)을 차지하고 있다. 고령화, 물가상승 등으로 인한 의무지출 증가 이외에 정부가 정책적 의지를 갖고 경기침체 극복, 사회불평등 해소, 취약계층 지원 등 각종 사회경제 문제 해결을 위한 재량지출은 0.8%에 불과하다. 재량지출 증가율 0.8%는 이 정부의 정책 어젠다와 역량의 크기를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작년 큰 폭의 예산삭감을 했던 R&D 분야가 11.8% 증가했지만 2023년 수준으로 회복된 것에 불과하다. 2024년 대폭의 예산삭감의 원인이 되었던 ‘비효율적 예산 사용과 나눠먹기식 예산배분 등의 낡은 관행’ 문제가 해소된 것인지 궁금하다. R&D 분야 이외에는 대부분 도토리 키재기 형식으로 1~4% 정도 증가하였을 뿐이다. 국제통화기금이 지난 4월 발간한 세계경제전망에 따르면 2025년 한국경제의 산출 갭(output gap, 양수(+)면 경기 상승세, 음수(-)면 경기침체)은 2023년, 2024년에 이어 여전히 음수이다. 즉, 경기대응적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예산안에 나타난 정부대응은 여전히 긴축적이다.

셋째, 재정건전성에 대한 집착이 여전하다. 내년도 관리대상수지 적자와 국가채무는 GDP 대비 2.9%와 48.3%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리대상수지 적자비율은 코로나19 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국세수입 전망이 낙관적이어서 관리대상수지 적자비율 역시 낙관적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작년 56조원의 세수결손 대응을 위해 ‘외국환평형기금→공공자금관리기금→일반회계’ 전출을 통해 적자성 국가채무비율을 늘리지 않고 실질적인 채무증가를 가져온 변칙적인 행위로 국가채무비율을 낮게 유지하는 것이 과연 무슨 소용이 있는가? 이는 벌거벗은 임금님을 위해 투명한 망토라도 둘러씌운 격이 아닌가? 3% 재정수지 적자 비율과 50% 국가채무비율 등의 ‘매직넘버’에 굳이 집착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도통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내년보다는 올해가 더욱 걱정된다. 올해 1분기 GDP 성장률의 반짝 반등에 기대어 2024년 2.6% 성장률이 실현될 것이라고 정부는 여전히 믿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 KDI 등은 내수침체의 골이 깊어져 가는 것을 보고 이번 여름 서둘러 올해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였다. 수출 성장세를 걷어내고 보니 민간소비와 기업의 투자 모두 좋지 않아 하방리스크는 더욱 더 커져가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튼튼한 재정을 위해 가장 취약한 계층의 민생을 허허벌판으로 내몰고 있다. 올해와 내년 모두 적극적인 재정보강이 국회심의를 통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경향신문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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