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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 (일)

'진퇴양난' 이디야커피, 저가커피 딜레마 벗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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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야커피, 매장 수 기준 1위 내줘
올해 출점 매장 100개도 안 돼
가성비 브랜드 이미지 내준 후 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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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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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야커피가 사면초가의 위기에 빠졌다. 잇단 가격인상으로 스타벅스와 투썸플레이스 등 대형 커피전문점 브랜드와의 비교우위를 잃은 데 이어 1000원 후반에서 2000원대 아메리카노로 치고 올라오는 메가커피·컴포즈커피 등 초저가 브랜드와의 경쟁에서도 뒤처지고 있다. 자칫하면 영광의 시기를 보내다가 몰락한 카페베네·엔제리너스커피 등의 뒤를 이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위' 뺐겼다

이디야커피는 오랫동안 국내 커피전문점 매장 수 기준 1위를 지켜왔다. 지난 2013년 1000호점, 2016년 2000호점을 차례로 돌파했고 2019년엔 3000호점을 냈다. 올해엔 4000호점 돌파가 유력하다. 소형 매장이 많아 매출로는 스타벅스나 투썸플레이스 등 대형 브랜드를 따라가기 어렵지만 확장성만큼은 독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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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야 연간 실적/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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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000원대 아메리카노를 내세운 초저가 커피 브랜드들이 불황을 타고 급성장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그 선두에는 메가커피가 있다. 메가커피는 창업 4년 반 만인 2020년 1000호점을 돌파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2022년엔 2000호점, 올해 5월엔 3000호점을 돌파했다. 2년에 1000개씩 늘어난 셈이다.

실제로 매장 수로는 이미 메가커피가 이디야커피를 따라잡은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맵 기준 이디야커피는 현재 전국에 2716개 매장이 있는 반면, 메가커피는 3198개 매장이 검색된다. 일부 중복 검색과 변동을 고려하더라도 격차가 크다. 업계에서도 올해 실 매장 수는 메가커피가 앞선 것으로 보고 있다.

4000호점<3000호점인 이유

4000호점 돌파를 앞두고 있는 이디야커피가 3000호점을 갓 돌파한 메가커피보다 매장이 적은 건 폐점률 차이 때문이다. 업계에서 말하는 '호점'은 폐점을 고려하지 않은 오픈 순서다. 예를 들어 10호점 오픈 후 3개 매장이 문을 닫아 실제 운영 매장이 7개인 상황에서 신규 매장이 오픈하면 이 매장은 8호점이 아닌 11호점이 된다. 많이 열고 많이 닫는 브랜드일수록 '호점' 숫자와 실제 매장 숫자 간 괴리가 커진다.

가맹사업거래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이디야커피의 폐점률(전체 매장 대비 폐점 매장 수)은 2020년 2.8%, 2021년 2.9%, 2022년 6.5%(2023년 미공개)로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계약해지 매장 수도 2019년 50개에서 2020년 81개, 2021년 88개, 2022년 196개로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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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커피 매장 수 추이/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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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간 메가커피의 폐점률은 0.7%, 0.5%, 0.5%로 업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연 평균 계약해지 매장 수가 한자릿수에 머문 덕분이다. 초저가커피의 쌍두마차 컴포즈커피 역시 최근 3년간 계약해지 건수가 26건에 불과하다. 많은 점포를 확보한 지 오래되지 않아 계약만료건이 적다는 것을 고려해도 낮은 수치다.

더 큰 문제는 출점속도다. 이디야는 지난해 말 괌 1호점을 오픈하며 3900호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4000호점을 내지 못했다. 메가커피가 연 500개의 신규 매장을 내는 동안 이디야커피는 연 100개를 여는 것도 버거워졌다는 의미다.

어쩌다 이렇게

저가커피 시장을 이끌던 이디야커피의 부진은 전략의 실패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저가커피라는 인식이 새겨진 상황에서 품질 강화를 내세우며 가격 인상에 나서자 소비자들이 등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저가커피 시장은 충성도가 극도로 낮은 시장이다. 이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가격'이다. 가격이 오르면 곧바로 다른 저가커피 브랜드로 갈아탄다. 품질은 크게 따지지 않는다. '이 가격에 이정도면 괜찮다'가 기본적인 마음가짐이다.

이디야커피는 3000호점 돌파를 목전에 뒀던 2019년 초 350억원을 들여 자체 로스팅 공장 '드림팩토리' 착공에 들어갔다. 자체 로스팅을 통해 원가경쟁력을 높이는 게 첫 번째 목표였다. 그 다음은 믹스커피 등 인스턴트 커피 라인업을 늘려 해외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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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평택 드림팩토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하고 있는 문창기 회장/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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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기 이디야커피 회장은 당시 "글로벌 시장에서 이디야커피를 즐길 날이 머지 않았다"며 "로스팅부터 포장까지 100% 자체 제작한 비니스트를 전 세계 마트에서 판매하는 게 목표"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지난해 이디야커피의 매출원가율은 63.8%로, 드림팩토리 가동 전인 2019년 63.7%보다 소폭 높아졌다. 해외진출 역시 난항을 겪었다. 2022년 예정이었던 해외 1호점(괌)은 1년이 지난 지난해 말에야 문을 열 수 있었다. 인스턴트커피 브랜드 '비니스트' 역시 점유율이 0%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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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야커피의 로스팅공장 드림팩토리 전경/사진제공=이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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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야의 이런 행보는 고스란히 가격에 반영됐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가 4100원이던 2014년, 이디야커피의 아메리카노는 60% 수준인 2500원이었다. 이디야는 2014년과 2018년, 2022년(아메리카노 제외)에 각각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지금 양 사의 아메리카노 가격은 4500원과 3200원으로, 이디야커피의 가격이 스타벅스의 70%를 웃돈다. 반대로 1500원인 메가커피 아메리카노는 이디야커피의 절반 이하다.

물론 이제와서 이디야커피가 가격을 30% 이상 낮춰 메가커피·컴포즈커피와 경쟁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가격을 20% 올려 스타벅스나 투썸플레이스와 맞불을 놓기도 어렵다. 대형 커피전문점과 초저가 커피로 양분된 시장에서 새로운 소비자층을 발굴해야 한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저가커피라는 이미지가 20년 이상 쌓였기 때문에 프리미엄 브랜드로 가는 건 어려울 것"이라며 "초저가커피는 너무 저렴해서 싫고 스타벅스는 비싸서 싫은, 중간에 끼인 층의 니즈를 포착하는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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