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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 (일)

[르포] "암 환자인데 그냥 돌아가"…응급실 야간 진료 무기한 중단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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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대병원, 전문의 부족에 개원 이래 처음으로 응급실 운영 축소

타 병원으로 발길 돌리는 시민들…"응급실 쏠림 우려" 불안 목소리

연합뉴스

강원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야간 진료 제한
[촬영 강태현]


(춘천=연합뉴스) 강태현 기자 = "암 환자라 갑자기 컨디션이 안 좋아져서 급히 치료받으려고 했는데 응급실 운영을 안 한다고 해서 진료도 못 받고 돌아가요."

응급의료센터 성인 야간 진료 운영 중단 첫날인 2일 저녁 강원대병원.

건물 곳곳에 '전문의 부족으로 응급의학과 전문의 충원 시까지 한시적으로 야간 진료를 제한한다'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었다.

강원대병원 응급의료센터에는 총 5명의 전문의가 근무하고 있었으나 이 중 2명이 휴직해 3명의 전문의로만 운영해야 하는 상황이다.

병원은 지난 7월 1일 의사직 수시 채용 공고를 통해 응급의학과 전문의 5명과 응급실 전담의 1명 등 총 6명을 모집하고 있으나 인력 충원도 쉽지 않다.

이에 병원은 오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운영하던 성인 야간 진료는 무기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개원 이래 처음이다.

다만 추석 연휴 기간은 정상 운영하고, 소아청소년과 진료는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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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야간 진료 제한
[촬영 강태현]


이날 오후 7시 40분께 60대 안모씨가 요양보호 시설 간호사 50대 김모씨와 동행해 강원대병원 응급의료센터를 찾았다.

안씨는 대장암 진단을 받아 강원대병원에서 통원 항암치료를 받던 중 최근 외래 진료를 통해 암 전이 사실을 인지했다.

이날 컨디션이 급격히 떨어져 병원을 방문한 안씨는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김씨는 "지금까지 이곳에서 모든 진료를 받았었는데, 갑자기 다른 병원에 가서 치료받는 게 큰 의미가 있나 싶다"며 "감기도 아니고 암인데 그냥 돌아가야만 한다는 게 허탈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로서도 암 환자를 돌보는 게 조심스러워 병원까지 모시고 온 건데 이 상황이 너무 갑작스럽다"고 덧붙였다.

이어 오후 8시 28분께 화천에서 춘천까지 자차로 방문한 모녀가 응급실에 들어섰다가 1분도 채 되지 않아 입구 밖으로 발길을 돌렸다.

방문객은 "40대 딸이 다리를 다쳐서 응급실에 왔는데 성인 야간 진료는 안 된다고 한다"며 "병원에서 한림대 춘천성심병원이나 인성병원으로 가라고 안내했다"고 말하며 야간 진료가 가능한 인근 다른 병원으로 서둘러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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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연합뉴스TV 제공]


강원대병원 앞에서 만난 시민들은 야간 진료 제한 소식에 "우려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춘천 시민 강종식(59)씨는 "지난해 밤 10시쯤 갑작스레 자녀가 아파서 응급실을 찾은 적 있다"며 "야간 응급실 진료를 하지 않으면 당장 아파서 방문해야 하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시민 60대 A씨는 "나이 많은 노인들은 갑자기 아픈 경우가 많아 응급실 갈 일이 종종 있다"며 "종합병원에서 야간진료를 안 한다면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대학병원 응급실 진료 차질이 예상되자 지역 맘카페에도 "이제는 아파서는 안 되겠다. 아픈 것도 눈치 보면서 아파야 할 것 같다", "이러다가 다른 병원들도 진료 안 받는다고 할까봐 두렵다", "몸이 안 좋아서 밤에 갑작스럽게 아프면 응급실 들어가야 하는데 걱정이다"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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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24시간 진료 현수막이 붙어 있는 춘천 인성병원
[촬영 강태현]


비슷한 시각 춘천 인성병원의 응급실 앞 로비에는 진료받기 위해 대기하는 환자들이 일부 모여 앉아 있었다.

이날 오후 9시께 팔 부상으로 아들과 함께 인성병원 응급실을 찾은 50대 전씨는 "뉴스에서 강원대병원 응급실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보고 인성병원 응급실로 곧장 방문했다"고 말했다.

병원 밖에서 만난 김미현(49)씨는 "지금까지는 환자가 몰리지 않아 다행이지만 춘천성심병원이나 인성병원 응급실에 환자들이 몰려 정말 치료가 시급한 환자들의 상태가 악화하면 어쩌나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한림대 춘천성심병원은 비교적 한산한 가운데 간간이 119구급차와 개인 방문객들이 응급실을 방문했다.

춘천성심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7명,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2명, 내과 전문의 3명 등 총 12명이 교대로 응급실을 지키고 있다.

춘천성심병원은 현재까지 휴직 또는 사직 의사를 밝힌 전문의는 없는 상태이며 진료 축소 계획도 아직 없다고 밝혔다.

전국 곳곳에서 응급실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자 정부는 오는 4일부터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를 진료 제한 응급실에 긴급 배치하기로 했다.

tae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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