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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 (일)

독일 극우, 나치 패망 후 지방선거 첫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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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당, 튀링겐주 선거 1위

경향신문

‘대안당 금지’ 팻말 들고 극우 정당 반대 시위 독일 튀링겐주 에어푸르트 시민들이 1일(현지시간) 실시된 주의회 선거 예비 결과에서 극우 정당 독일대안당(AfD)이 승리한 것으로 발표되자 ‘AfD 금지’라고 쓴 팻말을 들고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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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 옛 동독 지역 중심
반이민 정서 활용해 득세

현 집권 연정은 최대 위기
숄츠 총리 리더십 도마에

독일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극우 정당이 지방선거 승리를 거뒀다. 이들은 경제난과 반이민 정서에 힘입어 경제적으로 뒤처진 옛 동독 지역에서 덩치를 키우는 데 성공했다. 반면 현 집권 연정은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다.

1일(현지시간) 슈피겔에 따르면, 이날 치른 튀링겐주 주의회 선거 예비 결과에서 극우 정당인 독일대안당(AfD)이 32.8%의 득표율로 승리했다. 보수 성향 기독민주당(CDU)이 23.6%로 뒤를 이었으며,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사회민주당(SPD)은 6.1%에 그쳤다. 이날 치른 작센주 주의회 선거에서는 CDU가 31.9%로 1위에 올랐고, AfD가 30.6%로 근소하게 따라붙었다.

독일에서 극우 정당이 주의회 선거에서 승리한 건 1945년 나치 패망 이후 79년 만이다. AfD는 튀링겐주와 작센주에서 2019년 선거 대비 각각 9.4%포인트, 3.1%포인트를 더 득표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2차 세계대전 이래 극우 민족주의를 경계하는 분위기가 이어져 왔던 독일에서 이민 반대와 혐오 논리를 앞세운 극우 정당이 힘을 얻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AfD는 2013년 창당한 이래 이슬람 혐오나 난민 배척 정서를 먹이 삼아 덩치를 키워왔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AfD는 2015년 유럽의 시리아 난민 위기를 발판으로 연방 하원에서 첫 의석을 차지했다.

튀링겐주와 작센주는 옛 동독에 속하는 지역으로, 경제적으로 낙후한 탓에 반이민 정서가 강했던 점이 AfD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 고물가 등의 문제도 겹치며 힘이 실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외른 회케 튀링겐주 AfD 대표는 네오나치 행보를 보여 정보기관이 극단주의자로 지정한 인물이다. 금지된 나치 구호를 사용한 혐의로 올해 두 차례 유죄 판결을 받았다. 회케 대표는 이번 선거를 두고 “우리는 역사적인 결과를 달성했다”고 자평했다. WP는 “AfD가 집권하지 못하더라도 머릿수가 많아 다른 정당에 쉽지 않은 상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AfD가 두 주에서 1~2위 정당에 올랐다고 해서 정권을 창출하긴 어려워 보인다. 독일 정치권을 대표하는 SPD나 CDU를 비롯해 대부분 정당은 극우 성향인 AfD와는 연정을 꾸리지 않겠다는 원칙을 밝혔기 때문이다.

튀링겐주와 작센주에서의 극우 성공이 오는 22일 역시 AfD가 강세를 보이는 브란덴부르크주 주의회 선거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더 나아가 극우 열풍이 내년 9월 연방의회 선거까지 이어질지도 관건이다.

이번 선거로 현 연정은 최대 위기를 맞았다. 현재 독일 연정은 SPD, 자유민주당(FDP), 녹색당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튀링겐주와 작센주에서 모두 지난 1월 창당한 극좌 정당 자라바겐크네히트동맹(BSW)보다도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 이로 인해 숄츠 총리가 이민 문제나 우크라이나 지원에 관해 더 강경한 태도를 보이라는 압박을 받게 되리란 전망이 나온다. 또한 조기 총선 요구와 숄츠 총리의 지도자 자격을 둘러싼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망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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