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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무병장수 꿈꾸는 백세시대 건강 관리법

이 습관에 가뜩이나 피곤한 뇌, 못 쉰다…비염까지 생길 수도 [건강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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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관리는 곧 자기 돌봄





“어릴 때부터 배우지 않으면 어려워

뇌 어지럽고 실내 공기 질 나빠져

부엌·책상 등 세부적인 목표 설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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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동화로도 불리는 영화 '메리 포핀스'에는 방 청소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마법 같은 정리·정돈의 세계에 빠져드는 순간이 나온다. 유모 메리 포핀스가 '시작이 반' 놀이라고 소개하며 노래를 부르자 흩어졌던 물건이 순식간에 제자리를 찾아가고 어지럽혀진 공간이 깔끔해진다. 이 장면은 정리·정돈이 물건을 치우는 행위를 넘어 일상과 심리적 안정에 영향을 미치고, 자율성과 책임감을 기르는 습관을 배우는 과정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정리·정돈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에너지를 소모하는 작업이다. 물건을 제자리에 놓는 것뿐 아니라 어디에 배치할지, 무엇을 버릴지를 연속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는 뇌의 전두엽이 관여한다. 전두엽은 계획, 조직, 문제 해결이라는 고차원적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부위다. 정리·정돈이 단순한 행위가 아님을 보여준다. 서울숲정신건강의학과의원 염태성 원장은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일상에서 요구되는 집중력과 주의력의 기준이 높아졌다. 이로 인한 정신적 부담도 커졌다"고 설명한다. 바쁜 일상에서 정리할 힘이 남아 있지 않는다고 느끼는 이유다.



고립·은둔 청년 62%가 방치



정리·정돈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습관 부족이다.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습관을 배운 적 없으면 정리·정돈을 어려워한다. 규칙적인 정리·정돈이 생활화되지 않으면 정리하기는 매번 힘들고 부담스러운 과제다. 치우길 미루고 회피하는 경향을 보인다. 한국정리수납협동조합 김연희 이사장은 "많은 청년이 사회에 나서면서 자신의 공간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몰라 어려움을 겪는다"며 "성인이 되면 자신을 스스로 돌봐야 하는데 이 부분을 배우지 못한 게 크다"고 말한다.

물건에 대한 애착도 정리·정돈의 걸림돌이 된다. 과거의 기억이나 감정을 떠올리게 하는 물건을 버리기 어려워한다. ‘언젠가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필요한 물건을 쌓아둔다. 이 때문에 정리할 양이 너무 많아지면 시작조차 막막하다. 김 이사장은 "코로나19 범유행 이후 많은 이들이 일상의 리듬을 잃어버리면서 한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정리·정돈의 양을 넘어선 경우가 많아졌다"고 짚었다.

보건복지부의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발표(2023년)에 따르면 이들의 62%는 1주일 이상 정리·정돈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염 원장은 "정리·정돈은 공부, 운동, 독서와 결이 비슷하다. 장기적으론 긍정적 영향을 주지만 당장은 보상이 없어 실천이 더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리된 환경은 명료한 사고를 돕고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돕는다. 장기적으로 생산성, 효율성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친다. 반대로 도박·술·담배는 해롭지만 즉각적인 보상을 주기 때문에 손쉽게 빠져든다. 염 원장은 "뇌는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향에 따라 변화하는 가소성이란 특징이 있다"며 "학업, 직장 같은 장기적인 목표 설정이 부족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 경향이 있으면 정리·정돈 같은 자기 돌봄에도 소홀해질 수 있다"고 봤다.



공기 질 나빠져 두통·기침 악화



시각적으로 혼란스러운 환경에서 뇌는 쉬지 못한다. 스트레스를 처리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한다. 정리가 안 된 공간에 들어섰을 때 답답한 건 시각적 혼란 때문만도 아니다. 쌓여 있는 책과 물건 사이사이의 먼지는 실내 공기 질을 떨어뜨린다. 공기 중 부유 세균·곰팡이 등은 아토피 피부염·천식·비염 같은 알레르기 질환과 감염성 질환의 원인이다. 기침·가래·두통 같은 증상을 일으킨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밀폐된 실내 오염 물질이 실외 오염 물질보다 폐에 전달될 확률이 약 1000배 높다고 추정한다.

정리·정돈은 스스로 일상을 돌보는 행동이다. 더는 미루지 않는 게 첫 단추다. 김 이사장은 "자신의 공간을 보살피는 방법을 배워야 집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데, 집 안 상태가 그렇지 못한 게 문제라는 걸 인지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처음엔 작은 것부터 실천하면 수월하다. 집 전체 정리보다는 부엌 정리, 책상 위, 거실 테이블, 서랍 하나와 같은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작은 것부터 정리하면 점차 큰 공간을 관리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염태성 원장은 "단기 목표를 세우고 그때그때 끝내는 것을 체계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 접근법이 인지 행동 치료"라며 "작은 목표부터 성취해 나가는 습관은 정리·정돈과 관련된 뇌 전두엽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인에게서 정리·정돈의 어려움은 주의력 결핍 과다행동 장애(ADHD)와 관련이 있다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정리·정돈을 어려워하는 증상을 질병과 바로 연결짓는 해석엔 신중함이 필요하다. 염 원장은 "ADHD 진단은 상대적으로 최근에 생겨난 개념이며 과거에는 이런 행동을 병으로 인식하지 않았다는 점도 중요하다. 지나치게 깔끔하고 정리·정돈에 집착하는 것도 강박증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에게 듣는 정리·정돈 핵심 포인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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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준비하는 저녁 정리

성공하려면 아침에 침대부터 정리하라는 말을 흔히 듣지만, 실제로는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자기 전에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보게 되는 공간을 정리하고 잠드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권한다. 화장대가 가장 먼저 눈에 닿으면 화장대 위를 말끔히 정리하고, 물을 마시러 주방에 간다면 주방 상판이나 정수기 옆을 정리하고 잠드는 것이다. 일어나자마자 마주한 공간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으면 그 힘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 동기부여는 스스로 찾기

정리·정돈의 결과로 얻는 이점을 스스로 상기시켜본다. 정리된 공간에서의 편안함과 효율성을 직접 경험해보면 동기부여에 도움된다. 정리·정돈으로 공간이 깔끔해지고 효율성이 높아지는 과정을 즐길 수 있다. 정리·정돈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청년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꾸준한 교육을 받으면 정리·정돈을 통해 스스로 삶을 돌보고 관리하는 방법을 배울 개선의 여지가 크다. 전문가의 도움을 우선 받아보는 것이 도움된다.

✓ 물건 정리 규칙 만들기

모든 물건의 자리를 정하고 그 자리에만 물건을 보관하기, 물건 사용 후에는 제자리에 바로 돌려놓기와 같은 규칙을 가족이 함께 실천한다. 물건을 분류할 땐 유지, 버릴 것, 기부하거나 재활용할 것으로 분류하고 물건이 필요 없으면 바로 버리기 같은 규칙을 실천해볼 수 있다.



✓ 매일 5~10분 꾸준히

정리·정돈을 미루지 않고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려면 습관화로 이어져야 한다. 매일 5~10분 정리 시간을 가지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특정 시간에 짧지만 규칙적으로 정리 활동을 하는 건 전체 정리·정돈을 더 오래 유지하는 데도 도움된다.



도움말: 김연희 한국정리수납협동조합 이사장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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