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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 (일)

[단독] 검, 문 전 대통령 ‘직접 뇌물’ 검토…혐의 왜 바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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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문재인 전 대통령이 현직이던 2022년 4월2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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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위 부당 채용’ 의혹을 수사 중인 전주지검 형사3부(부장 한연규)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기존에 알려진 ‘제3자 뇌물’ 혐의가 아닌 일반 뇌물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법리와 판례를 검토 중이다. 제3자 뇌물죄는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한 부정한 청탁성 금품을 공무원이 아닌 3자에게 전달해 그에게 재산상 이익을 줬을 때 성립하고, 뇌물죄는 금품이 공직자의 직접적인 이익이 될 때 적용할 수 있다. 해당 수사는 현 정권 들어서도 별다른 진척이 없었지만, ‘친윤’인 이창수 지검장이 전주지검장으로 부임한 지난해 말부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검찰이 두 혐의를 두고 검토에 나선 건 뇌물죄와 제3자 뇌물죄는 입증 정도가 다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뇌물죄는 ‘직무관련성’과 ‘대가성’만 입증하면 되지만, 제3자 뇌물죄는 한 단계 더 나아가 ‘부정한 청탁’까지 검찰이 입증해야 한다.



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서아무개씨를 채용한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이사장 임명은 대통령의 직무에 속하는 일이다. 검찰 입장에선 이 전 의원이 자신이 실소유한 타이이스타젯 항공에 서씨를 취업시켜준 것은 이사장 임명의 대가라는 논리를 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제3자 뇌물의 경우 직무관련성·대가성에 더해 ‘부정한 청탁’까지 입증해야 해 상황이 달라진다. 이 전 의원이 ‘향후 서씨를 채용할 테니 중진공 이사장으로 임명해달라’는 청탁을 문 전 대통령 쪽에 했다는 사실까지 검찰이 입증해야 한다는 의미다.



부정한 청탁을 입증하기 위해선, 검찰은 이 전 의원과 문 전 대통령의 사실 인정이나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핵심 관계자의 진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임종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이나 조현옥 전 청와대 인사수석, 조국 당시 민정수석비서관(조국혁신당 대표) 등 문재인 정부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은 사위 부당채용 의혹 자체가 사실무근이며 검찰의 전 정권 탄압을 위한 수사라는 입장이다.



다만 일반 뇌물 혐의 적용도 쉬운 일은 아니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 쪽이 딸 부부의 생계비를 일부 부담해왔는데, 서씨의 취업 이후 이런 문제가 해결되었기 때문에 채용 자체가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이익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서씨가 타이이스타젯에서 받은 월급(약 800만원)과 타이 체류비(약 350만원) 총액인 2억2300여만원을 뇌물 액수로 판단해 지난 30일 딸 다혜씨 집 압수수색영장에 적시했다.



뇌물 혐의 적용의 핵심 쟁점은 문 전 대통령과 딸 부부를 ‘경제공동체’로 볼 수 있느냐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이 사실상 딸 부부의 생계비를 대부분 책임졌기 때문에 ‘경제공동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서씨는 이 전 의원이 중진공 이사장으로 임명된 2018년 3월 무렵까지 게임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독립 생계를 꾸려갈 벌이가 있었다는 의미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결혼을 한 딸 부부가 대통령과 경제공동체 관계였다는 사실을 입증하기란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2월 법원은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 아들이 ‘화천대유자산관리’에서 퇴직금과 상여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은 뇌물 수수 사건 1심에서 곽 전 수석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곽 전 수석이 아들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뇌물을 받은 것으로 의심이 드는 사정도 있다”면서도 “결혼해 독립적 생계를 유지한 곽 전 수석의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받은 이익을 곽 전 수석이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하는 것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제공동체로 보기 어렵다는 것인데, 당시에도 뇌물죄 대신 ‘제3자 뇌물죄’를 적용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 등을 마치고 다혜씨를 직접 불러 조사한 뒤 문 전 대통령에게 적용할 혐의를 최종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다만 다혜씨 역시 대부분의 진술을 거부할 가능성이 커 검찰이 혐의를 입증할 객관적 증거나 진술을 얼마나 확보하는 지가 이번 사건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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