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15시간 교육하지만 학교장 재량…"구시대적 교육 내실화해야" 지적
[연합뉴스 자료사진] |
(서울=연합뉴스) 박형빈 이율립 기자 = 10대 청소년들 사이에 '딥페이크'(허위 합성 사진·영상물) 성착취물 영상이 무분별하게 제작·유포되면서 당국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가운데 학교 성교육 재정비도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 현장의 성교육이 '시간 채우기'에 급급한 형식적 교육에 머무르는 데다 변화한 시대상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학생들이 시대에 맞는 올바른 성의식을 확립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전국의 초·중·고등학교는 교육부 고시에 따라 연간 15차시의 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 중 성폭력방지법, 가정폭력방지법 등에 따라 초등학교는 성폭력, 가정폭력 예방 교육이 각 1시간씩 2시간, 중고등학교는 이에 성매매 예방 교육에 더해 총 3시간이 의무화돼 있다.
하지만 교육자치법에 따라 교육부 차원에서 표준화된 지침을 내릴 수 없어 전국의 시도교육청이 각각 관할하고, 더 좁게는 학교장 재량으로 운영하게 돼있다. 교육부는 교사들이 성교육에 참고·활용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들어 배포할 뿐이다.
실시되는 성교육은 '범교과 과정'으로 편성돼있다. 보건교사·외부강사의 성교육도 있지만, 국어·체육·영어 등 과목을 가리지 않고 교사가 재량적으로 양성평등, 성인지 감수성 등을 녹여 교육하는 방식이다.
학생들에게 낯설 수 있는 성 문제를 친근하게 접근해 교육한다는 취지로 마련됐지만, 가르치는 교사에 따라 성교육에 대한 이해도가 천차만별이고 교육 내용도 제각각이라는 점이 문제다.
딥페이크 악용 범죄 예방 교육 나선 경찰관 |
대학 입시 위주의 교육 속에서 체계적인 커리큘럼 없이 성교육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교사들 역시 문제에 공감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전국 교사들을 상대로 실시해 올해 3월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 92.77%의 응답자는 '성평등 관련 교육과정의 목적과 내용이 명확하지 않아 수업을 준비하기 곤란하다'고 답했다.
예일여중 보건교사인 서울보건교사회 김미숙 회장은 "보건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보건교사들이 초중고에 걸쳐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성교육이 개선돼야 하고, 보건 지원 강사 등 인력 충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10대 청소년의 경우 딥페이크 제작·유포처럼 기술의 발전을 악용하는 성범죄에 단순한 호기심으로 접근해 큰 피해를 낼 가능성이 큰데도 교육현장의 성교육은 이같은 시대적 변화에 좀처럼 발맞추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딥페이크와 관련해선 디지털 교육 자료를 제작하고 있어서 올해 10월 정도에는 현장에 내려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양성평등이나 성인지 감수성 외에 '디지털 리터러시'(디지털 매체를 통해 정보를 이해·분석·활용할 수 있는 역량)와 디지털 윤리 의식 교육은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구시대적 수준에서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성교육을 내실화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인 배정원 세종대 겸임교수는 "세계적으로 성교육은 인권 교육으로 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보수적인 순결·안전 교육을 하고 있다"며 "교사를 양성하는 대학에서도 성교육을 더 체계적으로 해야 하고 성교육을 교과목으로 만드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최근 딥페이크 문제는 기술이 갑자기 임계점을 넘은 것이라 준비가 미비했을 수 있지만, 학교는 지금부터라도 이같은 문제점·위험성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binzz@yna.co.kr, 2yulri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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