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의료개혁 방법론 놓고 자중지란
尹 대통령 편, 韓 대표 편 나뉘어 대립
권성동 “대통령이 더 강해… 설득해야
말 한마디 툭툭 던져서 일 해결 안 돼”
장예찬 “당정갈등이 아닌 한정갈등”
韓 “민심 반영 노력이 여당 대표 임무
그러라고 전대서 63%가 지지한 것
인신공격성 발언… 본질 피하지 마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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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불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30일 당 의원 연찬회에서 한 대표를 겨냥한 듯한 쓴소리를 쏟아냈다. 권 의원은 ‘동료의원 특강’ 연사로 나서 “당정이 분열되고, 대통령 따로 가고, 당 따로 가서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예가 단 한 번도 없다”며 “당정관계 잘 풀어나가고, 당과 대통령의 지지도가 높아지지 않으면 지방선거, 대통령 선거를 치를 수 없다”고 경고했다. 당 지도부를 비롯한 대다수 현역 의원들을 앞에 두고 한 발언이었다.
권 의원은 또 “현실적으로 대통령의 권력이 더 강하다”며 “더 강한 대통령과 함께 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지도부가 더 많이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그 방안으로 폭넓은 원내 의견 수렴을 제시했다. 권 의원은 “우리 의원들의 의사가 어디에 있는지 뜻을 모으는 절차를 더 자주 해야 한다”며 “그래야 당 지도부가 대통령이나 정부에 한마디 할 때 힘이 생긴다. ‘우리 의원들이 이렇게 결정을 했다. 그러니까 이렇게 해 주는 게 좋겠다’ 이렇게 설득이 가능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권 의원은 그러면서 “설득을 해야지 그냥 말 한마디 툭툭 던진다고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했다.
권 의원이 최근 정부의 의료개혁 기조를 공개 비판한 한 대표를 저격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한 대표가 정부 정책에 대한 이견을 공개적으로 표출하기 전에 당내 의견을 모으는 과정을 거쳤어야 했다는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즉각 불쾌감을 표출했다. 한 대표는 연찬회 폐회식 후 기자들과 만나 “당대표가 중요한 상황에서 의견을 낼 때마다 전 당원 투표나 의원총회를 거친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 않으냐”라며 “그렇게 해오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제 많은 논의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전날 연찬회 일정으로 진행된 정부·대통령실과 의원 간 비공개 질의응답 시간에서 충분한 의견 수렴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해당 자리에서 다수의 의원이 정부의 의료개혁 기조에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는 또 권 의원이 ‘말 한 마디 던진다고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한 데 대해 “중요한 이슈에 대해서, 특히 민심이 다른 내용이 많을 경우에는 그걸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집권 여당 대표의 임무”라며 “그러라고 (전당대회 때) 63%가 저를 지지해준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오전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2024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를 마치고 취재진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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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표는 ‘일각에선 당정갈등이 아니라 한정(한동훈·정부) 갈등이라고 한다’는 지적에는 “그 일각이 대통령실 일부인 것 같은데 그렇게 익명으로 말하는 것 자체가 상황을 그렇게 좋게 만드는 것 같진 않다”라며 “내가 당대표다. 그렇지 않으냐”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해당 발언은 윤 대통령과 가까운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이 했다. 장 전 청년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한 대표가 많은 지지를 받았지만 ‘한동훈 대표=국민의힘’은 아니다”라며 “아직은 정부 차원에서 바라봤을 때 입법이나 정책을 추진할 때 원내 의원들 다수의 동의나 지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장 전 청년최고위원은 “추경호 원내대표는 정부의 의료개혁을 지지한다고 했다. 그러니까 이게 당정갈등이 아니라 그냥 한정 갈등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 최고위원.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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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계로 분류되는 김재원 최고위원도 이날 YTN 라디오에서 “(김상훈) 정책위의장도 사실 (한 대표의 입장에) 반대 의사”라며 “당과 정부가 갈등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고 한 대표와 정부의 입장 차이가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한 대표가 정부의 의료개혁 기조에 이견을 제시한 방식도 문제 삼았다. 김 최고위원은 “한 대표가 고위 당정대 회의에서 (2026년 의대 증원 유예에 대한) 의견을 내고 토론하고 협의했다면 좋았을 텐데, 정작 공식적인 의제로 삼지도 않고 끝나고 나서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서서 대화하는 자리에서 꺼냈다고 한다”며 “그 자리에서 총리는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고 한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불쑥 한 마디 꺼내고는 돌아와서 (한 대표의 입장이) 언론에 대문짝만하게 나고, SNS를 통해 개인 의견을 냈다”며 “이것은 정부의 정책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노력했다기보다 ‘나는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한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데 더 치중하지 않았는가(하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한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갈등’ 프레임은 본질을 가리려는 시도”라고 재차 반박했다. 한 대표는 “우리는 지금 국민의 생명권에 대해 말하는 것”이라며 “여의도식 갈등 프레임 유포와 저를 향한 인신공격성 발언으로 본질을 피해가지 말고, ‘지금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위험에 처해 있는지,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지’라는 본질에 대해 정면으로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한계도 한 대표 엄호에 적극 나서고 있다. 유의동 여의도연구원장은 SBS 라디오에서 “일각에서 당정갈등이다, 윤한갈등이다 이렇게 표현하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라며 “당이 목소리를 낸다고 문제라고 한다. 그 부분은 하나의 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당연한 과정”이라고 했다.
유 원장은 “저는 이 과정을 거쳐서 조금 더 실질적이고 국민들의 불편을 덜어줄 수 있는 대안들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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