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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 (일)

'쿵푸팬더' 흥행이 씁쓸했던 중국…"손오공 게임이 해냈다"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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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인마켓]
서유기 기반 게임 '검은 신화: 오공' 글로벌 성공에 중국 들썩
그동안 전통문화 종주권 놓쳐 일본·미국서 중국문학·쿵푸 등 콘텐츠 가공 앞서나가
한국적 요소 담은 게임들도 경쟁력 띌 수 있지만 개발 소식은 뜸해

[편집자주] 남녀노소 즐기는 게임, 이를 지탱하는 국내외 시장환경과 뒷이야기들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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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게임사이언스의 '검은 신화: 오공' 플레이 영상. /사진=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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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든 게임 하나가 중국인들의 자부심에 불을 지폈다. 게임사이언스가 만든 콘솔·PC 게임 '검은 신화: 오공'이 지난 20일 출시 이후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그 동안 호요버스의 '원신'처럼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끈 중국 게임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이번 '오공'이 거의 처음으로 중국 고유의 문화에 기반한 글로벌 히트작이 될 것이라며 기대하고 있다.


전통 콘텐츠 강국 중국, 정작 활용은 일본·미국에 밀려

중국은 명실상부한 전통문화 강국이다. 고대부터 이어져온 역사에 더해 동아시아 각지의 물류에 힘입어 수천년 동안 쌓인 콘텐츠의 힘 또한 대단하다. 하지만 격동의 근현대사를 거치며 전통문화를 현대적 콘텐츠로 가공해내는 데는 번번이 실패했다.

그 사이 중국의 전통 문화는 다른 곳에서 가공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곳이 일본이다. 중국의 역사와 문학은 일본 망가와 게임으로 수많은 변주를 남겼다. 삼국지를 모티프로 한 창천항로와 용랑전 등의 만화는 중국으로 역수입되고, 코에이의 삼국지 시리즈를 필두로 한 수많은 게임들은 한중일 3국에 널리 퍼졌다. 서유기 속 손오공은 드래곤볼의 '손고쿠'(손오공의 일본식 발음)로 전 세계 만화팬들이 뇌리에 새겨졌다.

중국 전통의 쿵푸와 대표 동물 팬더 역시 미국에서 콘텐츠로 엮이며 글로벌 팬덤을 지닌 '쿵푸팬더'가 됐다. 쿵푸팬더가 세상에 선보인 뒤 중국인들에게서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쭝국에는 쿵푸도 있고, 팬더도 있다. 그런데 왜 쿵푸팬더는 없는 것인가."


'오공' 초반 흥행에 외교부 대변인까지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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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 /사진=베이징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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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에서 서유기 모티프의 게임인 '오공'이 인기를 얻자 중국이 들썩인 것이다. 초반 흥행에는 중국 내의 '애국 소비' 영향이 분명히 있었다. 그런데 높은 완성도와 게임성이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29일 기준 북미 PS(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에서 인기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비 중국어권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오공의 성공에 그동안 게임을 백안시하던 중국 정부까지 들떴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오공이 '중국 게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 고전 서유기에서 따온 이 게임은 중국 전통문화의 매력이 잘 담겨 있다"며 "해외에서 중국의 위상을 높였다"고 치하했다.

사실 그 동안 '중국적 요소'를 전 세계에 전파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 이어져 왔지만 실패를 반복했다. 대표적으로 영화업계가 꼽힌다. '중국이 전 세계를 구한다'거나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식의 중화주의가 노골적으로 드러났기에, 글로벌 팬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그 많은 영화콘텐츠들이 해내지 못하던 중국 문화의 '한 방'을 '검은 신화: 오공'이 해낸 것으로 평가 받는다.


서구식 판타지가 판치는 한국 게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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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신화를 기반으로 한 '오딘: 발할라 라이징'. /사진=카카오게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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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시 중국 못지 않게 전통문화 콘텐츠가 풍부하다. 하지만 전통 콘텐츠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모습은 과거의 중국과 '판박이'다.

한국 전통을 녹여낸 게임들도 있었다. 임진왜란 시기를 배경으로 한 RTS(실시간전략) 게임 '임진록'이나, 고구려 시대를 배경으로 한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바람의 나라', 또다른 MMORPG '천하제일상 거상' 등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지 못한 이 게임들은 내수용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최근 글로벌 시장을 두드리는 한국 게임들에는 한국의 전통 문화가 담기는 경우가 별로 없다. 대부분 중세시대 서양을 모티프로 투구와 갑옷을 입고, 칼과 활로 싸우는 게임 투성이거나, 아예 미래로 건너가 SF(공상과학) 베이스의 미래 배경을 그리고는 한다. 그 사이로 간혹 애니풍의 미소녀 게임들이 얼굴을 들이밀고 있다.


한국적 색채 담은 기대작들, 개발 발표 이후 '감감 무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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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가 2022년 3월 출시를 예고한 -프로젝트E. /사진=프로젝트E 트레일러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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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문화 콘텐츠를 담은 글로벌 기대작들도 준비되고 있다. 대표적인 게 2019년 처음으로 개발 소식을 알린 펄어비스의 오픈월드 액션게임 '도깨비(DOKEV)'다. 한국의 전통적 정령인 도깨비를 수집해가는 콘셉트다. 하지만 2021년 트레일러 영상 공개 이후의 행보가 묘연하다. 개발은 지속되고 있지만 펄어비스가 '붉은 사막' 출시에 집중하면서 우선순위에서 밀린 모양새다.

엔씨소프트가 개발을 예고한 동양풍 판타지 MMORPG '프로젝트E' 역시 트레일러 영상을 통해 탈춤을 추는 캐릭터를 선보이며 한국적 요소가 듬뿍 담길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이 역시 2022년 트레일러 영상 이후의 개발 상황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북유럽 신화에 기반한 엘프, 드워프가 난무하는 세계관이 워낙 범람하다보니 이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는 게이머들에게 중국 문학을 기반으로 한 '오공' 속 몬스터와 배경 등이 신선하게 다가간 것 같다"며 "국내 게입업계가 이미 축적한 개발 경험에 한국적 요소를 담아 AAA급 게임을 만든다면 글로벌 유저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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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영 기자 yo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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