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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 (일)

“여보, 은퇴하면 월 324만원 필요한데…당장 ‘이것’부터 빅컷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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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소득 끊기면 빠듯
새 대출·마통 연장 안돼
원리금 크면 갈아타고
빚 갚은덴 수입 20%만
담보대출 낀 부동산은
자녀 부담부증여 고려를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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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건 집 한 채뿐이구나.”

은퇴를 앞둔 은행원 A씨(54세)는 고민이 많다. 정년이 코앞이지만 주택담보대출 등 갚아야 할 빚이 아직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은퇴하면 다달이 들어오는 수입은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반면 매월 나가는 생활비, 의료비 등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늘어난다. 게다가 A씨는 고등학생인 자녀가 있어 자녀 대학등록금 등 목돈이 들어갈 일도 많이 남았다. A씨는 몇 년 뒤 받게 될 퇴직금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고민하다 매달 나가는 빚부터 줄이기로 마음먹었다.

은퇴를 눈앞에 둔 사람이라면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따져볼 수밖에 없다. 정기 소득이 없어진 은퇴자는 신규 대출은커녕 기존 마이너스 통장의 재연장도 어려워진다. 당장 지출을 조정해 ‘빚 다이어트’부터 시작하는 게 은퇴 후의 당황스러움을 모면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전문가들은 최소 은퇴 5년 전부터 부채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채 관리 기준은 어디에 둬야 할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0% 내외가 전문가들이 권하는 답이다.

기본적으로 은퇴자들은 자신이 매달 받을 수 있는 수입과 지출을 다시 고려해 봐야 한다. 먼저 대출부터 정리해야 한다. 은퇴가 수년 내로 다가온 차주라면 먼저 가지고 있는 대출 등의 현황을 한눈에 모아볼 필요가 있다. 차주들은 대부분의 은행 앱에서 대출을 한눈에 정리해서 볼 수 있다.

이와 별개로 차주는 금융기관별로 흩어진 자신의 대출을 하나의 자료로 모아 정리해야 한다. 대출 이자나 만기, 대출 잔액 등을 고려해 정리하고 매월 나가는 총 이자비용도 다시 한번 확인해 봐야 한다. 원금이 빠르게 도래하는 대출부터 갚기 시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여유 자금이 있다면 이 중 원리금 지출이 큰 대출의 원금부터 상환해야 한다. 매달 큰 지출이 발생하는 고금리 대출이라면 현재 저금리 대출로 대환할 수 있는지 검토해 봐야 한다. 고금리 시기에 확정금리로 대출을 받았다면 대내외 경제 상황을 고려해 현재 시점 금리로 대환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김혜원 우리은행 TCE본점센터 PB지점장은 “만약 금리가 높았던 10년 전에 받았던 고금리 대출이 있다면 향후 금리가 인하될 걸 고려해 변동금리로 갈아타든가, 아니면 현시점 저금리 확정대출로 대환하는 상담을 받아 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비대면 대환대출 플랫폼은 이처럼 은퇴를 앞둔 대출자들에게 실마리를 제공할 발판이 될 수 있다. 대환대출 플랫폼에서는 신용대출은 물론 주담대도 비대면으로 대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핀다·뱅크샐러드 등 핀테크 플랫폼 기업들이 금융사와 제휴를 맺고 대환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만기가 긴 주담대가 남아 있는 은퇴자라면 대출 기간이나 대출 상환 원리금부터 재설정해 봐야 한다.

부동산 자산이 있는 은퇴자라면 담보대출을 끼고 자녀에게 부담부 증여하는 것도 ‘빚 다이어트’와 상속을 한 번에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다. 자신의 자녀나 배우자에게 부담부 증여를 하면 그 부동산과 관련된 대출을 증여받는 자(수증자)가 승계하게 된다.

이렇게 대출 관련 원리금 상환 현황을 점검했다면, 이제는 수입이 얼마나 될지 고려해 볼 차례다. 우선 연금수급액부터 점검해 보는 것이 좋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과 개인형퇴직연금(IRP) 등이 퇴직 후 주요 수입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IRP는 절세 차원에서도 이용하기 좋다.

연금에 더해 보험상품이나 배당형 상장지수펀드(ETF) 등도 매월 꼬박꼬박 수입이 발생하게 만들 수 있는 금융상품이다. 또 정기 예·적금 등도 만기와 이자 등을 고려해 중요한 수입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씀씀이를 충당하기에는 수입이 부족하지만 자산이 많은 경우에는 여전히 대출이 보조적인 자금 조달 수단이 될 수 있다. 주담대 등을 받은 은퇴자라 할지라도 DSR 한도가 남아 있다면 연 1억원까지 생활안정자금 명목으로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주식 보유자가 늘어나면서 주식담보대출도 인기다. 국내 코스피가 2500 선을 넘어서면서 담보대출을 받는 사람도 늘었다.

주택만 있고 노후 준비가 부족한 은퇴자에게도 길이 열려 있다. 주택을 맡기고 다달이 연금처럼 수입을 받는 역모기지론이 대표적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대표 역모기지론 상품인 ‘주택연금’을 운영하고 있다. 주택연금 수령액은 가입자의 나이와 주택 가격 등 요인에 따라 상이하다. 주금공 홈페이지의 주택연금 예상 연금 조회를 통해 직접 알아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총 수입 대비 지출인 DSR을 최소 20% 내로 유지할 것을 권고한다. 은퇴 전부터 부채를 차차 줄여 나가고, 연금 등 은퇴 후 현금흐름은 가급적 극대화해 감내할 수 있는 비율까지 줄여야 한다는 뜻이다.

김혜원 지점장은 “대출 관련 비용이 매월 가용 현금흐름의 20% 내외가 적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조금 더 고려한다면 30%까지도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수입이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만큼 보수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부채 다이어트는 은퇴 최소 5년 전에는 시작해야 한다. 김현섭 KB국민은행 한남PB센터장은 “매월 수입과 지출을 미리 고려해 정기적으로 계획을 짠다면 은퇴 이후의 생활이 편리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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