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양천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신선식품‧가공식품 가격, 외식비 등 먹거리 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사진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추석을 앞두고 먹거리 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연이은 장마·폭염에 채솟값이 훌쩍 뛰면서 가공식품 가격과 외식비도 덩달아 오름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무 한 개, 배추 한 포기 가격은 각각 4101원, 7527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53%, 30.5% 올랐다.
시금치(65.9%), 청양고추(40.5%), 당근(37%), 상추(18.3%) 등 주요 채소 가격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비싸다. 여름 내내 장마와 폭염이 반복되면서 작황이 부진한 영향이다. 지선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엽근채소관측팀장은 “산지 기상 악화로 무·배추의 생산량이 줄었다”며 “9월에도 지난해보다 높은 가격이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주원 기자 |
유통업계는 미리 계약을 맺은 농가에서 공수한 물량으로 가격 조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지난 29일부터 사전 매입한 강원 고랭지 배추와 알배기 배추를 시세보다 절반 가까이 저렴한 4000원대에 판매하고 있다. 세척·포장 같은 중간 유통 단계를 줄여 가격을 낮추기도 한다. 홈플러스가 지난 29일부터 판매하고 있는 ‘산지 그대로 양배추’가 대표적이다. 흙이나 겉잎 제거, 소포장 등을 하지 않고 수확한 그대로 판매해 가격을 20% 이상 낮췄다.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잠실점 농산물 매장에서 롯데마트 채소팀 상품기획자들이 고랭지 배추를 들고있다. 롯데마트는 지난 29일부터 고랭지 배추와 알배기 배추를 4000원대에 판매한다. 사진 롯데쇼핑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가공식품·외식 가격도 줄줄이 인상
신선 식품에 이어 가공식품 가격과 외식비도 잇따라 오르고 뛰고 있다. 오뚜기는 다음 달 1일부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3분 카레·짜장 가격을 2000원에서 2200원으로, 10% 인상한다. CJ제일제당은 같은 날부터 가정간편식 햇반컵반 가격을 14%(600원) 올린 4800원에 판매한다. 대상도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종가 맛김치 가격을 용량에 따라 7~10% 인상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이 올라 판매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업계 선두인 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나선만큼 다른 업체들도 따라서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
외식 가격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외식 물가상승률은 2.9%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6%)을 38개월 연속 웃돌았다. 롯데GRS는 지난 8일 롯데리아의 버거 가격을 평균 2%, 디저트 가격을 평균 3% 올렸다. 더본코리아의 빽다방은 지난 23일 아이스티·미숫가루 등 일부 음료 가격을 평균 11.5% 인상했다. KFC·파파이스 등도 지난 4월부터 배달 가격을 매장보다 더 비싸게 받는 이중 가격제를 도입했다.
━
"3년 전보다 낮은 가격으로"
정부도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지난달 28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석 성수품 가격을 2021년보다 낮은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배추·무·사과 등 20대 성수품을 17톤(t) 공급하고 유통업계와 연계해 주요 품목을 최대 60% 할인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사진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하지만 '매년 반복되는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장기적인 농산물 가격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이번 대책도 매년 반복하는 동일한 명절 물가 대책”이라며 “기후 문제와 함께 농산물 가격 안정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중장기적 대응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수 경기가 부진하고 중소기업도 힘든 상황이라 부정적인 사이클이 반복되고 있는 만큼 경기 활성화를 위한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삼권 기자 oh.samgwon@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