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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엔비디아 지금 사라"…눈높이 못 맞춘 실적에도 낙관론, 왜?[오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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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엔비디아 주가가 분기 실적에 대한 투자자들의 실망감에 29일(현지시간) 하락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6.4% 떨어진 117.59달러로 마감했다.

전날 장 마감 후 실적 발표 때 제시한 올 8~10월 분기 매출액 가이던스가 시장 컨센서스를 웃도는 폭이 기대보다 적었던데다 매출액총이익률이 전분기 대비 하락한 것이 투자자들의 실망을 샀다.

하지만 대부분의 월가 전문가들은 엔비디아의 실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주가 하락이 매수 기회라고 추천했다. 이들이 엔비디아의 향후 주가 상승세를 낙관하는 이유는 3가지다.

머니투데이

엔비디아 올들어 주가 추이/그래픽=이지혜




빅테크, 대규모 자본지출 지속

첫째,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메타 플랫폼 등 엔비디아 주요 고객사들이 AI(인공지능) 인프라에 대해 공격적인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MS는 지난 7월 실적 발표 때 올 2분기 자본지출이 19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7% 늘었으나 여전히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의 AI 서비스가 용량 제약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MS가 수요를 충족할 만큼 충분한 AI용 GPU(그래픽 처리장치) 서버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구글은 올 2분기 자본 지출이 전년 동기 대비 90% 이상 늘어났다고 발표했고 메타는 내년에 AI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수석 리서치 애널리스트인 양 왕은 이날 CNBC에 출연해 클라우드 서비스회사들이 향후 2~3년 동안 계속해서 자본지출을 늘릴 것이고 이 자금의 대부분은 엔비디아가 가져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우리는 향후 2년 반 동안 7000억달러에 달하는 자본지출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는데 그 상당 부분을 엔비디아가 차지할 것"이라며 "따라서 엔비디아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머스켓티어 캐피탈 파트너스의 설립자인 조쉬 코렌은 이날 CNBC에 "자본지출 가이던스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엔비디아 제품의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이런 일이 향후 2~3분기 내에 일어난다고 해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빅테크 기업들의 자본지출이 줄면 엔비디아 주가가 20% 이상 하락할 수 있다고 봤다.


블랙웰 생산 연기, 큰 타격 없어

둘째는 차세대 AI 칩인 블랙웰의 대량생산 시기가 수개월 늦어져도 큰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전날 실적 발표에서 생산 수율을 개선하기 위해 블랙웰 칩의 마스크 디자인을 변경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마스크는 칩 웨이퍼에 회로를 인쇄하는데 사용하는 제조 템플릿이다.

이에 따라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블랙웰의 생산량 증대는 회계연도 4분기(올 11월~내년 1월)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5월에 제시했던 3분기에서 한 분기 늦어진 것이다.

반면 긍정적인 소식은 마스크 수정이 이미 끝났으며 올 11월~내년 1월 분기에 블랙웰 출하로 수십억달러의 매출이 기대된다는 점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마스크 변경은 완료됐고 기능적인 변화는 필요하지 않다"며 "내년에 데이터센터 사업이 상당히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블랙웰이 업계의 판도를 완전히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전문 매체인 배런스는 블랙웰이 뛰어난 성능으로 인해 수요가 공급을 압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엔비디아는 이번주 AI 기술의 정확도와 안정성, 속도, 효율성 등을 측정하는 MLPerf에서 블랙웰의 성능을 테스트했는데 블랙웰의 AI 실행 속도는 현재 GPU보다 최대 4배 더 빨랐다.

배런스는 장기적으로 GPU 수요가 견고하게 유지되며 블랙웰이 내년에 강력한 성장세를 보인다면 대량 출하 시기가 몇 개월 늦어지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총이익률, 70% 중반대 유지할 것

셋째, 매출액총이익률이 70% 중반대에서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엔비디아는 회계연도 2025년(올 2월~내년 1월) 전체 총이익률은 70% 중반대로 기존 가이던스를 유지했지만 올 11월~내년 1월 분기 총이익률은 이보다 낮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연말에는 총이익률이 72~73%로 떨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에 대해 캔터 피츠제랄드의 애널리스트인 C.J. 뮤즈는 "더 높은 평균판매가격과 더 나은 매출액 성장세가 60% 중반대의 영업이익률을 지지하면서 총이익률이 충분히 보완되고도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엔비디아를 "뒷받침하고 있는 AI 스토리에 어떤 변화도 발견하지 못했다"며 엔비디아의 현재 주가는 "무시하기에는 너무 싸다"고 지적했다. 뮤즈는 엔비디아에 '비중확대' 의견과 목표주가 175달러를 제시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이날 종가 기준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38.61배이다. 이는 이번 회계연도 주당순이익(EPS)을 기준으로 한 PER이다.

파이퍼 샌들러의 애널리스트인 하쉬 쿠마르는 "총이익률 측면에서 블랙웰은 복잡한 신제품인데다 엔비디아는 현재 경영진이 이전에 강조했던 잘 조율된 공급망보다는 생산 속도와 규모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두 분기가 지나면 엔비디아의 총이익률이 "70% 중반대로 돌아가 안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엔비디아에 '비중확대' 의견과 목표주가 140달러를 제시했다.


목표주가 상향 조정도

번스타인의 스테이시 라스곤은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에서 한 가지 흠이 있다면 연말 총이익률 가이던스인데 이는 블랙웰 생산이 늘기 시작하고 (기존 호퍼 기반의 AI 칩인) H200 비중이 (H100에 비해) 올라가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엔비디아의 전반적인 총이익률이 "매우 존경할 만한" 73~74% 범위를 유지하고 "내년에는 (블랙웰) 플랫폼이 성숙해지면서 가격을 정하고 공급망을 최적화하며 생산 규모를 늘리고 더 많은 소프트웨어를 부가하면서 총이익률이 전반적으로 잘 유지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라스곤은 엔비디아의 AI "내러티브는 여전히 확고하다"며 '시장수익률 상회' 의견을 유지하고 목표주가를 130달러에서 155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비벡 아리야는 "분기 실적에 따른 소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엔비디아의 독특한 성장 기회와 실행력, 80%가 넘는 지배적인 시장점유율을 믿는다"며 '매수' 의견을 유지하고 목표주가를 150달러에서 165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한편, 30일에는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가장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발표된다.

지난 7월 PCE 물가지수는 전월비 0.2%, 전년비 2.5% 상승해 인플레이션이 안정세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6월에는 전월비 0.1%, 전년비 2.5%의 상승률을 보였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물가지수는 전월비 0.2%, 전년비 2.7% 올랐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월 상승률은 전월비 0.2%, 전년비 2.8%였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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