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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5 (일)

현대차와 두산의 엇갈린 행보…'밸류업' 본질은 기업의 진정성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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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밸류업 차원에서 주주환원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두산그룹은 주주이익 침해 논란을 빚은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일부 철회했다. 두 그룹의 발표는 소액주주들을 의식한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소액주주 이익을 경영 판단의 요소로 삼는 기업이 늘어야 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다른 기업들도 두 그룹 사례를 적극 참고해야 한다.

현대차는 29일 향후 3년간 4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배당을 확대하는 내용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개했다. 총주주환원율 개념을 도입해 순이익의 35% 이상을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주주에게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경쟁사인 도요타나 혼다의 주주환원 정책과 비교해도 낮지 않은 수준으로, 총수와 경영진이 고심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같은 날 두산그룹은 지난달 밝힌 지배구조 개편안을 일부 수정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산하 알짜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옮긴 후 상장을 폐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 계획에 대해 소액주주 반발과 금융당국 압박이 이어지자 두산밥캣 상장폐지 계획을 철회한 것이다.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옮기는 계획은 그대로 추진한다. 두산이 "사업구조 개편 방향이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되더라도 주주 및 시장의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하면 추진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한발 물러선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다만 이번 지배구조 개편이 대주주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사업 시너지를 내기 위한 것임을 입증할 책임은 여전히 두산에 있다.

올 초 정부가 증시 밸류업 정책 추진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투자자들의 기대가 컸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들 주가가 반짝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기업 자율성에 방점을 두고 있는 밸류업에 대한 기대는 사그라든 상태다. 현대차가 살린 밸류업 불씨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적극적인 주주환원 대책을 마련하고 소액주주를 배려하는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시늉만 내는 밸류업 대책으로는 한국 증시를 떠나려는 개미투자자들을 붙잡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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