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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성착취물 실태와 수사

‘딥페이크 성착취물 대책본부’ 등장···실체 봤더니 가해자들만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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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한 법무법인서 카페 개설

자료삭제·수사대처법 공유 등

변호사들이 상담·수임 열 올려

“경찰 수사력으론 검거 불가” 조롱도

경향신문

3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소재의 한 법무법인이 운영하는 ‘학교폭력 딥페이크 대책본부’ 포털 카페에 회원들이 딥페이크 성착취물 관련 사건을 문의하며 글을 남긴 모습. 학교폭력 딥페이크 대책본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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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딥페이크 성착취물 사태’의 가해자들이 수사에 대한 대처와 법적 대응 방법 등을 서로 의논하고 나누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등장했다. 사건이 불거진 후 법조계에서는 가해자들을 상대로 “형량을 낮출 수 있다”며 변호사들이 사건 상담 및 수임 홍보에 나서고 있다.

30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한 포털사이트에 ‘학교폭력 딥페이크 대책본부’라는 온라인 카페가 등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소재의 한 법무법인이 운영하는 곳으로, 카페 게시판 등에는 딥페이크 성범죄의 가해자 또는 관계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문의가 쏟아지고 있었다.

해당 게시판에는 딥페이크 성착취물 범죄의 가해자로 추정되는 10~20대 남성들의 글이 가장 많았다. ‘겹지(지인이 겹치는 경우 사용하는 온라인 용어)방 팠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고교생은 “딥페이크 지역방 외에 겹지방을 별도 인증받아서 운영했다. 들어올 때 실제 사진 인증하는 형식이었다”며 “겹지방 인증받았는데 이거 그냥 (사진·영상을) 합성한 것보다 (형량이) 큰 건가요. 아직 고등학생인데 문제 될까요”라고 문의를 남겼다.

“개인정보 유출+영상제작+협박만 했다. 저는 만 15세라 큰 문제 없을 것 같은데 조사는 받으려나요”, “사진봇(AI합성프로그램) 써서 만들었고 친구들끼리만 돌려봤습니다. 돈 받은 거 아니고요” 등 처벌 수준을 묻는 문의도 잇따랐다.

이들은 딥페이크 성범죄 처벌이 심하다는 볼멘소리와 함께 한국 경찰의 수사력으론 검거되지 않을 것이라며 수사당국을 비웃기도 했다. 한 이용자는 “의뢰로 제작한 건 문제가 되는데 (딥페이크) 프로그램을 통한 단순 제작은 처벌 안 된다”며 “너희가 단순 제작해서 어디에 유포한 게 아니면 걱정 마라”고 썼다. 다른 이용자는 “텔레그램이 문제 될 거라는 건 그냥 뇌피셜(상상에 불과함)”이라며 “텔레그램은 합성 따위랑 비교도 안 되는 실제 성착취물(사건) 때도 협조하지 않았다”고 했다.

‘당분간 조심하라’는 당부와 함께 수사망에서 벗어나는 방법도 공유됐다. ‘딥페이크 사건에 대한 궁금증을 정리한다’는 글을 올린 한 이용자는 “법이 바뀔 수도 있어서 당분간은 유포·제작을 사리는 게 좋다” “같은 학생을 딥페(이크) 한 거면 학교폭력으로 빠져 생기부(생활기록부) 남지 않게 주의하고 탈퇴하라”고 조언했다. “재미로 몇천원 받고 지인 능욕한 게 전부”라는 이용자에게도 “네가 텔레그램 방 만들고 유포까지 한 거면 일단 얼른 텔레그램 탈퇴부터 해라”라고 했다.

해당 카페는 한 법무법인이 ‘음주운전·뺑소니·무면허·측정거부 등 도로교통법상 가해자를 법률 대리하거나 상담할 목적’으로 지난 2022년 7월 개설한 곳이다. 지난 28일부터 카페 이름을 ‘학교폭력 딥페이크 대책본부’로 바꿨다. 딥페이크 성착취물이 논란이 되자 관련 사건 상담·수임을 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딥페이크 성범죄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후 사건 수임을 위해 온라인 블로그·카페에서 홍보글을 올리는 법무법인은 이곳 뿐만이 아니다. 주요 포털의 블로그·카페에는 법무법인들이 ‘딥페이크 성범죄 처벌 수위가 높아졌다’며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라는 식의 홍보 글을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리는 중이다.

경향신문

진보당원들이 지난 2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범죄 경찰 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창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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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가해자들에게 범죄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신호를 제공한다”고 우려했다.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미투 운동이나 앞선 N번방 당시에도 ‘형량을 낮춰 주겠다’던 변호사들은 많았다”며 “이들에겐 이것이 수임을 받을 수 있는 하나의 블루오션”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법조인들의 홍보가 가해자에게 ‘가해를 저지르면 나에게도 큰일 나는구나’가 아니라 ‘계속해서 범죄를 지속해도 된다’는 신호를 준다”고 지적했다.

성범죄에 관한 수사기관·사법부의 느슨한 인식이 법조시장에도 반영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성범죄 범죄에 대해 범죄 행위로 형량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의 사정을 참작해 정하는 관행이 있다”며 “반성문·공무원 준비·자원봉사 등 형량 감경 패키지가 300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해자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처벌과 사회적 제재”라며 “수사기관과 사법부에서 이런 악랄한 범죄에 대해 관용이 없다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해당 법무법인의 입장을 듣고자 e메일을 보냈지만 해당 법무법인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 모르는 전화·문자 100통···연락하니 “이런 사진 100장 넘게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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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잠재적 범죄자 취급”…딥페이크 사태 흐리는 ‘남혐 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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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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