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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이슈 주목받는 블록체인 기술

86조 굴리는 美 앤드리슨호로위츠 파트너 “韓 딥페이크 문제, 해결책 블록체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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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방송인 겸 통역가 안현모(왼쪽)와 a16z 제너럴 파트너 크리스 딕슨이 대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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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벤처캐피털(VC) 앤드리슨호로위츠(a16z)의 제너럴파트너 크리스 딕슨은 30일 “최근 한국에서 딥 페이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이를 블록체인 기반 기술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딕슨 파트너는 이날 서울 디캠프 선릉센터에서 열린 ‘읽고 쓰고 소유하다’ 한국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인터넷을 범죄 활동에 활용하듯 모든 기술에는 양면성이 있고, 최근 인공지능(AI)과 관련한 문제로 딥페이크가 한국에서 화두에 오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a16z는 630억달러(약 86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미국 최대 VC다. 페이스북(현 메타), 코인베이스, 에어비앤비, 스카이프 등의 초기 투자사로 유명하다. 2012년 a16z에 합류한 딕슨 파트너는 가상자산 전문 투자사 ‘a16z크립토’를 설립해 이끌고 있기도 하다. a16z크립토는 4개 펀드를 통해 70억달러(약 9조3000억원)를 운용 중이다. 딕슨 파트너는 지난 2022년 포브스가 선정한 ‘미다스 리스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세계 최고의 벤처 투자가로 꼽힌 적이 있다.

딕슨 파트너는 이날 “현재 수많은 영상 콘텐츠가 만들어져 인터넷에 올라오고 있는데 이 영상이 진짜인지, 사람이 만든 것인지, 원작자가 누구인지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a16z가 (오픈AI 최고경영자인) 샘 올트먼과 투자하고 있는 프로젝트 중 하나인 월드 코인으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월드 코인은 기계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점을 증명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예를 들어 특정 영상의 제작자가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해 해당 영상이 딥페이크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월드 코인 시스템을 통해 영상 제작자가 사람이 아닌 AI라면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에 올라가지 못하게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딕슨 파트너는 웹3(Web3) 시대 블록체인의 등장으로 인해 현재는 ‘소유’의 시기로 진입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 ‘읽기’, 2000년대 ‘읽기와 쓰기’를 거쳐 디지털 소유권을 갖는 게 가능한 시대가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한국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플랫폼에서는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것을 기업이 가지게 되는 등 네트워크의 경제성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운영자에게 돈이 몰리는 중앙화된 시스템은 혁신의 장애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창작자들에게 투명하게 보상을 지급하는 블록체인의 탈중앙화 시스템이 해결책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딕슨 파트너는 AI 시대에 접어들며 거대 기업의 데이터 독점이 심화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AI를 훈련하고 학습하기 위해서는 수십억 달러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인터넷의 중앙화가 심화되고 있다”며 “새로운 스타트업이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빅테크 기업이 기술을 모방해 스타트업이 퇴출되는 경우도 발생하는 등 기존 테크 기업의 독점이 너무 심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16z의 대안은 자금의 흐름이 네트워크를 보유한 플랫폼으로 가는 게 아니라 외곽 쪽으로 분산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관점에서 a16z가 최근 투자를 집행한 기업이 지식재산권(IP) 플랫폼 운영 스타트업 ‘핍 랩스(PIP Labs)’다. 핍 랩스는 이승윤 전 래디쉬 대표와 구글 딥마인드의 최연소 프로덕트 매니저 출신 제이슨 자오가 창업한 회사다.

핍 랩스가 개발한 스토리 플랫폼은 창작자들이 자신의 IP를 보호하고,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 블록체인 기반의 IP 플랫폼이다. 창작자들은 스토리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IP를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업로드하고 토큰화해 투명하고 위변조가 불가능한 형태로 소유권을 명확히 할 수 있다.

딕슨 파트너는 블록체인 기술을 두고 ‘컴퓨터 문화와 카지노 문화’라는 표현을 썼다. 그는 “블록체인을 활용해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술로 체계를 만들고 싶은 컴퓨터 문화 영역과 토큰으로 도박을 하는 것처럼 투기적인 목적으로 쓰는 카지노 문화로 구분할 수 있다”며 “이런 투기적인 부분을 제어할 수 있는 합리적인 규칙, 예를 들어 창업자나 저희 같은 투자자들이 수년간 토큰을 판매할 수 없도록 ‘락업’을 거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 간담회에는 박영훈 디캠프 대표도 직접 참석했다. 박 대표는 딕슨 파트너에게 “블록체인과 크립토가 물리적인 경제와 결합할 수 있으면 전체 경제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와 관련한 비즈니스 케이스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딕슨 파트너는 “블록체인 인센티브를 활용해 물리적인 네트워크를 만드는 ‘DePIN’ 분야가 부상하고 있다”며 “미국의 데이라이트라는 회사가 크립토와 인센티브를 활용해 사람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a16z 크립토가 시리즈A 라운드에 참여한 데이라이트는 사용자가 온도 조절기, 배터리, 전기차, 태양광 인버터 같은 에너지 장치를 앱에 연결하고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김종용 기자(dee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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