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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사설]딥페이크 처벌, 어린 전과자 양산 막으려면 교육 병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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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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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등의 얼굴을 음란물과 합성한 허위 영상물을 제작·유포하는 딥페이크 성범죄가 급증하는 가운데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미성년자인 경우가 많아 충격을 주고 있다. 올 1∼7월 경찰이 딥페이크 성범죄로 입건한 피의자 178명 중 73%가 넘는 131명이 10대다. 교내에서 피해가 발생해 교육부에 신고된 것도 올 들어서만 196건에 달한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를 써온 청소년들 사이에서 죄의식 없이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고 퍼트리는 행태가 빠르게 확산되는 징후로 보인다.

딥페이크 범죄 피해자들은 세상에 완전히 발가벗겨진 듯한 고통과 공포를 겪는다. 극단적 선택에 내몰려도 ‘유작’이란 조롱과 함께 음란물이 추가 유포될 수 있어 “죽어서도 끝나지 않는 고통”이라고 한다. 이 같은 ‘인격 살인’을 청소년들이 당하고 있다니 피해 정도를 헤아리기조차 힘들다.

딥페이크 성범죄는 성폭행 등 신체 접촉을 통한 범죄보다 피해가 덜할 것이란 잘못된 인식 탓에 처벌이 약했다. 합성 음란물 유포 시 5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지만 실제 재판에선 절반이 집행유예로 풀려난다. 처벌을 강화하고 수사기관이 적극 나서도록 개선해야 할 제도가 한둘이 아니다. 특히 가해자 연령이 낮아지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시급하다. 교육부는 딥페이크 제작·유통을 중대한 학교폭력으로 간주해 퇴학 등 고강도 징계를 하겠다고 한다.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0대들에게 엄벌을 통해 경각심을 각인시키는 건 중요하지만 딥페이크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도록 예방교육도 병행돼야 한다. 서울시의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 상담사례 분석(2021년)’에 따르면 가해 청소년의 96%가 범죄라는 인식이 없었다고 답했다. 유튜브 등을 통한 자극적인 콘텐츠에 노출돼 있어 범죄와 놀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여성의 신체를 성적인 도구로 여기는 왜곡된 성 관념을 바로잡는 성교육도 필요하다. 처벌에만 집중해 어린 전과자들을 양산하면 이들이 학교 밖에서 더 큰 범죄의 늪에 빠져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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