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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커지는 노조 리스크] ②삼성전자도 못 피한 '총파업'… '내부 잡음'에 경쟁력 악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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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파업 철회 이후에도 '임금체불' 놓고 잡음 여전

HBM 등 고부가 메모리 추격 속 '노조 리스크' 찬물

파운드리도 TSMC 격차 못 좁혀… 2030 비전 '빨간불'

아주경제

지난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조합원들이 이재용 회장의 파업 해결 방안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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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지난 2020년 5월 이재용 회장의 '무노조 경영 폐지' 선언 이후 4년 만에 '총파업'을 겪었다. '생산 차질'을 겨냥한 총파업은 별다른 소득 없이 25일 만에 종료됐지만, 이후에도 게릴라식 파업을 진행하면서 여전히 '불씨'가 남아있는 상태다.

이에 전문가들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갈 길 바쁜 삼성전자가 '노조 리스크'에 발목을 잡혀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삼노는 29일 '삼성전자의 파렴치한 임금체불, 노동자의 권리 짓밟는 행태를 강력 규탄한다'는 성명을 내고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이 정당하게 추가 근로한 평일초과 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정당한 쟁의행위에 참여한 조합원에 대한 임금체불이며 부당노동행위"라고 밝혔다.

이에 사측은 "7월 기존 필수근무시간이 177시간이고, 쟁의행위에 1일(8시간)을 참여했다고 가정할 때, 노동부 행정해석에 따라 평일초과근로수당은 쟁의행위로 인해 조정된 필수근무시간(169시간)이 아닌 기존필수근무시간(177시간) 기준으로 16.5시간을 초과할 경우에 평일초과근로수당이 지급된다"고 답변했다.

앞서 전삼노는 지난달 8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사측과 임금 인상과 성과급 제도 개선 등에서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지난 5일 현업에 복귀했다.

지난 2월 사측과 노조 간 임금교섭 결렬 이후 '노조 리스크'가 반년 이상 지속되면서 삼성전자를 향한 우려의 시선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관심사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지난 6월 전삼노의 파업 선언을 두고 "이번 파업 선언은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에 영향을 주지 않을 뿐 아니라 출하량 부족 현상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할 정도다. 삼성전자도 노조 파업에 따른 차질은 발생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전삼노는 현재 파업권을 상실한 상태이지만, 10월 이후 빠르게 교섭을 진행해 파업권을 되찾겠다고 밝히면서 사측을 계속해서 압박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내부 갈등'으로 불필요한 힘을 빼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준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고부가 메모리 시장에서의 선두 지위를 되찾기 위해 전영현 부회장을 DS부문장에 앉히며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가 찬물을 끼얹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에서 선두 TSMC와의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면서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4%로, TSMC(54.4%)와 40%포인트(p) 이상 벌어졌다. 되레 UMC, SMIC 등 다른 기업들의 추격을 받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전자 노조가 총파업을 철회했지만, 불씨는 남아 있는 상황"이라며 "다시 총파업이 나거나, 다른 형태로 재발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가 싸워야 하는 곳은 글로벌 기업이지 여기(노조)에 매몰될 상황이 아니다"라며 "외부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내부 리스크까지 끌고 가는 것은 삼성의 경쟁력이 약화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이성진 기자 leesj@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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