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성회와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 회원들이 29일 서울 서초구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에서 딥페이크 성범죄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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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쫓겨나지 않을 것입니다. 디지털 공간에서, 학교에서, 군대에서, 화장실과 공공장소에서 활보하고 다니기 위해 우리는 싸울 것입니다.”
서울여성회와 산하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서페대연) 등 14개 단체에서 온 40여명이 29일 서울 서초구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에서 “#너희는 우리를 능욕할 수 없다”는 제목으로 딥페이크 성범죄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딥페이크 성범죄가 여성의 삶을 무너뜨리려 하는데도 우리 사회는 여성에게 조심하라고 말한다”며 “국가가 철저한 진실규명과 가해자 처벌,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딥페이크 성범죄는 놀이가 아니라 성폭력”이라며 시민들의 연대를 촉구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학교와 군대 등에 확산한 디지털 성범죄로 인한 불안을 호소했다. 경희대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의 송소영씨는 “단순히 내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딥페이크 범죄에 도용될 수 있다”며 “내 일상이 언제든 인격이 말살된 포르노로 가공될 수 있다는 위험을 안고 살아간다”고 말했다. 서울여성회의 조혜원씨도 “학생들은 자기 학교가 피해학교 명단에 포함돼 있는지 긴장하며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디지털 성범죄가 창궐하는 배경에 국가와 사회의 방관이 있다고 지적했다. 딥페이크 성범죄가 “타인을 인격체가 아닌 정복과 소유의 대상으로 보는 놀이”가 됐는데도 “여성 대상 범죄를 가해자 개개인의 문제, 일탈로 치부”하는 국가의 태도에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수사당국과 사법부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강나연 서페대연 운영위원은 “경찰은 해외 서버라서 못 잡는다는 핑계를 대고, 사법부는 초범이고 반성문을 제출했다면서 그들을 풀어줬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에 대한 비판도 잇따랐다. 신래훈 대학 인권동아리의 운영위원은 “N번방이 대대적으로 공론화된 지 이제 겨우 4년이 지났는데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며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던 윤석열 대통령의 망언을 기억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올해 8개월 동안 불법합성물로 인해 지원을 요청한 사람만 781명이고, 그 중 3분의1이 열아홉 살 미만의 아동·청소년”이라며 “성착취물을 소비하는 가해자 개개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이들은 피해자에게 조심할 것을 강요하는 일부의 행태를 비판하며 가해자 처벌과 성착취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조씨는 “몇몇 피해학교에서 강당에 여학생만 따로 모아 놓고 ‘조심’해야 한다고 특별교육을 진행했다”며 “또다시 피해자들에게 조심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지워야 할 것은 우리의 사진이 아니라 성착취에 공모하는 사회”라고 말했다.
강 운영위원은 “언제까지 여성들이 숨고 피해야 하냐”며 “정부는 성평등 전담 부처를 강화해 종합적 대책을 세우고, 국회는 법 제도를 개선해 현행법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수사 사법기관은 엄중한 수사와 처벌하라”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전국대학생연합동아리 ‘평화나비네트워크’ 소속 대학생들도 이날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교대에 재학 중인 성예림씨는 최근 과외를 하는 중학교 1학년 학생이 “인스타그램이 해킹된 것 같은데 딥페이크에 악용될까 무섭다며 국가는 왜 아무것도 안 하는 거냐고 물었을 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며 “국가의 역할은 시민 보호라고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적혀있다”고 말했다.
☞ 전교조 “딥페이크 성착취물 신고 2492건···직·간접 피해 517건”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8291128001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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