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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K-항암제의 '힘'…렉라자 단독요법도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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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부터 잇달아 열리는 세계폐암학회·유럽종양학회 등서 발표 예정

유한양행·HLB·에스티팜·루닛 등 임상 결과 발표…"해외투자·진출 기회"

[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항암제 시장에서 권위 있는 학회에 참가해 그간 연구해온 성과를 발표한다. 특히 유한양행의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얀센과의 병용요법이 아닌 단독요법으로서의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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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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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세계폐암학회(World Conference on Lung Cancer·이하WCLC)와 유럽종양학회(European Society for Medical Oncology·이하 ESMO)가 내달 연달아 개최된다. WCLC는 오는 7일(현지 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진행되며, ESMO는 13일(현지 시간)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릴 예정이다.

WCLC와 ESMO는 올해 각각 25회, 50회를 맞이한다. 두 학회 모두 매해 개최되며, 전 세계 항암 관련 제약사와 진단 업체, 전문가들이 참석해 각자의 연구 성과와 최신 기술을 알리는 자리이기 때문에 업계의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WCLC에 참가하는 국내 제약사는 유한양행과 HLB다. 이번에 유한양행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의 단독요법 효과를 공개한다. 국산 신약 31호인 렉라자는 이달 19일(현지 시간) 미국 기업 존슨앤존슨(J&J) 자회사인 얀센의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와의 '병용요법'으로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다만 얀센이 미국 임상 실험 등을 주체적으로 진행한 부분이 있기에 업계에서는 다소 아쉬운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렉라자의 단독요법이 어떤 유의미한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유한양행이 발표할 내용은 경쟁사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오시머티닙)' 단독요법과 렉라자 단독요법·병용요법의 임상적 효과를 평가한 중간 추적 조사 결과에 관한 것이다. 이는 FDA 승인을 받은 렉라자 병용요법의 임상 3상인 '마리포사(MARIPOSA)' 연구의 후속 결과이기도 하다. 렉라자 단독요법은 이 연구에서 참조군으로 활용된 바 있다. 앞서 공개된 초록에 따르면, 렉라자 단독요법의 무진행 생존 기간 중앙값(mPFS)은 18.5개월로, 16.6개월을 기록한 타그리소보다 질병 재발·진행, 사망 위험을 2% 정도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HLB는 자사의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과 중국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을 병용해 3기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해당 임상은 중국 푸젠대의대 연구팀이 주도했으며, 29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병용요법의 유효성과 안전성 등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연구는 수술 전 보조요법 목적이다.

평가 기준에는 병리학적 완전 반응률(pCR)과 전체 반응률(ORR) 등이 포함됐다. 연구팀이 공개한 초록에 따르면, 레보라세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은 수술 전 보조요법으로서 암 절제 수술의 성공률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 결과, 29명 환자 중 19명이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종양이 완전히 사라지는 반응률인 pCR은 36.8%였다. 또한 종양 크기의 감소를 비롯해 객관적 반응을 확인한 환자 비율인 ORR은 86.2%인 것으로 확인됐다. HLB 관계자는 "이번 임상으로 레보라세닙 병용요법이 간암, 위암뿐만 아니라 폐암에도 약효를 보인 것"이라며 "보조요법에 대한 임상 확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SMO에서는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자회사 에스티팜과 의료 인공지능(AI) 전문 기업 루닛이 참가한다. 에스티팜은 세계 최초 경구용 대장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STP-1002(이하 바스로파립)' 임상 1상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바스로파립은 에스티팜이 지난 2014년부터 한국화학연구원과 함께 2년 동안 공동으로 연구해 도출한 후보물질이다. 이 물질은 텐키라제(Tankyrase) 효소를 저해함으로써 암세포 성장을 막는 기전인 것으로 알려졌다. 텐키라제는 세포 분열과 재구성·성장에 필수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효소 중 하나이며, 일부 암에서는 텐키라제가 과도하게 활성화돼 암세포의 생존과 증식을 촉진하기 때문에 이를 표적으로 하는 항암제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바스로파립이의 주요 경쟁력은 투약 편의성에 있다. 정맥주사(IV) 제형으로 개발된 기존 치료제와 달리 경구용에다 하루 1회 복용을 목표로 두고 있다. 또한 에스티팜은 바스트로파립에 병용요법을 적용해 적응증을 대장암뿐만 아니라 비소세포폐암, 유방암 등으로 넓힐 계획이다.

루닛은 올해로 4년 연속 ESMO에 참가하며, 이번 학회에 자사의 AI 기반 바이오마커(Biomarker) 분석 플랫폼 '루닛 스코프'를 활용한 연구 초록을 발표한다. 바이오마커는 질병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데 사용되는 지표로, 주로 혈액이나 체액, 조직 샘플 등을 통해 측정한다. 특히 암 질환 등에서 맞춤형 치료와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초록에는 미국 기업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가 개발한 위암 치료제 '옵티보(성분명 니볼루맙)'와 항암 화학요법 병용치료 반응을 예측하는 내용이 담겼다. 항암제 병용요법은 최근 1차 치료제로서 허가돼 사용되고 있으나, 환자별로 치료 반응이 달라 효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따라서 효과 예측이 가능한 바이오마커 활용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 학회 모두 업계 관심이 높은 자리로, 각 기업이 유의미한 연구 성과를 내보인다면 해외 빅파마 등으로부터 연구개발 투자나 공동연구 파트너십 제안이 들어올 수 있다"며 "더 넓은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이기에 국내외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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