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4일 한동훈(가운데)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회장단 간담회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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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개혁을 둘러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갈등이 고조된 28일 오후 대통령실 청사 기자실을 찾은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지난 4월 1일 윤 대통령의 의료개혁 관련 담화문인 ‘국민께 드리는 말씀’ 자료를 배포했다.
의료개혁의 필요성과 정당성 설명에 나선 이 관계자는 “(4월 1일) 당시와 지금이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그 당시에도 (의료계는) 똑같은 요구와 주장이 반복됐고, 정부가 갖고 있는 생각도 여전히 똑같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가 지난 25일 고위당정협의회 공식 회의가 끝난 뒤 한덕수 국무총리를 통해 제안했다가 거절당하고, 지난 27일 밤 페이스북을 통해 재차 공개 강조한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유예안’을 정부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28일 한 시간 넘게 진행된 브리핑에서 “이해집단의 끈질기고 구조적인 저항으로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사안에 대해서 굴복한다면 정상적인 나라라고 하기 어렵다”며 “숫자에 대한 근거나 추계에 대한 논리가 뒷받침돼야 2026학년도 정원을 논의가 가능하지 그냥 답답하다느니, 반발하니까 유예해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대통령실에선 정부가 이미 여러 차례 불가 입장을 확인했는데도 한 대표가 중재를 이유로 정원 문제를 꺼내는 데 대해 불쾌해하는 분위기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에게선 “한 대표가 원하는 게 도대체 뭐냐”며 “여당 대표가 아닌 야당 대표냐”는 말까지 나왔다.
여권에선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의료개혁에 관한 인식 차이가 이미 4·10 총선 때부터 크게 벌어지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을 이끌던 한 대표는 총선이 임박한 지난 3월 24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회장단과 전격적으로 면담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의 면허정지 행정처분 문제와 관련해 “당과 협의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한 총리에게 당부하며 유화적 제스처를 취해 의료 사태 해결의 기대를 키웠었다. 이후 윤 대통령은 총선이 채 일주일도 남지 않은 4월 4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과 면담했지만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었다.
지난 4월 1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의료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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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공개 흐름과 달리 총선 당시 대통령실 내부적으론 한 대표를 향한 불만이 적잖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총선을 이끄는 여당 대표라면 의료개혁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설명하는 게 먼저 아니냐”며 “공식회의든 유세 때든 그런 목소리는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의대 정원 증원에 결사 반대하는 강경파를 대뜸 만난 건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의료개혁의 필요성에 특히 공감했던 개혁의 우군은 환우회나 의료격차로 소외받는 국민 아니었느냐”며 “그런 국민을 먼저 만나는 게 맞았다”고 주장했다.
4월 1일 윤 대통령이 “힘으로 부딪혀서 자신의 뜻을 관철하려는 시도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51분 동안 의료개혁 대국민 담화를 하기 전후로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담화 내용을 놓고 갈등을 겪었다는 얘기가 여권에서 흘러나오기도 했었다. 당시 여권에선 “담화문에 명시적인 사과 문구를 넣는 등 한 대표가 자신의 뜻을 관철하려 여러 차례 용산에 뜻을 전해왔다”는 말도 돌았다.
역대 정부가 27년 동안 못 했던 의대 정원 문제를 해결하려면 여권의 단일대오가 절실하다는 게 대통령실의 입장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라고 하지만 (정부가)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지금 한 대표의 행동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동조하고 나서지 않았느냐”며 “다 같이 한목소리를 내도 어려운 판인데, 결국 개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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