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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PA간호사 의료행위 법으로 보호…구체적 행위 규정할 ‘시행령’ 여전히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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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대한간호협회회원들이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이 통과돠지 안도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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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불법행위를 걱정하며 일해야 했던 PA(진료지원·전담) 간호사들이 법적 보호를 받으며 의료행위를 할 수 있게 됐다. PA간호사의 구체적 업무 범위 등은 시행령을 정하도록 해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전공의 이탈로 생긴 의료공백을 일정 부분 메우면서 안정적인 의료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의사단체들은 “의료악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의료계 내 직역갈등이 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PA간호사 법적 근거 마련…간호계 “뜻깊고 역사적인 사건”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은 PA간호사의 의료행위를 법으로 보호하는 게 핵심이다. PA간호사는 수술 준비와 보조 등 역할을 하며 의사 업무를 일부 대신 수행한다. 일본,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선 법으로 규정된 직무이지만 그간 국내에는 법적 규정이 없어 PA간호사들이 부족한 의사 업무를 떠맡으면서도 불법으로 내몰려왔다. 현재 전국적으로 약 1만명 이상이 PA간호사로 활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PA간호사 업무범위와 관련해 여·야 이견이 있었으나 법 통과가 우선이라는 인식하에 ‘진료지원업무의 구체적인 범위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간호법이 통과되면서 지난 2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추진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해 생긴 의료공백을 메우는 데 일정 부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의료법상 불법진료였던 의료행위들이 간호사들의 업무로 합법적으로 확장되면서 현장에서 안정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걸로 기대된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전공의 공백을 메우던 PA간호사 역할을 합법화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고, 바람직한 방향”이라면서 “의료 인력 간의 업무 유연화는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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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간호협회 관계자들이 지난 5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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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PA간호사는 “불안해하면서 일하시는 분들이 엄청 많았다”면서 “법제화되면 업무에 더 몰입할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수도권의 종합병원에서 일하는 한 간호사도 “요즘 간호사들이 PA로 정말 많이 가고 있다”며 “법적으로 보호해줄 수 있는 수단이 생겨서 다행”이라고 했다.

간호계는 간호법 통과를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하면서 앞으로 시행령을 통해 어떻게 이행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간호계에서는 문제될 내용들을 개선할 내용들을 담을 그릇이 필요했던 것”이라며 “그릇이 만들어졌으니까 이제 거기에 정부와 논의해서 내용들을 담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한간호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간호법 통과는 2005년 국회 입법으로 시도된 후 무려 19년 만에 이루어진 매우 뜻깊고 역사적인 사건”이라면서 “간호법 국회 통과로 간호 돌봄 체계구축과 보편적 건강보장을 실현해 나가는 길이 열리게 됐다”고 했다.

PA간호사 업무 범위는 ‘시행령’으로…다른 직역 반발로 갈등의 ‘불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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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 정원 증원과 간호법을 반대하며 단식에 돌입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단식 사흘째인 28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앞 농성천막 안에 누워있다. 정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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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핵심 쟁점인 PA간호사 업무범위를 앞으로 시행령으로 구체화하는 작업이 남아 진통이 생길 가능성은 있다. 간호계는 PA간호사 업무범위에서 PICC 삽입(말초 삽입 중심정맥관), T-tube(기관절개관) 발관 및 교체, 피부 이외 수술 부위 봉합 또는 봉합 매듭은 PA 간호사 업무 범위에서 제외할 것, 적정 인력 및 처우를 보장할 것, 의료기관별 현황을 정기적으로 실태 조사하고 관리·감독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간호법에 강하게 반발하며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고 했다. 의협은 이날 “간호법은 직역 갈등을 심화시키고 전공의 수련 생태계를 파괴하는 의료악법인 동시에 간호사를 위험에 빠뜨리는 자충수”라며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가 만연하게 되고, 업무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데 따른 혼란 등으로 의료현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그 피해가 오롯이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방사선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 14개 보건의료단체가 뭉친 보건복지의료연대도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고 있다.

의협의 주장을 두고 보건의료노조는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는 의협의 주장은 정당성도 없고 이율배반적”이라면서 “의사인력 부족 때문에 PA 간호사가 생겨났고, 전공의 진료거부 사태 때문에 PA 간호사가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는데도 PA 간호사 제도화를 반대하는 것은 지극히 책임회피적이고 이기적인 태도”라고 했다.

간호계 관계자도 “의협의 주장대로 간호사 업무가 무한 확장하거나 개원할 여지를 주지 않는다”며 “너무 지나친 우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의료체계가 붕괴된다고 이야기하는데, 그러면 간호법이 있는 나라들의 의료체계는 다 붕괴됐냐”고 말했다.

간호법 통과를 두고 의료계 내의 직역 갈등이 심해지면서 의료 공백이 더 악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간호조무사 단체도 간호법 안에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자격 학력제한 폐지가 빠졌다는 이유로 “결사반대”입장을 밝혔다. 전국 의과대학들이 모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 등도 간호법 졸속 추진에 반대한다고 공동 성명을 낸 만큼, 현재 전공의들이 떠난 대학병원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의대교수들마저 행동에 나선다면 의료공백과 갈등의 씨앗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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