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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송혜희 좀 찾아주세요” 25년간 방방곡곡…끝내 못 만난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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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16년 7월10일 전국미아·실종가족 찾기 시민의모임 주최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광장에서 열린 ‘장기실종아동 및 송혜희양 찾아주기 캠페인’에서 송혜희양의 아버지 송길용씨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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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을 돌아다니며 25년간 실종된 딸을 찾아온 송길용(71)씨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사고 직전까지도 딸을 찾기 위한 플래카드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나주봉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의 모임’ 회장은 28일 한겨레에 “송길용씨가 26일 마주 오던 덤프트럭과 충돌하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고 말했다. 빈소는 경기 평택시 송탄제일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29일.



나 회장은 플래카드 제작을 자주 의뢰하던 업체 관계자로부터 송씨의 사고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는 “송씨가 주문을 잔뜩 해놓고 물건을 가지러 오지 않아 해당 업체 관계자가 송씨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송씨 가족이 대신 받아 사망 소식을 전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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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10일 전국미아·실종가족 찾기 시민의모임 주최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광장에서 열린 ‘장기실종아동 및 송혜희양 찾아주기 캠페인\'에서 학생들이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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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씨는 1999년 2월13일 둘째 딸 송혜희양이 실종된 뒤 ‘실종된 송혜희를 찾아주세요'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전국 곳곳에 붙이고 전단을 돌리며 길 위에서 살아왔다. 긴 세월 동안 송씨가 차를 몰고 달린 거리는 72만킬로미터, 거리에서 나눠준 전단은 300만장, 길 위에 매단 플래카드는 2500장(2016년 기준)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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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3학년이던 혜희양은 저녁 10시께 집으로 오는 버스에서 하차한 이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송씨는 실종 당일 곧바로 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단순 가출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3일이 지난 뒤에야 수사를 시작했다. 이후 6개월간의 수사는 소득 없이 끝났고, 2014년 2월 공소시효까지 만료됐다. 딸을 잃은 고통에 몸부림치던 송씨의 아내는 딸의 실종 전단을 품에 안은 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송씨는 2019년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매주 4000장의 전단지를 뽑는다”며 “언제까지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지만, 내가 살아있는 동안은 (딸을) 찾아야 하니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딸을 만나면 어떤 말을 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20년 동안 너를 찾기 위해 아빠는 이렇게 (매일 전단을 돌리며) 살아왔다’고 말할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 2015년에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에 감염돼 한때 위중했으나 건강을 회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송씨는 뇌경색과 허리 통증으로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했는데 이후 고열 증세를 보였고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3주 만에 퇴원한 송씨가 향한 곳도 전단이 실린 트럭이었다.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송씨는 “오직 딸만 생각하며 버텼고 메르스를 이겼다”며 “딸을 찾기 전에는 눈을 감을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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