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듯 복잡한 완강기 사용법에 ‘당황’
가슴에 벨트 고정한 뒤 벽 차고 내려가야
서울에 6곳 뿐인 체험관…“대폭 늘려야”
28일 서울 양천구의 양천생활안전체험교육관. 완강기 체험을 위해 2층 높이의 시설물 위에 올라갔지만 생각보다 높게 느껴지는 높이에 한참을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재차 안전하다고 말하는 강사에 말에 용기를 내 어설프게 몸을 던졌고 마침내 바닥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 우려했던 것과는 다르게 완강기의 감속 기능은 내 몸을 안전하게 지켜줬다.
28일 서울 양천구의 양천생활안전체험교육관에서 안전교육 강사가 완강기 이용 방법을 설명해주고 있다. (영상=김형환 기자) |
28일 이데일리 취재진은 서울 양천생활안전체험교육관을 방문해 완강기를 직접 체험해봤다. 지난주 19명의 사상자를 냈던 부천 호텔 화재 사고 이후 완강기 사용법을 제대로 알았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완강기 사용법은 간단하면서도 복잡해 한 번이라도 체험해보지 않으면 화재 사고와 같은 위급한 상황에서 사용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체험 전 안전교육 강사는 완강기의 구성품부터 사용법까지 자세히 설명했다. 안전교육 총괄을 맡고 있는 조영경 강사는 “완강기 사용법은 간단하지만 한 번 해보지 않으면 막상 사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완강기는 체중 최대 150㎏까지 버틸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하다”고 말했다.
강사의 말처럼 완강기 사용법은 간단한 듯 복잡했다. 완강기 사용을 위해서는 우선 각 방에 설치된 지지대를 창 밖으로 돌리고 해당 지지대에 후크가 달린 완강기를 걸어야 한다. 이후 줄이 감겨 있는 로프 릴을 아래로 던져 모든 줄이 풀렸는지 확인한 뒤 안전벨트를 가슴에 걸어야 한다. 사람마다 가슴 둘레가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가슴둘레에 맞게 가슴벨트를 고정한 뒤 완강기를 사용해야 한다. 만약 화재 사고 상황에서 처음 완강기를 사용한다면 이 과정을 100%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2층 높이에 올랐지만 아래로 몸을 던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가슴벨트의 줄을 잡고 벽을 차고 내려오라는 강사 말에 용기를 내 아래로 몸을 던지자 완강기는 자연스럽게 속도 조절이 되며 내려올 수 있었다. 몸에 오는 충격도 전혀 없었다. 완강기 교육을 맡은 조 강사는 “완강기 사용법과 함께 미리 완강기를 점검하는 게 중요하다”며 “구성품을 모두 갖추고 있는지, 지지대가 튼튼하게 고정돼 있는지, 녹슨 장비가 있는지 사전에 점검하고 사용법을 체험으로 익혀둬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의 양천생활안전체험교육관의 완강기 체험 기구. (사진=김형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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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부천 호텔 화재 당시 객실에 완강기가 있었지만 이를 이용한 이는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84.3%가 ‘소방용 완강기를 사용해 본 적 없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완강기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수준이 높지 않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완강기 실습 공간을 확충해 시민 대상 교육이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안전교육을 받아야 할 대상자에 비해 체험교육관은 턱 없이 부족하다. 각 자치구마다 1곳씩은 필요하다”며 “소방안전교부세를 통해 예산을 확보하고 대대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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