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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서울대 딥페이크’ 공범 1심서 징역 5년…“피해자 인격 몰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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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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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졸업생들이 여성 동문들의 불법 합성 영상물을 제작·유포한 사건의 피고인이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대 딥페이크 집단 성범죄 사건 관련자 중에서는 첫 선고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4단독 김유랑 판사는 28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카메라 등 이용촬영) 등으로 구속 기소된 박아무개(28)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촬영물이나 허위 영상물의 내용은 일반인의 입장에서도 입에 담기 어려운 굴욕적이고 역겨운 내용”이라며 “범행 기간이나 게시한 개수, 피해자와의 관계나 피해자 수 등에 비춰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밝혔다.



박씨는 2017년부터 약 8개월동안 불법촬영 범죄를 저지르고, 2020년부터 4년에 걸쳐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허위 사진·동영상을 편집·합성하고 이를 텔레그램 등을 통해 게시 또는 전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는 자신의 주거지를 방문한 피해자의 용변 보는 모습 등을 촬영한 뒤 이를 영상·사진으로 합성·가공하고, 피해자 얼굴 사진에 나체 모습을 합성하는 등 피해자 12명에 대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허위 사진·동영상 419개를 만들었다. 또한 텔레그램 등을 통해 피해자 17명에 대한 1735개의 사진·동영상을 게시 또는 전송했다. 박씨는 서울대 졸업생들이 대학 동문 여성 등을 대상으로 불법합성물을 만들어 유포한 이른바 ‘서울대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의 공범이다.



법원은 이날 선고에서 온라인 딥페이크 범죄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형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인터넷 기능이 발전함에 따라, 일상 기록을 남기기 위해 소셜네트워크에 사진을 올리는 현대인의 일상적 행위가 범죄의 대상이 되어 허위 영상물로 돌아다니고 있다”며 “평범한 일상을 살다가 표적이 된 피해자가 느낄 성적 굴욕감 등 정신적 고통을 헤아릴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은) 학업·진로·연애 등으로 인해 생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이 사건 범행을 했다고 진술하는데, 익명성이 보장되는 소셜네트워크에서 이를 악용해 자신의 행동에 수치심이나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한 채 왜곡된 성적 욕망을 표출하기 위해 여성을 성적 대상화했다”며 “스트레스 풀이용으로 도구화한 것으로, 이는 피해자의 인격을 몰살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검찰은 피해자가 다수이고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징역 10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선고 뒤 피해자 대리인인 김민아 변호사(공동법률사무소 이채)는 “상습성이 있으면 형이 가중되기 때문에 검찰도 10년을 구형했는데, 양형 참고사유 중 (일부) 피해자 합의나 공탁 등으로 이렇게 (형이) 책정된 것 같다”며 “디지털 범죄는 앞으로 확산될 것이기 때문에 양형 부분에서 더욱 엄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성폭력처벌법의 허위영상물 편집·반포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고, 이를 상습적으로 한 경우에는 가중처벌할 수 있다. 법원이 에스엔에스 등 일상적인 소통 도구를 범죄에 이용한 점을 양형에 참고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김 변호사는 “디지털 범죄가 익명성을 이용해 피해자를 양산하고 확산성이 얼마나 큰지 선고에 담겼다”며 “최근에도 많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이) 지속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선고가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선고 이후 기자회견에 나선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도 “이번 사건에서 피해자가 자력구제를 할 수밖에 없었고, 경찰은 어차피 못 잡는다는 말로 수사를 종결시킨 부분도 있다. 경찰이 더 적극적으로 수사해야 한다“며 “딥페이크 성범죄는 국가가 공범이라고 생각한다. 국가 책임도 더 물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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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딥페이크 사건의 피해자를 대리한 김민아 변호사(공동법률사무소 이채)가 28일 오전 선고 이후 서울중앙지법 서관 입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발언을 하고 있다.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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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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