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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최대 이익냈는데…'보험금 지급능력' 추락위기 보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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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고채 30년물 보험사 비중 60% "시장도 성숙안했는데"...'최종관찰만기 30년'에 비상걸린 보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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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보험사 지급여력비율(킥스)/그래픽=윤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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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회계제도 도입(IFRS17)으로 보험사들이 올 상반기 역대급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계약자에게 돌려줄 보험금 지급능력인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역대급 추락 위기에 처했다. 금융당국 예고대로 내년부터 보험부채 시가평가시 할인율 기준을 국고채 20년이 아닌 30년물 금리로 바꾸면 부채(돌려줄 보험금)가 급속도로 불어나서다.

'설상가상' 금리인하와 맞물려 대형 생명보험사 지급여력 비율이 많게는 30~40%P(포인트) 급락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방카슈랑스를 팔 수 있는 기준선이자 당국 가이드라인인 150% 전후로 밀리는 보험사도 속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28일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매년 8월 개최하는 할인율 자문회의를 다음달로 연기했다. 할인율 자문회의는 보험부채 시가평가를 위해 적용하는 할인율 수준 등을 결정한다. 회의가 이례적으로 한 달 연기된 이유는 주요 보험사들이 내년 도입 예정인 '최종관찰만기 30년' 연기를 강력하게 건의해서다.

'만기 100세' 장기상품을 파는 보험사는 지급보험금(부채) 수준을 평가할 때 일정 할인율을 적용한다. 만기 20년까지는 국고채 20년물 금리(시장금리)에 연동해 할인율을 적용(최종관찰만기 20년)해 왔는데 내년부터는 30년으로 확대해야 한다. 이는 금융당국이 지난해 8월 예고한 할인율 규제 3가지 중 하나다. 최종관찰만기가 10년 더 늘면 보험사는 자산운용 차원에서 국고채 30년물 매수도 적극 나서야 한다.

문제는 자산 수백조원의 보험사 수요를 충족할 만큼 국고채 30년물이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이미 수요와 공급 격차가 워낙 커서 국고채 30년물이 20년보다 금리가 낮은 역전현상도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30년 기준 할인율을 적용하면 보험부채가 대폭 늘고, 순자산은 크게 줄어즌다. 국고채 30년물을 비롯해 국고채 금리 전반에도 왜곡 현상이 심화한다. 지난 6월말 기준 30년물 국고채 물량의 약 60%는 보험사가 보유하고 있다.

금감원은 올해부터 만기 60년 이상 부채에 적용하는 할인율 '장기선도금리' 조정폭을 확대했다. 전 구간에 걸쳐 반영하는 '유동성 프리미엄'도 올해부터 대폭 낮췄다. 여기에 최종관찰만기 30년 확대까지 더하면 할인율을 더 떨어진다. 설상가상 시중금리의 추가 하락도 예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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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부채 할인율 제도 개선안/그래픽=윤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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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보험금 지급여력은 역대급으로 급락할 위기다. 생보사 기준 3가지 규제 동시 시행시 지급여력 비율이 30~40%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생보 빅3 중 삼성생명은 200% 이상을 장담할 수 없고, 한화생명은 3월말 기준 173.1%를 기록했다. 현대해상, 흥국화재, 롯데손해보험 등 주요 손보사도 140~160%대로 권고수준 150% 전후로 떨어진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국고채 30년물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에서 '예고했으니 시행한다'고 당국이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며 "순이익이 역대급으로 늘었는데 할인율 제도 변경으로 지급여력이 급락해 적기시정 조치 대상이 된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53개 보험사 중 19개사는 지난해 킥스 도입 전 경과조치를 신청했다. 제도변경 충격을 10년간 나눠 반영하기 위한 조치지만 할인율 규제가 추가로 강화되면 경과조치 조기졸업도 쉽지 않다. 경과조치를 졸업하지 못하면 5년 평균 배당성향의 50% 넘게 배당을 하지 못한다. '밸류업 붐'으로 주주들의 배당 요구가 빗발치는 상황에서 수 년째 '무배당'을 유지해야 한다.

킥스 할인율 규제 유예 건의에 금감원 관계자는 "할인율 제도 개선안은 지난해 공표한 사항이지만 업계 건의 사항을 참고해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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