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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한국 저출산이 '욜로' 때문?…"젊은이들, 호텔 디저트·백화점 쇼핑 즐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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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 오후 서울시내 한 백화점 프라다 매장. 2024.07.16.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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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출산율이 급격히 감소하는 것이 현재 자기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 보이는 욜로(YOLO·You Only Live Once) 세대의 라이프스타일과 관련이 있다는 외신 분석이 나왔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한국의 저출산을 설명하며 "한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2~30대에게 부모가 되는 것이 물질적 만족을 얻는 것보다 나은 투자라고 설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이 수년간 출생률 급감을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보조금 정책을 써왔지만, 효과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성수동 중고 패션 축제에서 만난 28세의 패션 인스타그래머이자 가수를 꿈꾸는 여성 A씨는 로이터에 "지출은 주로 옷과 여행에 대한 욕구에 따라 결정된다"며 "나는 욜로에 푹 빠져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 자신을 보상하기 위해 무언가를 하고 나면 매달 저축할 돈은 거의 없다"며 "결혼은 언젠가 할 수 있겠지만 지금 당장 행복해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2~30대 한국인(Y세대와 Z세대로 간주)이 다른 나라의 같은 연령대나, 한국의 다른 인구층에 비해 더 많이 쓰고 덜 저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들의 소비 습관은 정착하고 아이를 낳는 불가능한 목표에 집중하기보다 온라인에서 자신의 성공을 상징하는 것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를 두고 '지위 사냥'이라는 표현도 썼다.

로이터는 지난 3년간 한국의 공격적인 금리인상도 청년층의 소비를 억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30대의 저축률은 5년 전 1분기의 29.4%에서 올해 1분기 28.5%로 감소했지만 다른 모든 연령대의 저축률은 같은 기간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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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철인 5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여행객으로 붐비고 있다. 피서객들이 잇따라 해외로 떠나면서 어제 하루 인천국제공항을 찾은 이용객이 22만명을 넘었다. 2024.8.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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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또 같은 기간 동안 백화점과 최고급 호텔에서 가장 많이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여행 지출은 지난 3년 동안 33.3%에서 40.1%로 증가했다. 현대카드 자료에 따르면 20대가 고급 백화점에서 지출하는 비중은 5월까지 3년 동안 거의 두 배인 12%로 증가했지만 다른 모든 연령대의 비중은 감소했다. 경기가 나빠 소비가 얼어붙었지만 젊은 층의 소비만 증가했다는 의미다.

인기 인스타그램 명소인 서울 B 호텔에서 제공하는 9만원짜리 무제한 딸기 디저트는 지난해 겨울 대비 매출이 150%나 급증했는데, 호텔 측이 가격을 12.5% 인상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반면 호주 연방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의 25~29세 젊은이는 생활비 압박으로 인해 2024년 1분기에 전년 대비 지출을 3.5% 줄였다.

하지만 한국인이 가장 자녀를 갖지 않기로 한 큰 이유는 욜로 라이프스타일이 아니라 '재정적 어려움'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리서치 회사 'PMI Co.'가 5월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800명 중 약 46%가 자녀를 낳지 않기로 한 결정의 이유로 직장 불안정성이나 교육 비용을 꼽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대와 30대의 연 소득이 작년에 2.0%만 증가했는데, 이는 모든 가구의 4.5% 증가보다 더 낮은 수치다.

하지만 정교수는 젊은이들이 더 즉각적인 쾌락에 집중하기에 정부의 보조금 기반 출산 장려 정책에 반응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정적 어려움이 가장 문제라면 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미국 퓨 리서치 센터가 2021년 선진국 17개국을 대상으로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게 무엇이냐'를 물은 설문 조사에서 한국은 '물질적 웰빙'이라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로이터는 "물질적 웰빙 답변이 1위를 차지한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며 다른 나라에서는 '가족'이나 '건강'이 가장 많았다"고 전했다.

이지현 기자 jihyun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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