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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훈련병 사망 재판서 "책 40권 군장결속·PTSD호소" 증언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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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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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군 12사단 훈련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규정을 위반한 군기훈련(얼차려)을 실시한 혐의로 중대장(대위)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원을 나오고 있다.


규정을 위반한 군기훈련(일명 얼차려)으로 숨진 훈련병과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함께 훈련받았던 학대 피해 훈련병들이 오늘(27일)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당시 군기훈련 전후 상황에 대해 증언했습니다.

이들은 "살면서 느꼈던 것 중 제일 힘들었다"라거나 "힘듦의 정도가 1~10으로 따지면 10이었다"며 사건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렸다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중대장과 부중대장은 자신들이 실시한 군기훈련 행위와 훈련병 사망 간 인과관계가 없으며 예견할 수도 없었다는 입장을 밝히고 훈련병 사망 책임을 떠넘겼습니다.

춘천지법 형사2부(김성래 부장판사)는 중대장 A 대위와 부중대장 B 중위의 학대치사와 직권남용가혹행위 혐의 사건 두 번째 공판을 진행했습니다.

오늘 공판에서는 숨진 훈련병과 함께 훈련받았던 학대 피해 훈련병 4명을 대상으로 한 증인신문이 이뤄졌습니다.

증인들은 법정에서 군기훈련 전후 생활관과 연병장 등에서 있었던 상황에 대해 증언했습니다.

증인들은 B 중위가 생활관에 야구 배트를 가지고 들어와 군기훈련을 실시하겠다고 예고했고, 이튿날 확인서를 작성하거나 소명의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 채 조교들의 지시에 따라 모포와 야전삽, 수통을 비롯해 책 40권으로 군장을 결속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또 증인들은 훈련병이 쓰러진 뒤에도 A 대위가 욕설하거나 "일어나라"고 소리쳤고, 박 훈련병이 입에 거품을 무는 등 상태가 악화했다고 증언했습니다.

A 대위는 "군기 교육을 받는 게 당연히 해야 하는 건 줄 알고 했다"며 "마지막에 구급 처치 등을 빨리했으면 살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공판에서 검찰은 기상 조건·훈련방식·진행 경과·신체 조건 등에 대한 종합적인 질문을 통해 피고인들이 학대 행위로 볼 수 있는 위법한 군기훈련을 실시해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A 대위 측은 완전군장 결속을 지시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B 중위는 측은 연병장 2바퀴 걷기 외에 군기훈련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데 초점을 두는 등 첫 공판 때와 마찬가지로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했습니다.

두 사람은 지난 5월 23일 강원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 6명을 대상으로 규정을 위반한 군기훈련을 실시하고, 실신한 훈련병에게 적절하게 조처하지 않아 훈련병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검찰은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경위 등을 수사한 결과 학대 행위로 볼 수 있는 위법한 군기 훈련으로 피해자가 사망했다고 판단해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아닌 학대치사죄를 적용해 기소했습니다.

재판이 끝난 뒤 훈련병 유족은 "부대에서 아들이 쓰러졌다는 전화를 받을 때 '오실 필요는 없다'는 답변을 들어 후속 조치를 더 할 수가 없었다"며 "첫날부터 거짓말이고 은폐였다"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훈련병 유족 법률대리를 맡은 강석민 변호사는 "부중대장이 지침이나 육군 규정을 읽어주면서 군기 훈련을 지시하고 쓰러진 훈련병에게 군법을 더 위반할 수 있다고 한 것은 정신적 가혹행위에 해당한다"며 "본인은 회피하려고 하지만 중대장의 학대 행위에 공모 내지는 묵인하고 승계적으로 범행이 결합해 있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중대장 역시 완전군장을 결속하지 않았다는 걸 중요한 회피 행위로 보고 있지만, 훈련병들이 팔굽혀펴기할 때 책이 쏟아졌다는 걸 보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훈련병 중 한 명은 PTSD를 앓고 있다고 이야기했고 진단까지 받은 만큼 검찰에서 학대치상으로 공소장을 변경할 것을 신중히 검토해달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

배준우 기자 gat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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