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막 난 재난지원금…귀어 청년의 한숨
경남 거제시에서 귀어 5년차 황모(42)씨의 양식장에서 고수온으로 폐사한 조피볼락(우럭) 등이 고무통에 가득 담겨 있다. 사진 독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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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제시에서 해상 가두리 양식장(0.6㏊)을 운영하는 귀어 5년차 황모(42)씨는 올여름 고수온(수온 28℃ 이상) 피해를 크게 봤다. 현재(27일)까지 조피볼락(우럭) 등 기르던 물고기가 10만 마리(치어 포함) 가까이 폐사했다. 황씨는 현 잠정 피해액을 약 7000만원(자연재난 복구비용 기준)으로 추산했다.
현행 규정에 따라 단순 계산하면, 황씨가 고수온 피해로 받을 수 있는 재난지원금은 3500만원 정도다. 전체 어업재해 규모가 3억원이 넘은 시·군은 피해 어가마다 ‘피해액의 50%까지 지원’하기 때문이다. 다만, 최대 5000만원 한도 내에서다.
하지만 황씨는 재난지원금을 온전히 받기 어려운 형편이다. 인근에서 양식장(1㏊)을 운영하는 아버지(75)와 같은 어가로(1가구)로 묶여 피해 규모가 집계되면서다. 아버지 양식장 피해 규모도 황씨와 같다. 이 때문에 이들 부자(父子)는 3500만원씩 총 7000만원이 아닌 최대한도인 5000만원만 받을 수 있다. 1000만원씩 2000만원이나 덜 받는 셈이다.
황씨는 “양식장 사업자 신고도 별도로 냈고, 세금도 따로 낸다. 그런데 보상만 같이 계산하냐”며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이러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피해는 계속 느는데 재난지원금이 이미 한도를 초과했다. 더는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가슴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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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家業 잇는 귀어 청년 드문데…의지마저 꺾냐”
경남 거제시에서 귀어 5년차 황모(42)씨의 양식장에서 고수온으로 폐사한 조피볼락(우럭) 등이 둥둥 떠 있다. 사진 황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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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남해안 고수온 피해가 역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그런데 정작, 양식 어민에게 동아줄과 같은 재난지원금은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으로 지급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황씨 부자처럼 ‘1가구 2사업자’라도, 하나의 어가로 보고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농어업재해대책법상 재난지원금은 ‘어가’ 단위로 지원된다. 어가는 세대주 또는 동거하는 가족이 가계 유지를 목적으로 직접 수산 동식물을 포획·채취하거나 양식하는 가구 단위 등을 뜻한다.
황씨는 “재난지원금 제대로 받으려면, 연로한 아버지를 모시고 살지 말란 얘기인 건지 의문”이라며 “한도를 넘어 더 달라는 말이 아니다. 아버지 양식장 중 일부 물려받아 따로 사업을 하는 사실상 별개의 가구인 만큼, 그것에 맞게 지원금이 지급돼야 한다는 얘기다”고 말했다.
이윤수 경남어류양식협회장은 “어촌은 안 그래도 청년이 적다. (황씨처럼) 가업을 물려받는 어민도 드물다”며 “고령의 아버지가 전부 운영하기 어려운 양식장 중 일부를 아들이 본인 능력으로 사업자를 내고 운영하겠다는데, 그 의지마저 꺾어버리면 누가 귀어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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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법 규정상 어쩔 수 없어”
송명달 해양수산부 차관이 지난 23일 고수온 경보가 발표된 충남 천수만 해역의 해상가두리 양식장에서 고수온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해양수산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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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고수온 피해 신고를 받는 행정당국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거제시 관계자는 “세금이나 대출 등 여러 이유로, 분할해 양식장을 운영하는 어가가 왕왕 있다 보니, 관련 문의가 많다”며 “하지만 법상 정해져 있는 탓에 제도 개선이 되지 않는 이상, 지자체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농어업재해대책법상 재난지원금은 행정안전부·농림축산식품부 등 여러 부처 얽혀 있어, 다른 부처와도 협의를 해봐야 하는 사안이다”며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거제=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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