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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노년빈곤 해결 급한데, 돈이 없네…중국 주택연금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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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등서 시범사업, '공적계좌' 규모 놓고 고심…
주택가격 하락해 연금액 확보 안 되면 정부 책임론

머니투데이

29일 홍콩법원이 400조원대 빚더미에 앉은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에 대해 국제채권단의 요청을 받아들여 청산을 명령했다. 사진은 지난해 9월27일 중국 베이징에서 헝다그룹의 대단지 아파트를 바라본 모습이다. 2024.1.29.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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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연금(역모기지) 도입을 추진 중인 중국 정부가 마중물 격인 공적 계좌 확보 문제로 고심에 빠졌다. 현장은 정부가 초기자금을 투입하길 원하지만 자금 여력이 없는 중국 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경기 부진이 사회안전망을 약화시키는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중앙정부 격인 국무원 신문판공실은 지난 23일 주최한 '고품질개발 촉진 기자회견에서 동지안궈 주택도시농촌개발부 차관 발표를 통해 "주택상태점검, 주택연금, 주택보험제도 구축해 생애주기별 주택안전관리를 위한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메커니즘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핵심은 주택연금이다. 중국의 연금제도는 시범도입 중인 주택연금을 제외하면 퇴직연금과 공적연금(양로연금) 두 가지만 존재한다. 급격하게 청년인구가 늘어나며 경제가 성장하던 때는 연금제도에 대한 고민이 크지 않았지만 경제성장이 정체에 들어가고 고령인구가 급증하면서 사회안전망 확대는 중국 정부엔 발등의 불이 됐다. 주택연금 도입 검토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 정부는 베이징과 상하이를 포함해 전국 22개 시범도시에서 주택 상태점검과 주택연금제도를 결합한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아직 정부 차원의 통일된 주택연금제도는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을 통해 국가와 개인이 공동 지출해 주택유지보수와 정기검사, 공용시설에 대한 수리 등을 책임져야 한다는 밑그림은 그린 상태다. 이를 위해 공적계좌, 개인계좌, 보충계좌 등 3개 기금계좌를 만드는 내용까지도 컨센서스가 어느정도 이뤄졌다.

문제는 공적계좌와 개인계좌 비율을 어떻게 조정하느냐다. 개인이 본인 소유 집을 활용해 죽을 때까지 연금을 받는 주택연금인데, 이 주택을 유지 보수할 돈을 정부가 지급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거다. 한국 등 기존 주택연금 도입국에서는 고민하기 어려운 지점이지만 중국에서는 당연하게도 쟁점이 된다.

주택의 매매를 상당기간 인정해 온 중국이지만 여전히 모든 토지는 국가의 소유다. 인민에게 의식주를 제공해야 하는 사회주의 기본 원칙 상 각종 주택정책에도 정부의 책임이 상당하다. 눈덩이처럼 커져 온 부동산 부실을 매번 정부가 공적자금을 통해 해결해 온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동 차관이 "사업의 초점은 정부가 공적계좌를 어느 정도 규모로 개설해주느냐 하는 것"이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장의 기대는 크다. 인페이 중앙재경대 교수는 현지언론에 "공적계좌는 정부가 부담해야 하고 개인의 부담을 늘려서는 안 된다"며 "이 원칙에 따라 지방정부가 재원마련을 모색 중이며, 제도 자체는 주택 소유자의 부담을 가중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여력이 부족한 중국 정부로서는 난색을 표할 수밖에 없다. 일단 경기부진으로 세입이 줄고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며 관련 수익은 사실상 거의 사라졌다. 또 공적계좌는 한 차례 출자로 끝날 일이 아니다. 주택가격이 급락하는 가운데 가입자들의 연급이 지금 계산대로 계속 지급되리라는 보장이 없는데, 손실이 나기 시작하면 해결은 결국 또 정부의 몫이다.

주택연금 도입을 고민하는 중국 정부를 두고 경기하강이 사회안전망 확보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라는 해석도 나온다. 위샤오펀 저장공대 전 부총장은 "이미 시스템 구축은 타이밍을 놓쳤고, 부동산 시장이 활황이었을 때 구축을 완료했어야 더 많은 자금이 축적돼 더 많은 연금을 지급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내년엔 정부재정이 더 부족해 제도가 제대로 도입될 가능성이 더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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