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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텔레그램 창업자 프랑스서 체포…안절부절 러시아 "앱 지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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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저커버그' 파벨 두로프 구금, 언론자유 침해 비난 일어
러 보안당국 "텔레그램 삭제하라" 지시… 대체채널 필요성 논의
텔레그램만의 검열 없는 콘텐츠·개인정보 보호 차별성 무너지나

머니투데이

2016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월드 모바일 콩그레스(MWC)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텔레그램 창립자 파벨 두로프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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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 파벨 두로프가 프랑스에서 체포되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여실하게 중계해온 텔레그램의 운명에 세계의 관심이 쏠린다. 언론 자유에 대한 침해라는 비난이 쇄도하는 가운데 소셜미디어 상에서는 '#freepavel'(파벨 석방)이라는 해시태그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와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정보기관과 가까운 텔레그램 채널인 바자(Baza)는 러시아의 보안 담당자들이 휴대폰에서 텔레그램 앱을 삭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두로프 체포 이후 민감한 군사 정보가 텔레그램에 게재되고 그 출처가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러시아 국영 미디어 간부이자 저명한 선전가인 마가리타 시모냔은 텔레그램에 "민감한 대화와 채팅에 텔레그램을 사용하는 데 익숙해진 모든 사람들은 즉시 이를 삭제해야 하며 앞으로도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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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군이 공개한 영상 캡처 사진에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의 다리가 파괴된 것을 보여주는 연기가 치솟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텔레그램을 통해 "쿠르스크에서 다리 하나를 추가로 제거했다"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에서 텔레그램은 21세기 전쟁의 참상과 현황을 여과없이 중계하는 중재자로 부상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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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2018년에도 안보 정보가 노출되는 것을 우려해 텔레그램 사용을 억제한 바 있으나 실패로 돌아간 바 있다. 2년 후 당국은 아예 정부의 발표 내용을 전달하는 주요채널로 텔레그램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며 모국 러시아를 떠났던 두로프가 10년 만에 타국에서 체포된 만큼 전과는 상황이 다르다. 텔레그램 상의 민감한 개인 정보가 서방에 제공되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로서는 치명적일 수 있다.

두로프는 24일 늦은 오후 아제르바이잔에서 개인 제트기로 파리에 도착한 후 르부르제 공항에서 구금됐다. 25일 판사는 두로프의 구금을 24시간에서 96시간으로 연장했고 이 기한 내에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현재 프랑스 경찰기관인 오브민이 파리검찰청 및 세관관리들과 협력해 예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프랑스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두로프에 대한 영사 접근을 요청했다. 러시아 내부에서는 두로프의 구금에 정치적 동기가 작용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6일 X(옛 트위터)에 "사법 조사의 일환이며, 판사들이 결정해야 한다"고 정면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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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의 당페르 로슈로 광장에서 열린 파리 해방 80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텔레그램 창립자 파벨 두로프의 구금에 대해 정치적 결정이 아닌 판사가 결정할 일이라고 명확히 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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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브민은 두로프에 대한 체포영장이 미성년자에 대한 폭력 예방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장 미셸 베르니고는 이날 링크드인에 "이 문제의 핵심은 플랫폼(사용자가 거의 10억명)의 조정 및 협조 부족이며, 특히 아동 성범죄와의 싸움에서 그렇다"고 말했다. 프랑스 검찰 역시 "당국의 요청에 따라 정보나 문서를 넘기는 것을 거부한 것이 혐의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두로프에 대한 체포는 소셜 미디어업계 수장에 대한 역대 가장 강력한 국가적 조치이다. 그는 러시아에서 가장 인기있는 소셜 미디어인 브콘닥테(VKontakte)의 공동창립자이자 '러시아의 마크 저커버그'로 통한다. X의 최대주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두로프가 체포된 데 대한 항의 표시로 해시태그 '#freepavel'을 게시하며 프랑스 당국을 비난했다.

한편 레바다가 4월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인 4명 중 약 1명이 매일 텔레그램의 공개 메시지 게시판(채널)을 읽는다. 5년 전 이 수치는 단 1%에 불과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검열'이 없고 개인정보가 보호되는 텔레그램에 민감한 정보가 모이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텔레그램 이용자가 급증했다. 무엇보다 텔레그램은 전쟁 중 정보가 퍼지는 방식을 본질적으로 바꿨다. 그러나 두로프가 구금되면서 텔레그램의 이 같은 지위는 위협받고 있다. 창립자 구속 여파로 텔레그램은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고 프랑스 당국이 텔레그램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하면 전처럼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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