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판에 문제풀이 시킨 교사… “애 망신 줬다” 학부모가 고소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실. 기사와 관련 없음./뉴스1

전북의 한 중학교 교사가 학생에게 칠판에 있는 문제를 풀라고 했다가 학부모에게 고소를 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7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전북지부에 따르면, 전북의 한 중학교 교사 A씨는 지난 3월 학부모 B씨에게 고소를 당했다. 교사가 학생을 정서적 학대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B씨는 ‘학생이 모르는 문제를 칠판에 풀게 해 망신을 줬다’ ‘특정 학생에게만 청소를 시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작년 말 발생한 학교폭력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B씨는 A씨에게 학교폭력 신고를 하지 않은 채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을 분리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A씨는 절차상 문제를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 현행 규정 상 학폭 신고를 하지 않고 교사가 임의로 강제 분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B씨는 이후 ‘교사가 학생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것을 방조하고 있다’면서 학교 측에 A씨의 전보를 지속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최근 A씨의 정서적 아동학대 혐의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결론을 냈다. 경찰은 불송치 결정서를 통해 “신고 내용이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생활지도 권한 내의 재량행위라 할 수 있으며, 피해자들의 진술만으로 아동 정신건강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정도로 보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전교조 전북지부는 전날 성명을 내고 “학부모들은 관리자나 윗선을 찾아가 압력을 넣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전달하는데, 이 과정에서 고소·고발을 협박 수단으로 이용하며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이를 실행한다”고 했다. 이어 “최소 몇 달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긴 고통의 시간을 지나 ‘혐의없음’을 받더라도 이미 교사의 마음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다. 교육감은 교사를 괴롭힐 목적으로 아동학대 범죄 신고를 악용하는 학부모에 대해 강경한 법적 대응으로 교사를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정아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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