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4 (토)

부천 화재 "화장실 샤워기 틀고 버텨"…전문가들 "'일반화'는 위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화장실로 대피했다 극적구조 생존자 대처 관심

"대피 어렵단 생각에 화장실로 가 샤워기 틀어"

전문가들 "고립·질식 등에 화장실 대피 더 위험"

"최후 수단…문틈 수건 막고 물 뿌려 연기 차단"

상황별 대피 요령 숙지…완강기 등 사용법 숙지

뉴시스

[부천=뉴시스] 전진환 기자 = 국과수와 경찰, 소방 등 관계자들이 지난 23일 오전 화재로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 부천 호텔에서 최초로 불이 난 곳으로 확인된 객실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2024.08.23. amin2@newsis.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7명이 숨지는 등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부천 호텔 화재의 생존자가 "화장실로 대피해 샤워기를 틀고 버텼다"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당 대처 방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는 자칫 고립과 질식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번 사례로 화재 발생 시 무조건 화장실 대피가 안전하다고 일반화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27일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화재 당시 이 호텔 806호(7층)에 머물렀던 투숙객 A씨는 객실 화장실로 대피해 있다가 출동한 소방 대원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됐다.

강원권역 대학의 간호학과 학생인 A씨는 인근의 한 대학병원 실습을 위해 이곳에 투숙했다고 한다. A씨가 머문 806호는 최초 불이 시작된 객실로 추정되는 810호와 인접한 곳이었다.

화재 이튿날 호텔 앞에서 취재진과 만난 A씨는 "비상벨이 네 번 정도 울렸다. 화재가 아닐 수 있어서 기다리다 출입문을 열었는데 복도 전체가 연기로 뒤덮여 있었다"며 "앞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A씨는 출입문을 닫고 곧바로 반대편 창문을 열어봤다. 그러나 연기가 확산하는 것을 보고 당장 내려가면 위험하겠다는 생각에 모든 문을 닫고 객실 화장실로 향했다.

이어 A씨는 119에 전화를 걸었고, 소방 대원의 안내에 따라 연기가 들어오지 않도록 화장실 문을 수건으로 막은 뒤 샤워기를 틀고 그 아래에 머리를 댔다.

A씨는 "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고 샤워기에서 흐르는 물을 맞으며 소방 대원이 오기만을 기다렸다"며 "샤워기 물이 수막을 형성해 일시적으로 유독가스 차단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다 얼마나 기다렸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누군가 화장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문을 열려고 했지만 힘이 빠지면서 그대로 기절했다고 A씨는 구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같은 사연이 전해지자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위급한 상황에서 현명한 선택이었다", "침착하게 정말 대처를 잘했다", "앞으로 불나면 일단 화장실로 대피해야겠다"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뉴시스

[부천=뉴시스] 전진환 기자 = 소방서 관계자들이 23일 오전 화재로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 부천 호텔에서 논의하고 있다. 2024.08.23. amin2@newsis.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화재 발생 시 상황에 따라서는 화장실 대피가 더 위험할 수도 있다며 이 같은 방법이 반드시 옳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한다.

소방관 출신인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결론부터 말하면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이라며 "화재가 화장실까지 확산하지 않아서 그렇지, 만약 그랬다면 결국은 고립돼 유독가스에 의해 사망했을 수 있다. 운이 매우 좋았다"고 말했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도 "이번 사례의 경우 생존을 하셔서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권고하거나 일반화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그런 방법이 맞았다면 그동안 많은 분들이 화장실에서 질식해 사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번 부천 호텔 화재의 사망자 중 한 명인 803호 투숙객 B씨는 객실 화장실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지난해 6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의 한 아파트 2층에서 발생한 화재에서는 40대 남성이 집안 화장실에서 질식 상태로 발견돼 치료를 받다가 숨지기도 했다.

물론 화장실 대피가 무조건 잘못된 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는 "실제로 소방안전 교육을 할 때 교육생들에게 얘기하는 부분이기도 하다"면서도 "그러나 이는 출입구나 베란다가 막혀 있고 복도에 연기가 가득 차 방법이 없을 때 최후의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류 교수는 "특히 이 때 중요한 것은 화장실 문을 닫고 수건으로 문 틈을 막은 뒤 수건에 샤워기로 계속 물을 뿌려 최대한 연기를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문 틈을 막지 않고 단순히 문 쪽이나 자기 자신에게 물을 뿌리는 것만으로는 연기나 유독가스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교수도 "문 틈을 수건으로 막았을 때 그냥 막는 것보다 물에 적셨을 때 기밀도가 더 유지되는 것은 맞다"며 "그런 관점에서 상대적으로 낫다는 것이지, 물 때문에 일산화탄소가 희석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뉴시스

[부천=뉴시스] 김근수 기자 = 22일 오후 경기 부천시 원미구의 숙박업소에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소방대원들이 투입되고 있다. 2024.08.22. ks@newsis.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특히 화장실은 보통 환기구가 있어 연기 유입에 더 취약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교수는 "이번 호텔 화재의 경우 객실 화장실에 환기구가 없어서 다행이었지만, 화장실의 경우 다른 층의 실들과 다 연결돼 있다"며 "환기구를 통한 연기 유입이 다른 공간보다 먼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화장실로 대피하면 바깥의 화재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꼼짝 없이 갇히거나, 구조나 수색에 있어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는 점도 위험 요인으로 거론된다. 화장실이 방화 구역이 아닌 이유다.

이에 전문가들은 화재 발생 시 상황별 대피 요령을 정확히 숙지하고, 완강기 등 피난기구 사용법도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일단 집안 등 자신이 있는 공간에서 불이 난 경우는 옥상이나 건물 밖으로 신속하게 대피해야 한다.

다른 곳에서 불이 났다면 무조건 대피하기보다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일단 안에서 대기하는 것이 좋다. 특히 출입문을 열었을 때 복도나 계단에 연기가 자욱하다면 밖으로 나가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채 교수는 "이 때는 (화장실 문 틈 막기와 같이) 출입문을 닫고 젖은 수건으로 연기가 들어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그런 다음 곧바로 창문이나 베란다 쪽으로 가서 자신의 위치를 알리며 구조를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완강기를 사용해 대피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대부분이 완강기 사용법을 모르는 만큼 교육을 통해 숙지할 필요가 있다.

채 교수는 "이번 부천 호텔 화재를 보면 (사상자들이) 안타깝게도 완강기 사용에 대해 너무 몰랐던 것 같다"며 "국민들이 완강기를 통해서도 대피할 수 있도록 관련 교육과 훈련, 체험을 보다 활발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시스

[서울=뉴시스] 행정안전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kkangzi87@newsis.com

▶ 네이버에서 뉴시스 구독하기
▶ K-Artprice, 유명 미술작품 가격 공개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