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6 (일)

이슈 연금과 보험

[단독] 보험 비교·추천서비스 日 평균 계약 300건 ‘흥행 참패’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비즈

(왼쪽부터)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현대해상, DB손해보험 사옥 전경./각 사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금융 당국이 야심 차게 출시한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통한 계약 건수가 하루 평균 300여건에 그치면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여러 보험사가 서비스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비교·추천이라는 목적이 무색해진 탓이다. 보험업계와 핀테크업계가 서비스와 관련해 갈등을 빚는 가운데, 금융 당국이 적극적인 의사결정에 나서지 않으면서 반쪽짜리 서비스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의원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19일부터 지난 8일까지 자동차보험·해외여행보험·펫보험·용종보험·저축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이용자는 약 67만명이다. 하지만 실제 계약이 성사된 건수는 6만2000여건으로, 하루 평균 305건에 불과했다. 자동차보험 가입 건수는 한 해에 2500만대(하루 평균 6만8000건)에 달하고, 올해 상반기 해외여행보험 누적 가입 건수가 127만건(하루 평균 7000건)을 돌파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성적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많다.

계약 건수가 저조한 이유는 서비스를 통해 가입할 상품이 많지 않아서다. 펫보험의 경우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는 메리츠화재는 서비스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결국 펫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통한 계약 건수는 지난달 19일 출시 이후 약 2주가 지나서야 100건을 겨우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동양생명 등 4곳이 판매하는 상품 4개만 비교할 수 있다. 반면 보험업계에서 과거에 만든 유사 서비스 ‘보험다모아’는 10곳이 넘는 보험사가 판매하는 금리연동·금리확정형 저축보험은 물론 변액보험까지 비교할 수 있다. 혁신금융이라는 비교·추천 서비스가 보험다모아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교·추천 서비스를 통해 유입되는 저축보험 고객은 거의 없다”라고 했다.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실패라는 평가를 받는 데에는 금융 당국 책임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업계와 핀테크업계가 서비스를 두고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금융 당국이 적극적인 의사결정에 나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관치 금융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상생금융’을 요구했던 금융 당국은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에서만큼은 업계 자율을 강조하고 있다.

조선비즈

보험 비교 추천 서비스 플랫폼. /금융위원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실제 자동차보험의 경우 계약 체결 시 발생하는 수수료를 누가 부담할 것인지를 두고 대형 보험사·중소형 보험사·플랫폼업계가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았는데, 금융 당국은 모든 주장을 수용했다. 결국 대형 보험사 상품을 선택하면 수수료를 고객이 부담하고, 중소형 보험사 상품을 선택하면 보험사가 수수료를 부담하는 방식으로 서비스가 출시됐다. 반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대출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는 은행 등 금융사가 수수료를 부담한다.

펫보험 비교·추천도 비교할 상품 종류를 장기보험으로 할 것인지, 일반보험으로 할 것인지를 두고 보험사별로 엇갈린 주장을 하면서 서비스 출시가 3개월이나 늦어졌다. 하지만 금융 당국은 결정을 내리기보단 각 보험사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였다. 결국 일부 보험사 상품만 우선 입점하는 방식으로 서비스가 시작됐다.

보험업계에선 또 다른 보험 ·추천 서비스마저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교·추천 서비스에 입점하려면 시스템 구축 등 여러 비용이 발생한다”라며 “서비스 이용자 수가 적어 매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예정된 서비스에 보험사가 적극적으로 나서거나 협조할 이유가 없어진다”라고 했다.

이학준 기자(hakjun@chosunbiz.com);김태호 기자(teo@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